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5일

아침에 고산 코피를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자연코피는 처음 흘린다.
숙소 앞의 작은 식당에 가서 묽은 쌀죽을 사먹고 우리네명은 드레풍 사원으로 향하고 아이들 세명은
오늘 자전거를 빌려 시내관광을 한단다.
우리의 옛 시절처럼 중학생만한 어린남자 차장이 있는 2元짜리 버스를 약 40분 타고 산 아래 내리니
다시 1元에 절 앞까지 태워주는 경운기가 기다린다. 절에서 바라보이는 옆산이 너무나 아름다워
날 사로잡는다. 여기는 고산이라 그런지 산에 나무는 안보이고 풀 만 있는 듯 한 단순한 산들이
특징인데 이 산은 달리 무척 아름답다.
티벳의 3대 사원중 하나인 ‘드레풍 사원’ .한자로는 철방사 라고 한단다. 조류도감에서나 보던 예쁜
새들이 많아 정적 속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느긋이 산책한다. 라싸시내는 바글거리는데 좀만 나오면
이렇게 한적하다.
패키지 팀들은 빡빡한 일정상 야외로는 잘 안 나간다 더니 눈에 보이는 외국인들은 거의 개인 관광객들이다. 잘사는 서양쟁이들은 두세 명이 한명의 가이드를 고용해 함께 다니는 것이 보인다.
법당을 돌며 쉬자니 어떤 여자가 우리를 반기며 한국드라마가 제일 재밌다며 대만말로 아는 체를 한다. 외국에선 우리 대통령 보다 배용준이나 이영애가 더 유명하고 그들 때문에 한국인을 친숙하게
여기는 것 같아 반갑고 고맙다.
큰 건물을 돌아서니 폭신폭신한 양떼 가족들이 물을 마시다가 놀라는 우리를 무심한 눈으로 보고는
사원계단 쪽으로 줄줄이 간다. 앞장선 놈은 찜질방에서 보던 동그레한 두루마리 뿔을 달고 있어 우습다.
스님들이 빨래를 하고 있고 그 옆에 리어카에 부착된 큰 안테나 접시 가운데 주전자를 올려 햇빛반사열을 이용하여 물을 끓이는 기구가 보인다. 그 곁에 가니 반사열에 눈을 뜨기가 힘들고 귀에는 물 끊는 소리가 들린다. 건조하고 강한 햇빛을 이용한 지혜가 엿 보인다
사원건물이 수십채 있는 가운데 화장실을 찾기가 힘들다. 겨우 냄새를 따라 가보니 역시 남녀구분이
없고 긴구멍이 3개 뚫려 있어 앞 뒤로 나란히 6명이 앉아 볼일을 볼 수 있는 통시다. 내가 먼저
들어가니 물통을 든 한 스님이 웃으며 밖에서 기다려 준다. 불안한 가운데 도 살(?) 만 하다.
고요를 가르고 어디선가 종소리와 나팔소리가 들리더니 법회시간인가 보다. 소리를 쫒아 가보니 법당에 많은 스님들이 모여 염불을 외는데 우리의 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두줄로 길게 마주보고들
앉아 야크젖으로 만든 유지차를 앞에 두고 염불을 외는데 어깨를 흔들며 스님들이 하품도 하고 관광객인 우릴 쳐다보기도 하고 물도 마시고 잡담하며 아주 자연스럽고 편해 보인다.
그러다 다시 염불하고, 아마 여긴 장남은 일정기간 절에 보낸다더니 종교자체가 생활이라 우리완
의식이 다른가 보다. 우리의 절이라면 벌써 반장스님에게 죽비로 몇 대 씩은 정신맛사지를 받았을
터인데. 기념품 가게에서 마니차를 돌리는 라마승 모양의 인형을 사고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을 돌아
내려와 주차장에서 화를 기다리는데 어디서나 바쁠것이 없는 느림보 화는 우릴 한없이 기다리게 한다.
산 아래를 내려보니 편안하다. 고층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절은 1951년 중국 침입전엔 한 때 만명이 넘는 승려가 머물던 세계에서 제일 큰 사원 , 큰 대학을
겸하고 있었고 의학전문이란다. 그래 그런지 절 옆에 병원이 있고 대문을 들여다보니 스님들이 흰
가운을 입고 마당을 거니는 모습이 보인다. 내 친구는 한때 아들을 티벳으로 중의학 공부를 시키려
유학을 생각하기도 했단다.
소개책자를 보니 며칠 전 티벳박물관에서 보던 고대의 외과 수술용 기구가 생각이 났다.
땅에 퍼질러앉아 엽서를 쓴다. 여행가서 보내는 엽서라! 여기서 부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오는 길에 한국식당 ‘아리랑’에 가서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먹었다.
생각 외로 김치생각은 많이 안 나지만 숙소에 가면 또 라면을 먹어야 하니까, 싫다. 대장 화 가 숙소
아줌마를 구슬려 압력솥을 빌려 밥을 해두면 우리들은 각자 알아서 밥을 먹는다. 집에서 가져온 밑반찬은 바닥이 나서 거의 한가지 반찬으로. 친구들은 외출 후 들어 올 때면 사과나 포도 등을 사와서
나누어 먹는다.
배낭 전문가인 화는 한국에서 라면 두 박스와 큰 가방 가득이 과자 등을 사와서 아직도 먹고 있다.
화는 여행가면 그 나라의 민속공연은 꼭 본단다. 알아보니 민속공연은 근처의 식당과 나이트, 두 군데서 볼 수 있단다. 임포에 물어보니 식당공연이 없다기에 나이트를 가야하는데 우리중 술 먹는 사람은 나 혼자라 화가 나에게 묻는다.
얼 만큼 술을 마실 수 있냐고. 나? 맥주 세잔! , 천천히 마시면 세병!.
티벳은 고원지대라 술을 마시면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 고산증세가 심해진다 하여 술을 마시면
안된다고 책에 써있다. 그런 이유로 관광지 중에 가장 건전한 동네라네.
다행히 근처 ‘샹그릴라’ 라는 민속공연하는 식당을 수소문하여 나의 술상무 역은 피할수 있었다.
그런데 1인당 50元 이상 먹어야 공연을 본단다. 죽 한그릇이 1元인데...흥정을 하는데 손님 중
한국인이 나와서 ‘저희는 30元어치 먹으면 된다더니‘ 라고 바가지를 벗겨준다.
공연 보려고 할 수없이 비싼 음식을 시키고 이미 김치찌개로 배가 부른 나는 라싸 맥주를 한 병 시켰다. 11도 인데 안 시원하다. 직원인 듯한 공연자 세명이 간단 간단한 노래와 춤을 웃는 큰 입으로
선 보인다. 너무 짧은 공연에 약간 본전 생각이 났다.
우리의 칭짱기차표 7장 중 5장은 다행히 여행사에서 본전에 팔아주어 나머지 두장만 팔면 된다.
공연 보고 가는 길에 식당 앞 게시판에 기차표 광고를 부쳤다. 광고판에는 배낭족들의 다양한
광고와 쪽지등이 만국어로 써 있어 하나의 구경거리였다.
내일은 마지막 날 . 라싸 도착 후 약 일주일 이상 적응해야 만 갈수 있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남쵸호수에 간다.
종일 자전거타고 우리가 간 드레풍사원 매표소까지 끙끙대며 왔었는데 입장료가 50元 이라고
사원에는 들어오지 않고 다시 세라사원 입구까지 갔다온 아이들은 엉덩이도 아프고 팔 전체가
화상 입은 듯 빠알갛게 타서 따가워한다. 민지에게 오이를 붙여주고 남은 오이를 내 얼굴에도
붙이고 잤다.

(시계방향으로 한번 돌리면 통안의 두루마리경전을 한권 읽는 셈이란다)
(햇빛이 주전자 물을 끊인다)









(탱화를 그려서 판다)

(식당의 민속공연)

-계속
첫댓글 조용한 절간에 가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