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M3(F80)에 푹 빠진 적이 있다. M3를 타고 인제 서킷을 달렸는데 아직도 그 쾌감을 잊지 못한다. 한 선배 기자가 그때를 회상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하나 사면 되겠네?” 불가능하다는 걸 그도, 나도 안다. 그래서 선배가 대안으로 추천해준 차가 바로 M340i다. 선배는 M340i를 언급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3시리즈의 최고 스펙 모델이라기보단 보급형 M3로 보는 게 맞을 거야.” 그가 고작 실린더 개수가 같다는 이유로 M340i를 M3 보급형이라고 했을 리는 없다. 그는 자동차 기자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차빠’다.
M340i는 3시리즈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6기통 엔진이 들어간다. BMW 340i 모델에는 직렬 6기통 3.0ℓ 싱글 터보인 B58 엔진이 들어가는데, 이름 앞에 M이 붙으면서 엔진을 손질해 324마력에서 387마력으로, 45.7kg·m에서 51.0kg·m로 높아졌다. 덕분에 4.6초 만에 0→시속 100km에 다다르는 시원한 가속을 맛볼 수 있다. 단순히 숫자만 올라간 게 아니다. 성질도 꽤나 사납고 거칠어졌다. 보통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은 ‘실키식스’라 불리며 매끄러운 반응을 자랑하는데, M340i는 부드럽게 회전하지만 반응은 화끈하다.
어느 정도 격한 반응을 기대했지만 실제 퍼포먼스는 예상보다 얌전하다. 주니어 슈퍼 세단보다는 GT카를 타는 기분이다. 터보 엔진인데 출력이 널뛰는 일도 없고, 서스펜션은 단단하긴 하지만 승차감에 나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이는 컴포트나 에코 모드에서의 이야기다. 운전대 뒤에 달린 패들시프트와 함께 다른 변속 모드(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를 적극 활용하면 정말 M3처럼 화끈하게 탈 수 있다. 태코미터 바늘이 레드존을 향해 달려가고 뒤에선 배기음이 터진다. 가속은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폭발적이며 핸들링은 날렵하고 예리하다. 5000rpm부터는 주체하지 못할 힘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뒷바퀴가 미끄러지는가 싶더니 전자장비가 투입돼 템포를 낮춘다.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코너에서의 서스펜션 반응이다. 헤어핀 구간을 지나더라도 롤링이 적고 승차감에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금세 자세를 잡고 노면을 있는 힘껏 누르며 굽이진 길을 돌아나가는 묵직한 움직임을 보인다. 게다가 속도를 높여도 이런 성향이 계속된다. M 스포츠 서스펜션 덕분인데 일반 3시리즈보다 더 단단한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 그리고 전자식 스포츠 디퍼렌셜이 들어가며 최저 지상고도 10mm 더 낮다(330i에서도 M 스포츠 서스펜션을 선택할 수 있다).
M340i의 성능과 특징은 330i보단 M3에 가깝다. 하지만 가격은 그 반대다. 성능을 얻기 위해선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사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도 존재한다. 두 조건이 대립하며 잠재 구매자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그때 그 선배가 왜 M340i를 3시리즈의 최고가 아닌 M3의 보급형이라고 말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BMW M340i
기본 가격 75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5도어 세단 엔진 직렬 6기통 3.0ℓ 터보, 387마력, 51.0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720kg 휠베이스 2851mm 길이×너비×높이 4709×1827×1425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8.7, 11.8, 9.9km/ℓ CO₂ 배출량 174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