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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자베르 형사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인환(논설위원, 독서논술지도사)
우리는 자베르 형사가 장발장을 체포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평가하기 전에 먼저 법이 필요한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 필요하다. 그런데 봉건주의 국가에서는 전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공리주의적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면, 근대주의 국가에서는 전체를 위해서라도 개인의 희생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합리주의적 가치관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법을 집행하는데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먼저 자베르 형사가 전체를 위해 법을 엄격히 집행하기 위해서는 장발장을 체포해야만 하는 봉건주의 사고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인 장발장 개인의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맹목적으로 법을 고수해야 하는지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는 근대주의 사고 사이에서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법은 첫째 법을 어긴 사람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징벌을 가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 둘째 징벌을 통해 한번 법을 어긴 사람이 다시는 법을 어기지 않도록 하는 계도적인 기능, 셋째 일벌백계 차원의 징벌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범죄예방의 효과를 얻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징벌 중에 최고형인 사형제도는 첫째와 셋째의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대표적인 법률이다. 즉 사형집행을 통해 범죄자를 사회적으로 영구격리 시킴으로써 동일인이 범하기 쉬운 재범을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고, 아울러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이처럼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법의 본래목적은 징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도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음으로써 사형제도는 많은 나라에서 폐지되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폐지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베르 형사의 행동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점을 짚어줘야 한다. 법은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지, 인간이 법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법을 어긴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징벌을 내려야 한다는 사고에는 문제가 있다. 사형이라는 징벌을 통해 영원히 사회적으로 격리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 엄격한 법집행이 오히려 사회를 더욱 혼란 속으로 빠뜨릴 수 있다. 장발장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을 방치한 채 징벌만 하면 계도효과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전과자라는 사회적인 낙오자만 양산해서 사회를 더욱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자베르 형사가 장발장을 잡지 않고 놓아 준 것은 굳이 잡아서 징벌이라는 형식을 취하지 않아도 잘 살고 있는 장발장을 위해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장발장을 잡아 벌을 줌으로써 얻는 것보다 그냥 놓아 줘서 얻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자베르 형사의 행동을 비판하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위의 주장을 펼치는 이들의 역공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법을 어겨서 혼란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악법이라도 지키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 옳은 것이라고 했다. 물론 장발장의 사정이 딱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해가며 적당히 법을 집행한다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 더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법을 어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 그만한 사정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그 사정을 다 봐주게 된다면 어떻게 법에 의한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단 말인가? 따라서 자베르 형사가 장발장을 잡지 않고 놓아 준 것은 그 사정만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 그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때 법 집행의 공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자베르 형사는 누구보다도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임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내 의견만이 옳다고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의견도 그럴 수 있다고 수용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것을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