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나들길’을 홀로 걸으면서/ 전 성훈
작년에 이어 올해 도보여행으로 강화도 ‘나들길’에 다녀왔다. 5월 26일부터 2박3일간의 여정이었다. 하루를 동행하기로 한 분이 창동 전철역에서 합류하였다. 신촌 로터리에서 강화행 시외버스를 타고 강화읍 버스 터미널 도착하였다. 곧바로 강화 나들길 15번 코스 “고려궁 성곽길”을 찾아 나섰다. 첫 관문인 강화부 남문을 지나 ‘남장대’에서 땀을 씻으면서 물 한 잔 마셨다. 남장대에서 국화저수지까지 가는 길에 작은 공동묘지를 지나자 아주 인상적인 숲길이 나타났다. 함께한 분과 가족사에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국화저수지 부근의 어느 식당에서 먹은 ‘돌솔밥’ 정식은 음식 맛이 정결하고 깔끔하여 좋았다. 게다가 값도 저렴하고 반찬이 열 가지가 넘었다. 막걸리 한 잔에 점심을 마치고 다시 걸었다.
오래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高麗宮址’에 도착하여 느낀 허망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원나라 몽고족의 침략 시절 약 40년 동안 고려왕조의 피난지 수도였던 곳이다. 안내문에 의하면 고려왕조가 원나라에게 항복하는 조건에 피난지 수도를 완전히 불태우는 것이었다. 그 후 조선왕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왕족의 피난처 역할을 하였다. 조선 후기 숙종 임금 시절 강화도 전체를 요새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한양 방위의 목적인 강화섬 해안진지의 구축으로 ‘고려궁지’의 복원은 필요성이 없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수 없이 반복된 창조와 파괴를 두 눈으로 보면서 ‘存在의 無’를 떠올렸다. 그리고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불가의 말씀도 알 듯하였다. 함께한 분과 강화풍물시장내 음식점에 들렸다. 강화도의 명물 밴댕이 무침을 안주로 소주 한 잔씩 걸쳤다. 일본 속담에 ‘여행은 길동무, 인생은 정’라는 말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 의미를 온전히 알게 한 하루였다.
둘째 날은 혼자서 10시간을 걷는 35km의 장정이었다. 제 1코스 강화읍-연미정(월곶돈대)-갑곶돈대까지 약 17.4km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하였다. 이정표는 전체적으로 대부분 잘 되어 있다. 그러나 도중에 공단조성을 위한 도로 공사로 이정표가 보이지 않았다. 공사장 덤프트럭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공사 현장을 빠져나와 도로에 들어섰다. 연미정 앞에서 강화나들길 이정표를 발견하였다. 옥개방죽을 따라서 걷고 또 걸어서 갑곶성지 후문 입구에 도착하였다. 후문은 열쇠로 잠겨있었다. 갑곶성지 후문 봉쇄에 대한 그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순례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을까 궁금했다. 갑곶돈대는 갑곶성지를 통해서 걸어가도록 강화나들길이 설계되었는데 참으로 안타가운 심정이었다.
2코스 갑곶돈대 -초지진 17km . 갑곶돈대를 벗어나니 숲길과 해안 길의 연속이었다. 맑고 푸른 강원도 관동팔경 ‘새파랑길’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강화도 해안 바다는 흙탕물이다. 도중에 들린 순국의 열사들의 묘소와 천주교 순교 성지에서 순교와 순국의 의미를 생각하였다. 광성보에서 덕진진까지의 약 6.3km는 정말 아름답고 멋있었다. 오래 걷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코스이다. 오후 3시 넘어서 목적지인 초지진에 도착한 후 강화도 명물인 해수탕 찜질방에 숙소를 정하였다. 해수탕의 찬 탕과 더운 탕으로 왔다 갔다 하며 샤워를 하니까 피로가 풀리고 개운하였다. 서울에서 김포로 이사한 아는 분이 초지진까지 달려와서 소주와 매운탕을 대접하여 주었다.
마지막 날은 40km의 장정, 8코스와 7-1코스를 거쳐 화도 마이산 참성단까지. 오전 5시 출발하였다. 8코스는 초지진 -분오리돈대까지 17.2km이다. 황산도 선착장에서 데크길(목재부교다리)을 따라서 걷는 코스가 있다. 다른 곳에서 걸어 볼 수 없는 좋은 추억거리이다. 또한 갯벌이 끊임없어 펼쳐진 광경을 보면서 제방 길을 걷는 멋있는 곳도 있다.
7-1코스는 ‘동막해변’부터 목적지 화도공영주차장까지 약 20km이다. ‘동막돈대’를 지나 ‘흥왕낙시터’를 벗어나 제방길을 한없이 걸었다. 제방 길을 벗어나자 산속으로 그리고 바닷가 해변으로 이정표가 있었다. 그런데 해변으로 내려가니 이정표가 보이지 않았다. 별수 없이 다시 산으로 올라와 숲속 길을 걸었다. 민가의 농로 왼쪽으로 제방 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해안도로가 보여서 어렵게 해안도로로 올라갔다. 한참 걸으니까 7코스 안내판이 보였다. 드디어 7-1코스를 벗어나 정상적인 강화나들길에 들어섰다. 광덕산 고갯길처럼 멋진 고개 길을 넘어서 목적지 화도에 도착하였다. 산은 높지 않으나 계단이 많아서 힘들게 마이산 참성단에 올랐다. 민족의 개조 단군할아버지에게 제사를 지내는 성스러운 곳이다.
모두 90km정도 걸었다. 기온이 높아서 무척 더웠다. 발바닥에서 불이 났다. 집으로 귀가한 후에 강화군청 관계자에게 나들길 이정표에 대한 불편사항을 이메일을 통해서 신고하였다. 올해 홀로 걷기를 통해서 ‘더욱 건강에 유의하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그리고 ‘즐기되 집착하지 마라’,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자는 것을 느꼈다. ( 201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