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 여행(2) 소운/박목철
맛과 멋,
직장에 다니며 호남 지방으로 출장을 다니는 일이 잦아 저변에 깔린 문화를 살펴볼 기회가 많았다.
분재를 잘 가꾼다거나, 그림이나 잘 쓴 글씨를 담은 족자를 철에 따라 바꿔 건다거나 하는 것은 다른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지만, 호남 지방에서는 웬만한 민가에서도 흔히 보게 되는 일상이었기에
호남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 -문화가 있는 지방이구나!- 하고,
* 순천만은 멋진 갈대밭이 펼쳐져 있고, 국가정원이라는 멋진 정원도 있고, 훌륭한 맛집도 많다.

특히 음식에 관한 한 호남의 맛깔스러움은 비교 대상이 없을 듯도 싶다.
시골 벽지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민박 주인에게 부탁한 한 끼도 그 맛깔스러움은 고급 식당이 무색할
정도였으니, 호남으로의 출장은 일단 어디를 가건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좋았다.
(영광에 파견 나간 대구 출신의 직원이 본사에 들렸기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라고 권하니
"가다가 먹겠습니다. 전라도 음식 정말 맛 하나는 죽여 주더군요") 영 호남인이 솜씨는 달라도 입맛은
같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옛날 맛 보았던 남도의 풍성한 밥상에 대한 추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길에서 찾았던 식당을 대충 꼽아보면 순천만의 꼬막 정식, 선운사 앞에서 먹은 더덕 정식,
향일암 인근의 갈치조림 정식, 여수 충무공 광장 근처의 김치찌개 백반 등을 들 수 있겠다.
(세 끼 정도는 화개 쪽으로 넘어가 경상도에서 식사한 셈이고, 간단하게 때운 끼니는 기억에 없다)
호남인들은 꼬막을 즐겨 든다는 사실은 평소에 호남 지인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깨끗이 손질한 꼬막을 데쳐서 깐 후 꼬막 껍질에 하나씩 올려 양념장을 얹은 꼬막을 대하고는 낯선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손과 정성이 많이 간 음식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음식이 꼬막이고,
더덕구이는 강원도 사람들이 즐겨 먹던 음식으로 호남지방에서 더덕구이를 먹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던 음식이다. 갈치조림은 바닷가이니 당연히 있을 법한 음식이지만, 갈치조림이 호남 음식
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여수에서 맛본 김치찌개 또한 생각지도 않은 음식이라 하겠다.
전라도 김치는 젓갈이 많이 들어가 곰삭은 감칠맛은 생김치에서의 맛이지 끓이면 텁텁해서 찌개로는
적당하지 않은 음식이기에, 어떤 맛?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음식이기도 했다.
꼬막이라는 단일 식자재로 무침, 전, 회 등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는 것은 호남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호사라 아니 할 수 없고, 선운사 앞 식당에서 맛본 더덕구이 또한 푸짐한 호남 음식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향일암 인근에 자리한 갈치조림 백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요즘 갈치조림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호남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고, 맛 또한 수준급
인 곳이 많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더니, 호남 하면 부식으로 나오는 밑반찬에 감탄하게 되는데
갈치조림집에서는 소문 값을 하는 탓인지 밑반찬이 아주 부실해 이곳이 호남인가? 싶게 실망이 컸다.
여수 거북선 광장 인근에서 먹은 김치찌개는 맛도 훌륭할 뿐 아니라 호남 인심을 확실히 보이는 곳이었다.
계란 후라이를 2개씩 주고도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라는 당부까지 있었다.
* 순천만에서 맛본 꼬막 정식의 푸짐한 밥상,

더덕구이 정식, 역시 호남스럽게 식탁이 풍성하고 맛도 좋았다.

* 향일암 인근의 꽤 알려진 갈치조림 식당의 상차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여수 거북선 광장 근처의 김치 찌개 전문식당의 상차림, 인심도 좋고 맛도 일품이었다.

호남도 옛 호남이 아니더라,
돌산대교 밑으로 해가 지고 나면 낭만포차라는 포장마차 촌이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루며 성업 중이다.
타지방은 코로나로 인한 불황으로 한산하지만, 여수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 안전지대라는 소문
탓인지 관광객이 몰린다고 했다. 마스크도 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환한 불빛 밑에서 젊음을 즐기고 있었다.
같이 어울려 보려고 포장마차를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음식은 모두 퓨전 음식 일색으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자리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어디 가서 삼합에 막걸리나 한잔 더하자"
* 앞에 보이는 거북선 펜션에서 일박했다. 낭만 포차 촌에 이웃했고, 돌산 대교를 마주하고 있다.

* 종업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술마시는 이들은 코로나를 의식하지 않는 듯 자유스런 분위기였다.

* 낭만포차에서 시킨 안주, 전라도 음식다운 맛이 없었지만, 소주의 이름에 반해 한병을 뚝딱 마셨다.

택시를 타고 시내에 나왔지만, 삼합을 하는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부탁했다. "삼합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돌아온 대답은 "요즘 삼합 하는 식당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재래시장에 있는 먹자 포장마차 촌이 그런대로 괜찮다며 안내하더니 내릴 때
친절한 조언까지 곁들였다. -2*호에서 2*호까지가 음식 솜씨가 좋은 원조이니 그리로 가시라고-
이곳에도 삼합은 없었다. 하지만 낚시로 건져 올렸다는 생소한 여러 물고기를 맛볼 수 있었고,
단골인듯한 옆자리 토박이 술꾼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낯선 음식과 낯선 이들과의 대화도 한몫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 않은가?
얼큰히 취한 눈으로 바라보는 바다도 아름다웠고, 낯선 이들의 사투리도 정겨웠다.
코로나로 주눅 들어 웅크렸던 어깨가 활짝 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은 행복한 것이다.
* 조영남의 노래 때문에 떳다는 화개장터, "노래는 멋있지만 가보면 그래요" 조영남이 그랬다던가?

* 화개 장터로 넘어와서 점심으로 시킨 국밥은 몇 숟갈을 뜨고 포기했고,
저녁은 뭘 먹을까 걱정하다가 지방색이 없는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짜장을 시켜 먹기로 했다.
손바닥만 한 땅이라고 하건만, 어찌 음식 맛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혀를 탓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놈의 혀가 문제여!
* 여수 장터 포장마차에서 먹은 생선구이, 낚시로 잡은 고기란다. 남은 걸 싸와서 집에서 잘 먹었다.

- 여행에서 느낀 큰 줄거리만 표현하였습니다. 한 두 편 더 소개할 예정입니다.
첫댓글 "손바닥만 한 땅이라고 하건만, 어찌 음식 맛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혀를 탓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놈의 혀가 문제여!" ㅎㅎㅎ 형님의 혀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조그만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방의 음식 맛이 많이
다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네요. 특히 좌우로 붙어있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입맛이 상당히 차이 난다고 이야기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라도와 경상도는 유럽의 이태리와 독일과
비교되는 나라들이지요.
이태리는 친화적이고 말이 빠르고 예술감각이 뛰어나며
음식이 잘 발달되었지만, 독일은 음식이나 예술보다는 좀 투박한 언어와
공업이 발달되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라도 같은 이태리와 경상도 같은
독일의 비교와 좀 비슷한 면이 있지요. 여하간 각 지방마다 장단점은 있게
마련인지라 어느 곳이 훨씬 우수하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음식만큼은 쌀을 비롯한 농업이 발달된 전라도가 우리 입맛에
더 어필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네요.
형님, 오늘도 장맛비와 코로나도 이겨내시고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리피터님, 반갑습니다.
이태리와 독일이라는 비교는 아주 적절한 것 같습니다.
경상도는 좀 남성적이고 투박한 면이 있지요,
삼국이 통일된지 천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구려, 백제, 신라로
의식이나 풍습도 같지 않다는 사실이 놀립기도 합니다.
지구촌 시대로 국경도 의미를 잃어가는 추세이니 지역적 특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고유의 맛이나 인심은 지켜갔으면 하는 바램이고요,
예전에 비하면 맛이나 인심이 줄었지만 아직은 그래도 상위권이라
여행이 즐거웠습니다.여행은 볼거리 먹거리가 으뜸 요소이지요,
답답한 현실에서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리피터님,
밑반찬이 푸짐해서 좋긴 한데
다 먹지 못하고 나올때는 아깝
기도하고 환경도 생각하게 됩
니다.^&^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표준식단제라 하여 많이 간소해 졌습니다.
우선 반찬의 양이 많이 줄어 먹던 음식이 다시 밥상에
오르는 일은 사라진 것 같더군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광석님,
꼬막정식 ... 가격이 얼마 하나요?
제가 계산을 하지 않아서,
아마 1인 이만 원정도 하지않았나 싶네요,
그래도 먹을 만 합니다.
여수 게장맛이 일품이지요
그렇군요,
아쉽게도 게장은 맛보지 않았습니다.
팔영대교 -- 훌륭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