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매우 중요한 장기이다. 체내 구석구석에 혈액을 공급해주고 순환을 시켜주는 장기기 때문에, 만약 심장이 정지하면 바로 응급소생술을 시도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래서 가슴이 조이거나 통증이 생기면, 반드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이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즉 심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심(心)은 매우 중요한 장부다. 심지어 오장육부를 나라에 비유할 때, 심은 나라를 다스리는 왕으로 비유할 정도로 그 중요도가 높다.
‘왕조실록’을 보면, 중종은 이러한 심에 열증(熱症)이 생겨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중종 39년 10월 28일의 기록을 보면, 왕이 “평소에 심열증(心熱症)이 있는데, 이즈음 하기(下氣)가 오래도록 통하지 않아 피곤하고, 이것까지 겸해서 발작하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서 10월 30일에는 다른 증상들이 다 사라지고 심열 증상만 남아 있다고 얘기하는데, 어의는 저녁에 씹어 먹는 약과 수시로 복용하는 약을 처방한다.
이 처방은 현재 한의원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처방인데, 필자 또한 환자들에게 자기 전에 먹거나 수시로 복용하라고 얘기해주고 있다.
다음 날인 11월 1일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얘기하며 2일에도 심하지 않은데, 그동안 의녀가 중종을 진료했음을 얘기한 대목이 나온다. 다들 알다시피 원래 중종은 드라마 ‘대장금’으로 유명한 왕이다.
이렇게 특이하게 의녀가 왕을 진료한 기록이 나오는 부분이 드라마의 소재가 됐던 것이다. 실제 증세가 악화된 11월 12일의 기록에도 의녀가 왕을 진맥한 기록이 추가로 나온다.
그런데 11월 3일부터 증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왕이 심열과 노열(勞熱)이 수시로 왕래하면서 수면이 불안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는 실열(實熱)뿐만 아니라 허약하고 피곤함으로 인한 열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1월 4일부터 증상이 심해지는데, 왕의 증상이 시시각각 변하므로 어의가 왕과 가까운 곳에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인 5일에는 심열과 갈증이 없어지지 않았으며, 여기에 더해 밥을 먹지 못해 죽만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6일에는 맥의 변화는 있지만 증상은 차도가 없었으며, 9일의 기록에는 오히려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적혀 있다.
이어서 10일과 11일의 기록에도 차도가 없는데, 심열증상과 더불어 기운이 너무 없다는 것이 적혀 있다.
11월 14일에는 드디어 왕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왕위를 물려주려는 대목이 나오는데, 바로 이때 이 병의 원인이 언급된다.
이렇게 심열증세가 오래도록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분명 무언가 중종이 마음 쓰는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 말에 이어서 심열은 모두 심려(心慮) 때문에 나오는 것이니 잡념을 없애야 회복된다고 얘기를 나눈다. 이것이 바로 한의학적인 심의 개념이다. 심을 단순히 혈액을 공급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사유능력을 담당하는 ‘마음 심’으로 보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심열증이 많이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당연히 치료도 마음의 불을 끄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처방을 응용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