나는 왜 낙안천과 벌교천에 집착하는가?
작게는 낙안천과 벌교천, 좀 더 크게는 전라남도 순천시의 낙안면과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고작 8km의 하천에, 인구라고 해 봐야 2만도 채 되지 않는 이곳에 나는 왜 집착하고 있는가? 위성사진에서도 판독이 가능할 정도로 곳곳에 산적해 있는 쓰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20여 년 동안 방치하다시피 해 지역의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된 그 쓰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현장을 둘러보면 8km의 하천 중에서 약 4km의 구간에 쌓여있는 슬레이트를 포함한 건축 폐자재, 가구를 비롯한 생활쓰레기, 폐비닐을 포함한 농사용 자재 등 수많은 쓰레기 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행정이 아무리 몰래 버려댄다고 고작 4km 구간의 쓰레기를 20여 년간 잡지 못하고 있을까요?
이곳에는 구조적 모순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쓰레기가 쌓여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그 4km 구간은 순천시와 보성군이 접해있는 구역입니다. 어찌 보면 지자체가 달라 서로 미루고 있고 눈치만 보면서 방치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근 20여 년간 이런 현상이 벌어질 수 있겠습니까?
일단, 순천시에서는 28만 명의 순천시 인구 중에서 낙안면의 인구가 고작 4천여 명이고 순천시내에서 25km나 떨어진 변두리이기에 신경을 써야할 이유가 줄어들겠군요. 보성군에서는 벌교읍이 비록 30km미터나 떨어진 변방이기는 해도 보성군을 이루는데 한 축을 담당하고는 있기에 조심스럽지만 몇 차례에 걸쳐 순천시로 편입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시위를 벌였기에 순천 땅인 낙안면과 연계 짓는 모든 것에는 외면할 수밖에 없겠군요. 벌교읍이 순천시로 편입하면 보성군은 자멸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행정력이 고작 4km (총 8km 구간 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구간) 밖에 되지 않은 하천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20여 년간 처리하지도 못하고 쓰레기 산을 만들어놓을 정도로 그렇게 허약하거나 능력이 없을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기 때문에 행정구역의 구조적 모순이 있고 그 체계 아래서 사람들의 역학관계라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 문제 어떻게 접근해 들어가야 할까요?
아무리 낙안과 벌교가 변방이고 변두리며, 또 행정적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현재의 자리가 위태로울지 모른다고 지자체간 서로 눈치 보면서 적당히 치우는 시늉이나 하고 말아서는 안 됩니다. 이 지역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쓰레기 하천 속에서 생활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이 지역민들은 그 물에서 멱을 감고 그 물을 떠다 밥을 해 지어먹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 하천 길을 따라 벌교장날이면 낙안면, 외서면 등의 주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걸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선조들이 걷던 옛길이 없어지고 멱을 감고 밥까지 지어먹을 정도의 물이 쓰레기 하천이 돼 버렸습니다.
혹시 ‘우리천올레길 운동’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지역의 뜻있는 몇 사람이 그 구간에 철쭉을 심고 쓰레기를 청소하며 하천을 살리고 옛길을 복원하자고 노력하는 그 운동. 지역의 몇몇 단체와 주민들, 그리고 네티즌들의 호응에 힘입어 총 연장 1.5km에 이르는 구간에 철쭉을 심어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놀라운 지역운동.
가칭, 우리천올레길 운동본부는 이런 구조적 모순으로 지난 20여 년간 버려지고 방치돼 쓰레기 하천이 된 곳을 좀 더 깨끗하게 만들고 선조들이 걷던 옛길을 복원해 이 지역의 커다란 관광지인 순천시 낙안면의 낙안읍성민속마을과 보성군 벌교읍의 태백산맥문학관을 걸어서 왕래하는 계획(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천올레길 운동 어떻게 결실을 맺어야 할까요?
이 운동은 지역 몇 사람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시작한 운동이 아닙니다. 그 출발점이 이 지역에 20년 동안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하천 문제를 해결하고 행정구역이 다르다고 연계되지 못한 커다란 두 개의 관광지를 연결해 지역화합과 발전을 가져오자는데 있습니다.
그동안 이 지역의 의료단체인 낙안면의 효자건강촌 직원, 지역주민인 임인규, 김금호, 정지윤,이 영국님 등,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는 안미조, 이수향, 김성희님 등, 또한 입소문을 내 주신 많은 지역주민들. 더구나 순천평화학교 김민해 교장을 비롯한 20여명의 학부모 학생 등 걷기모임 팀까지 이 하천과 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최근에는 순천시에서도 가칭 우리천올레길 조성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선조들이 걷던 옛길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바람직스럽다는 의견과 함께 민. 관이 협력해 시행할 수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좋은 프로그램이라면서 제안을 채택하고 부상품까지 수여했습니다.
이제 벌교읍장과 낙안면장을 비롯해 이 지역의 이장, 반장, 새마을운동지도자, 주민자치위원장, 그리고 각종 단체장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할 차례이며 공적단체를 구성해 실행해 나가는 단계여야 합니다. 누가 시작했고 왜 하느냐는 것을 따지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이미 그 의미를 민간은 참여라는 것으로, 행정은 제안 채택이라는 것으로 검증하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