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는 다 잊어버리기 쉬운 것 같애. 코로나라 거희 집속에서만 생활하고 더군다나 학교도 안 다니니까 10기라는 공동체 속에서 지낼 때 일어났던 격정적인 느낌들이 뭐였는지 희미해지고 그냥 무난했던 학교생활~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어 그런데 너네가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엄청 엄청 크다는 게 느껴져서 새삼 신기하고 좋다. 졸업하고 지금은 계속 집➡️학원➡️집➡️학원만 반복하고 살아. 아무도 나보고 새로운 사람들이랑 관계를 맺으라 강요하지 않아서 완전 솔로 라이프야.. 몇몇이랑 계속 연락하면서 그냥저냥 밍밍한 일상을 살고 있어. 금산간디중학교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는지, 내 약점이 뭔지, 내 밑바닥까지 알게 되잖아 학교를 안 다니니까 그런 것들이 다 희미해지고 완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일단 지금은 예전보다 더 내 관계도 심리도 안정적이고 아주 큰 걸 하나 깨닫기도 했거든. 결국 내가 원하고 원하지 않았던 최악의 결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거야 그걸 알게 되니까 몸이 허겁지겁 움직이더라고 그렇게 준비라는 걸 할 수 있게 됐어 여태까지 준비하지 않았던 이유는 준비하는 순간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얼마나 더 채워둬야 하고 챙겨둬야 하는 사람인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게 되는 게 너무 공포스러워서였어. 그래서 아닐 거라고 난 충분하다면서 그걸 외면했는데 결국 내 빈 부분이 일을 망치더라. 그 때 너무 힘들어서 몸이 안 좋고 눈물도 한 방울 안 나왔어. 그러다가 어떤 날에 침대 속에서 미친듯이 눈물이 나오고 그랬어. 그래서 나는 이제 긴장을 하면 허겁지겁 몸을 움직일 수 있어. 새로운 공동체에 들어간다면 중학교 때와는 다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가능한 만큼 단점들을 개선하고,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단점은 솔직해짐으로서 용서를 받고, 엄청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나를 가리고, 자잘한 빈 부분들을 메꾸고, 데체할 것을 찾아 둥글어지는 것. 그 정도만 해도 미움받지는 않는다니까, 어처피 그 정도밖에 할 수 없다면 그 정도를 빨리 받아들여야겠지 10기 글이라는데 내 얘기만 하게 되네. 너희들이 에세이에 10기 얘기를 쓸 때도 나는 내 얘기밖에 안 떠오르는게 짜증났는데 그건 내가 10기 사이에 있어도 외로운 감정을 느껴서인 것 같아. 나에게는 그 정도의 관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뭐라 쓸 말이 없는 거야. 여전히 10기여서 사랑한다는 고맙다는 말이 안 와닿아. 내가 10기한테 절대적으로 의지한 적도, 10기가 나를 온전히 이해한 적도 없는 것 같아. 너희들이 나한테 마음을 주었다는 게 느껴지고 그걸 믿지만 그래도 외로웠어. 누군가에게는 정성스럽게 엄청 긴 장문의 편지를 쓰고 나에게는 별 내용 없는 몇 줄짜리 편지를 쓴 애들을 보면서 외로웠어. 한때 친했었던 애한테 나와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고, 10기 중에서도 사랑할 수가 없다고 앞으로도 안 좋게 생각할 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을 때는 걔가 너무 너무 증오스러웠어. 그 뒤에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는 걸 보고는 허탈했고. 내가 만만해서 그렇게 약하고 충동적인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 건가? 싶어서 배신감이 들었어. 졸업식 때 나는 슬퍼서 눈물이 나왔지만 솔직히 한편으론 빨리 집에 가고 싶었어. 그래서 눈물이 나왔을 때 기뻤어 안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아서. 영상에 집에 가고 싶은 얼굴이 안 나타나게 최대한 많이 울었어 하나도 남기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누구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끝까지 최대한 거짓말을 했어. 에세이에서 애를 먹고, 마음 나누기 때 애를 먹었지만 최대한 숨겼어. 말 정리를 엄청 잘 했는데 처음으로 말이 제데로 안 나왔어. 내가 뱉은 솔직한 한 마디에 내가 너희에게 느끼는 감정이 묻어나올 것 같아서. 내가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꼈던 공동체가 너희고, 나는 사람이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니 너희와 함께 하는 시간도 좋아. 어정쩡하게 끼워져있는 것 같아도 끼워져있다는 게 느껴지면 좋아. 마음 한 켠이 불편한 채로도 너희랑 많은 것을 나누었고, 그 순간순간에 진심 대 진심으로 마주했던 순간들이 있었어 그럴 때 난 좋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10기를 사랑한다고 못하겠어. 선배들의 논문을 보면서, 감동적이고 후련한 성장 스토리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랬었어 그것에 끝까지 집착하고,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님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나는 너희에게 솔직하지 못한 채로 후련하지 못한 채로 졸업을 했던 것 같아. 솔직해지는 것부터 내 전부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했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못했어. 그래야 바뀔 수가 있는데.. 그래서 논문도 에세이도 아쉬워. 졸업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난 그냥 솔직하게 너희 곁에 있으면 외롭다고, 나는 노력하는 게 준비하는 게 그냥 힘든 걸 넘어서 무섭다고, 죽을 것 같다고. 너희한테 미움 받고 있는 것 같아 무섭다고 직접 내 입으로 말했을 것 같아. 만약 한 번 더 너희 같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솔직해지려고. 정말 어쩌라고 싶은 글이지만 너희가 날 사랑한다면 그렇게 안 받아들여질테니까. 이 말이 쓸모있는 말이 되는 게 사랑하는 관계라니까 얘기해. 별로 와닿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다 생각하지만.. 나는 계속 10기라는 관계가 이어졌으면 좋겠어. 우리가 더 성숙해지면서 새롭고 깊은 인연을 맺을 것을 기대해. 내가 사는 세상에서 계속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을게 너희도 잘 지내길 바랭...,, 안녕!
그랬구나, 3년을 지냈어도 잘 몰랐던 것들을 알게되었네, 반갑다~! 다시 한번 이런 친구들을 꼭 만나게 될 거야, 그땐 너의 바램대로 될 것이고, 그리고 10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너를 사랑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허겁지겁 몸을 움직이는 수현이를 상상해본다. 사랑한다!
첫댓글 수고했어. 수현아
ㄱㅅ
혼자서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나중에 만나면 다 얘기해줘. 나도 더 듣고 싶어! 그리고 나중에 작사 작곡 하는 법 알려줘라! 너 노래 부르는 거랑 노래 만드는 센스는 정말로 닮고 싶거든 ㅋㅋㅋ되몀은 나중에 노래도 만들고 같이 부르자
그랭.......!!! 잘지내공,, 나중에 꼭 봤으면 좋겠다😂😂😂
그랬구나, 3년을 지냈어도 잘 몰랐던 것들을 알게되었네, 반갑다~! 다시 한번 이런 친구들을 꼭 만나게 될 거야, 그땐 너의 바램대로 될 것이고, 그리고 10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너를 사랑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허겁지겁 몸을 움직이는 수현이를 상상해본다. 사랑한다!
😍😍😍
너한테 모나게 말했던게 자꾸자꾸 생각나서 너무 미안해 . 진짜진짜로 !!! 어..나는 너가 좀 느릿느릿해도 사랑해 지금도 사랑해 10기를 사랑 했을때 부터 사랑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