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의학 이야기]
초콜릿 한 조각 ‘쏙~’ … 우울한 마음이 ‘싹~’
내일을 위한 시간 - ‘삶은 선택의 연속’
힘든 삶에 휴식 필요, 우울할 때 먹는 당분
운동 시 나오는 엔도르핀, …강력한 기분 치료제
우울증 환자의 혈액 검사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소견 중 하나가 세로토닌 농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는 것이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결과적으로 트립토판이 생성돼 우울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사진은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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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점 우울해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도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6년에 비해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이 1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구 사회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우울증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와 치열한 경쟁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우울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환경적 요인으로, 유병률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우울한 것일까요? 인간이 우울한 이유는 죽음과 이별을 자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은 죽음과 이별을 앞두고 있다는 절대적인 명제 앞에 우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과의 이별은 필연적이라는 것은 ‘불안한 행복’이라는 삶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죽음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죽음으로 이별하게 되는 모든 상황이 우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우울을 극복하는 과정이고 우울을 극복하는 방법은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지금 우울하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이런 힘든 삶의 여정을 축소한 듯합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삶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태양전지판 생산 공장에 다니는 산드라(마리옹 코티아르)는 우울증으로 휴직했습니다. 증상이 호전돼 복직을 앞둔 산드라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동료들의 투표로 복직이 취소됐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산드라의 복직과 1000유로의 보너스를 걸고 직원들의 선택을 묻는 투표를 했는데 결과는 1000유로의 승리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작업반장의 압력이 있었고 불공정 투표였다는 이유로 재투표가 성사됩니다. 하지만 산드라에게 남은 시간은 주말뿐, 그녀는 그 시간 동안 동료들을 만나 설득을 하기로 합니다. 1000유로를 포기하고 자기의 복직을 선택해달라는 어려운 부탁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동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릅니다. 산드라를 돕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1000유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중에는 계약직으로 자신의 미래도 불투명한데 산드라를 돕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산드라가 동료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이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의 메인 플롯입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힘든 싸움을 지속하는 산드라, 그녀는 힘든 나머지 자주 포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와 같이 다니는 남편은 그때마다 힘이 돼주고 그녀를 격려합니다. 우울증 약을 과다 복용하는 해프닝까지 벌이며 밤늦도록 동료들을 만나던 산드라는 마침내 힘든 여정을 끝냅니다.
운명의 월요일 아침이 밝고 투표를 앞둔 산드라의 동료들은 찬반이 반반으로 갈려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역시 다르덴 형제의 연출은 마지막에 빛을 발합니다.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끝까지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연출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마지막 장면, 그녀는 밝은 햇살 아래로 걸어 나가며 남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야, 이 정도면 잘 싸웠지?” 햇살에 반짝이는 산드라의 뒷모습이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는 산드라가 남편과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힘든 순례 중에 얻는 꿀맛 같은 휴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힘든 여정을 견디게 하는 아이스크림이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여행·휴식·음악 같은 것 말입니다. 그리고 영화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우리가 우울할 때 단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왜 그럴까요? 우울증 환자의 혈액 검사에서 특징적인 소견 중 하나는 세로토닌 농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이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는 것이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입니다. 이론적으로는 트립토판을 많이 먹으면 세로토닌 농도가 올라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경구 투여의 약 3% 정도만이 세로토닌으로 전환된다고 하니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 단계 근접한 성분인 5-하이드록시 트립토판의 세로토닌 전환율이 70% 정도로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탄수화물 섭취는 우울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췌장으로부터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 ‘인슐린’은 간이나 근육의 아미노산을 혈액으로 내보내게 되는데 이때 나오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뇌신경세포에 들어가 ‘세로토닌’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모 방송에서 톱 모델 한 분이 몸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다크 초콜릿을 먹는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카카오 함량이 70%가 넘는 초콜릿은 그만큼 유지방과 당분이 적어 일반 초콜릿보다는 건강에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체중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 역시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정말 힘들 때, 한 조각의 초콜릿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다이어트가 걱정된다면 조깅이나 걷기를 추천합니다. 운동할 때 나오는 엔도르핀이야말로 강력한 우울증 치료제이니까요.
우울증과 싸워나가기 힘들 때, 도와주는 우군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적절한 약물 치료, 운동, 그리고 무엇보다 힘이 돼주는 가족과 친구들입니다. 우울한 것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번 주에 쌓인 스트레스가 많으시다면 주말에 감동적인 영화, 혹은 시원한 액션 영화로 잠시 힘든 일상을 잊는 것은 어떨까요?
척추전문 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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