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 조선시대 왕들이 먹은 흑색식품
오늘도 조선시대 왕들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의 저자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조선시대 궁중에서 특별히
검은색의 흑색식품을 먹었다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보통 오행 상으로 검은 색은 신장기능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았는데요. 여기서 신장 기능은 한의학적인 신장기능으로서, 주로 비뇨생식기능을 포함하여 생체에너지를 의미하는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흑색식품 중에서도 검정깨와 오골계, 그리고 야생흑염소와 검정소 및 검은 톳과 검정콩 등이 궁중에서 애용되었다고 하는데요.
우선 검정깨는 궁중에서 큰 잔치에 19회나 나왔는데, 검정깨강정, 검정깨다식을 한자 아홉치 높이로 마련해 왕의 성기능을 특별히 강화시켜 주었다고 합니다. 이밖에 검정소와 검은 톳도 많이 이용되었으며, 오골계의 뱃속에 대추, 밤, 검정깨 가루를 섞어 넣고 꿰맨 후 찌거나 고아서 먹기도 했습니다. 검정콩은 요 근래에 두유로 만들어져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옛 궁중에서는 검정콩만으로 메주를 쑤어 진간장을 만들어 3년에서 5년간 묵혀가며 사용했다고 합니다.
Q2. 말씀하신 흑색식품 중에서
아무래도 궁중에서는 흑염소가 제일 유명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네 맞습니다. 야생흑염소 수컷은 하루에 백 마리의 암컷과 관계를 맺는 산 속의 물개로 불리기에 일찍부터 많이 애용되어 왔는데요, 조선시대 장수한 왕 중의 한 명인 숙종이 애용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중탕으로 내려지고 있고, 아예 건강기능식품으로 만들어져 나오고 있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흑염소 뼈를 이용한 양골죽은 남성의 중심과 근골이 강해지는 비법으로 <천금익방>이라는 양생비법 책에 전해 오는데요, 육종용과 배합하여 ‘종용양육죽’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구기자와 배합하여 ‘구기자양신죽’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흑염소의 등뼈가 허리 통증을 다스리고, 다리뼈는 어금니 통증을 낮춰준다고 기록되어 있고요, <신농본초경>에는 염소의 뿔이 마디마디 쑤시고 시린 산모에게 좋으며, 신경통에 도움 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Q3. 궁중에서 많이 사용한 검은색 음식재료로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용봉탕(龍鳳湯)이라는 음식이 있는데요, 여기서 용봉이란 용과 봉황을 말합니다. 보통 용이란 잉어를 말하는 것이며 봉은 닭을 의미하는데요, 지방 또는 특정한 지역에 따라 잉어대신 자라를 넣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라와 잉어를 함께 넣어 끓이기도 합니다.
갖가지 양념이나 인삼, 대추, 잣, 밤, 감초, 구기자, 계피, 당귀, 팔각향 등의 약재를 넣고 끓여서 만드는데,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잉어, 자라, 붕어 등의 재료와 함께 오골계 즉 검은 닭을 넣고 푹 고아 용봉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Q4. 일반 닭이 아니라
오골계를 넣었다는 말씀이죠?
네 그렇습니다. 궁중에서 용봉탕에 넣는 닭은 땅강아지, 지렁이, 파리 유충 등을 먹여 키운 토종 오골계였다고 하는데요. 땅강아지와 지렁이 등은 흙이 살아 있는 황토라는 것을 입증하는 지표이기도 하면서, 또한 성질이 서늘하고 독이 없어 열독을 푸는 데 좋은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오골계와 좋은 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오골계는 수컷과 암컷으로 나누어 설명이 되어 있지만, 둘 다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가슴이나 배가 아프거나 명치 아래에 나쁜 기운이 뭉쳐 있는 것과 풍한습 등의 외부요인으로 저리고 아픈 것을 낫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요.
또한 태아를 편안하게 하고 산후에 허약해진 것을 보(補)하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 시에 모두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쳐서 골절된 것과 옹저 즉 피부 상처를 낫게 하는 기능도 있는데, 눈알과 뼈가 모두 검은색이어야 진짜 오골계로 보며, 그 중에서도 털과 뼈가 다 검은 것을 제일 좋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Q5. 용과 봉황이란 이름처럼,
임금님이 먹었던 용봉탕에는
정말 몸에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갔을 것 같은데요.
나머지 재료에 대해서도 좀더 설명해주시겠어요?
네, 잉어는 토종잉어를 사용하는데요, 이러한 토종잉어는 병이 나면 황토를 먹는다고 하며, 깻묵에 황토를 섞은 미끼를 먹는 잉어는 토종잉어이고, 감자 등을 먹는 잉어는 토종잉어가 아니어서, 토종잉어의 미끼로는 깻묵을 황토에 싸서 넣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여주 토종잉어는 궁중으로 진상되던 특산품이었다고 합니다.
잉어는 부종, 간질병, 간염에 좋다고 되어 있는데, 몸이 붓거나 황달일 때 황토로 만든 지장수에 잉어를 푹 고아 즙을 짜서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맑은 지장수에 내장을 빼내고 콩과 팥을 채워 넣은 잉어와 마늘을 넣고 푹 달여 소금을 치지 않고 짜서 마시게 되면 부기를 내린다고 하는데요, 실제 산후조리에도 많이 쓰였습니다.
Q6. 옛날에 약이 귀했을 때는..
산후 조리에 잉어를 고아 먹었다고 하던데요.
실제 효과가 있나요?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고 독은 없다고 되어 있는데요, 황달이나 소갈과 수종병(水腫病) 즉 붓기와 각기병 즉 다리가 붓고 아픈 병증 등에 쓰며 기를 내리고 냉기와 현벽 즉 뭉친 것을 없애는데 쓰인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태동과 임신부가 몸이 붓는 것을 치료하여 안태(安胎)시키는 작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신 시와 출산 후에 모두 쓸 수 있는 음식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궁중에서는 왕세자의 출생 직후에 호랑이 머리와 돼지쓸개 달인 물로 목욕시켜 강한 기를 주입시켰었는데요. 이와 마찬가지로 매년 4월에는 잔대 넣고 고은 잉어 즙을 먹였다고 하니, 궁중에서도 잉어를 매우 중요시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라고기는 간의 혈을 보충해주고 양기를 북돋아준다고 하여 성기능 강화식품으로 많이 애용되어 왔는데요. 소화기능을 촉진시키며 영양분이 많아 허약하고 몸이 수척한 사람들이 먹으면 힘이 나고 살이 찐다고 합니다. 특히 서늘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뼛속으로 열이 나며 허열이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7. 앞서 황토로 만든 지장수에
잉어를 고아서 즙을 짠다고 하셨는데요.
‘지장수’가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조선 궁중에서 보양음식이나 탕약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을 지장수라 하겠는데요. 해뜨는 동쪽 황토 언덕길 옆의 양지바른 들판이나 깊은 산등성이의 황토층을 60cm 이상 파고 들어가면 콩가루 볶은 것과 같은 색깔의 어떤 띠 같은 것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띠 밑의 흙을 파내어 광천수를 참숯으로 걸러낸 정화수나 석간수와 황토를 3대 1 내지 5대 1의 비율로 혼합하여 21회 정도 휘저은 후, 흙은 가라앉고 위에 뜨는 엷은 담황색물을 거둔 것이 바로 지장수인데요. 이것을 끓여 마시거나 요리에 이용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그 성질은 차고 독은 없으며, 번민(煩悶)하는 것을 풀어주고 여러 가지 중독현상을 풀어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Q8. 아, 동의보감에도 기록된 물이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따라서 맹독성 버섯중독이나, 복어 알을 잘못 먹고 죽어 가는 사람에게 지장수를 한 되 정도 복용시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독극물이나 독초 등의 급성 중독에 잘 듣는다고 전해집니다.
급할 때에는 생 지장수를 마시게 하지만, 100도씨에서 15분간 끓여 넘치게 한 후 식혀서 마시면 더욱 좋다고 합니다. 열을 동반한 심번(心煩) 즉 가슴답답한 증상이나, 울화병, 중증의 스트레스, 심장병 초기 등에 잘 듣는 구급 명약이었는데요.
대추의 씨를 뽑고 썰어 실대추로 만들거나 꽃 모양을 만들어 지장수 끓인 물을 차원에 담고 그 위에 띄우면 황토차라고 하여,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 주고 대자연의 순환에 동화되게 함으로써 대기오염, 수질오염, 음식물 오염과 중독을 해독시켜 준다고 보았습니다.
Q9. 동의보감에도 기록된 지장수는
일종의 해독작용이 매우 뛰어난 물이었네요?
네, 그뿐만이 아닌데요, 마늘 13통에 약수를 한 되 부어 은근한 불에 달인 후, 반쯤 졸인 다음 졸은 것의 1/2분량의 100% 토종꿀을 넣고 저으면서 졸여 다시 반으로 졸여서 만들어진 유백색의 크림을 ‘천로’라고 불렀는데요. 조선시대 왕실에는 '삼밀탕'이라 하여 불로장수 식품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궁중에서는 의성, 단양, 청양산 토종마늘과 지장수를 사용하였는데요, 동맥경화, 심근경색, 신경통, 불면증 등에 작용하는 효과가 훨씬 커졌다고 합니다. 이밖에 ‘입춘 지장수’라고 하여 입춘날 저녁 지장수를 만들어 부부가 한 잔씩 마시고 동침하면 반드시 아기를 잉태한다 했을 정도로 지장수에 대한 조선 왕실의 믿음은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전해오는 여러 유해물질과 오염물질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데요, 이러한 지장수는 그러한 현상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조선시대 왕들이 건강식품으로 먹은 흑색식품’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