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 USB 영상 속에서 백부님이 서예가로서 받으신 수많은 표창장이 흘러나왔다. 맏아들인 큰형님의 인사와 미국서 온 사촌 형님의 축사가 이어졌고, 케이크 커팅과 샴페인 축배로 정점을 찍었다. 특히 망치로 딱딱한 케이크를 깨트리자 그 안에서 비닐에 돌돌 말린 5만 원권 지폐 수십 장이 쏟아져 나오는 이벤트는 단연 압권이었다. 1부의 대미는 온 가족이 제창한 〈어버이 은혜〉였다.
뷔페 식사와 함께 정겨운 담소가 오갔다. 15년 전, 성남시 운중동에서, 조카들까지 66명이 모였던 추억을 떠올리니 감회가 새로웠다. 국내와 멀리 미국에서 바쁘게 살다 모인 우리 UOT 가족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 오죽하면 내가 “만나면 30분, 헤어질 땐 2시간”이라는 멘트를 날렸을까.
2부 순서는 큰형님 부부의 〈아빠의 청춘〉으로 화끈하게 문을 열었다. 최근 딸이 논설위원이 된 경사를 맞은, 미국 사촌 누님 부부는 금테 안경을 맞춰 쓰고 나와 멋지게 노래를 뽑았고, 작년 말에 아들을 장가보낸 여동생은 “시어머니 역할 하느라 고생한다”는 나의 소개에 오기택의 〈고향무정〉으로 화답했다.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끈 건 로또 복권 퀴즈였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성함은?”이라는 질문에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사촌 누님이 정답을 맞혀 ‘1억 원 가치의 로또’를 거머쥐었다. 이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낳은 자식들 이름을 순서대로 나열하라는 퀴즈는 ‘옥휘’, ‘두휘’... 막내 ‘건휘’까지 완벽하게 맞춘 춘휘 고모님께 돌아갔다.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카톡방에서 이모티콘을 날리며 소통하는 세련된 고모님의 노익장은 정말 대단했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백세의 청춘! 백부님은 재작년까지도 자전거를 타고 서예를 배우러 다니시던 분이다. SBS-TV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셔도 무방할 기력으로 찬송가 4절까지 독창하시더니, 두 고모님과 함께 무대에 서셨다. 나는 “세 분의 나이를 합치니 무려 350년!”이라고 익살을 부리며 박수를 유도했다.
흥에 겨운 사촌들이 무대로 쏟아져 나와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자, 나는 “여기는 카바레가 아닙니다!”라고 소리쳐 좌중을 폭소케 했다. 나훈아의 〈사내〉를 떼창하고, 남동생의 현란한 막춤까지 더해지니 잔치 분위기는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3시간에 걸친 연회가 끝난 후 마지막 단체사진 촬영 시간, 나는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좌로 우로 뛰어다니며 ‘파도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다음 공연 스케쥴 때문에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라며 퇴장하는 제스처를 취하니 모두가 배꼽을 잡았다.
집으로 돌아와 UOT 카톡방을 열어보니, 수백 장의 사진과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모인 UOT 가족들! 반가운 만남과 정겨운 인사, 행복한 웃음꽃, 많은 덕담들, 푸짐한 식사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사촌 형님). ‘큰아버지 잔치 기다렸는데 벌써 끝나다니! 마음은 아직도 라마다 호텔에 있어요’(사촌 누님). ‘남편이 저보고 장가 하나는 정말 잘 왔대요. 우리 가족 정말 국가대표급 정情이에요!’(여동생).
따뜻한 답글들을 읽으며 미소 짓는다. 백 년의 세월을 꿋꿋이 버텨온 한 그루 큰 나무(UOT) 아래서, 우리는 그렇게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묶였다.〈나그네 인생 이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