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생경 376. 아바리야 뱃사공의 전생 이야기
어리석은 뱃사공이 저지른 끔찍한 일
如來性 조 명 렬
아주 옛날 옛적의 이야기입니다. 범여왕이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였지요. 깊은 수행을 하고 있었던 한 보살이 수행자(바라문)의 몸으로 태어났습니다. 그 수행자는 어릴 때부터 많은 기술을 배우고 익혔습니다만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해 볼 생각이 별로 없었답니다.
세상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수행자는 결국 출가를 하게 되었고, 설산으로 들어가서 출가인의 생활에 깊은 재미를 느끼고 성실하게 수행을 하면서 설산 생활을 즐겼답니다. 설산에는 과일과 식물이 넉넉했고 출가한 수행자는 시간을 잊을 만큼 오랜 세월을 깊은 수행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어느 날 수행자는
“오늘은 모처럼 바라나시에 내려가서 설산에서 구 할 수 없는 일상생활 용품을 구해 와야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설산에서 내려온 수행자는 바라나시에 위치한 왕의동산에서 하룻밤을 푹 쉬었습니다.
“역시 왕의 동산은 다르구나. 와! 이렇게 따스한 태양이 눈부시게 동산을 감싸주고, 시원한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온갖 초목을 어루만져 주는 멋진 동산이 있다니!”
수행자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잠겨 마음에서 솟구쳐오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이때의 수행자가 만끽하는 즐거움을 불교에서는 법열이라고도 하지요.
하룻밤을 잘 지낸 다음 날 수행자는 법복과 가사를 법에 맞게 잘 갗추어 입고 바루를 들고 바라나시를 돌면서 걸식을 시작하였습니다.
수행자의 걸식하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범여왕은 그 수행자의 흐트러짐 없는 훌륭한 모습에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왕은 수행자를 왕궁에 오래 붙들어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행자를 왕궁으로 초청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 후 말했습니다.
“수행자여!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우리 동산에 오래오래 머물러 주셨으면 합니다.”.
수행자는 범여왕의 뜻을 받아들여 왕의 동산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수행자는 왕을 자주 만날 수 있었고 그때마다 왕에게
“임금님은 모든 악의 씨앗을 뿌리지 말고 항상 자비로운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합니다”
하고 충언을 올리고 왕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수행자는 항상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면서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많은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물론 왕도 수행자가 가까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을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수행자는 '수행자는 한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는데 나는 이 왕의 동산에서 참 오래 머무렀구나. 이제 떠나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수행자는 왕에게 알리지도 않고 홀연히 그 아름다운 동산을 떠나버렸습니다.
왕의 동산을 나온 수행자는 항하수가 흐르는 어느 선창에 도착했습니다.
그 선창에는 아바리야피타라 라고 불리는 멍청한 뱃사공이 있었습니다. 그 뱃사공은 바보 멍청이로 소문이 자자하게 난 사람이었습니다.
멍청이 뱃사공은 승객을 태우기 전에 뱃삯을 흥정하거나 받지 않았습니다. 항하수를 건너려는 승객들을 싣고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운임을 받으려하니까 매번 힘겨운 시비가 벌어졌습니다. 배에서 내린 승객은 배삯을 안주려고 하고, 적게 주려고 해서 매일 싸우고 욕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멍청한 뱃사공은 배를 태우기 전에 운임을 받지 않아 목적지에 이르러서는 시비가 붙는 일이 계속되어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을 계속했습니다.
뱃사공의 어리석은 행동을 듣게 된 수행자는 뱃사공 앞으로 다가 서며 말을 걸었습니다.
“여보게, 뱃사공 나를 저쪽 언덕까지 건너다 주겠나?” .
“수행자시여, 내가 당신을 건너다드리면 배삯은 얼마를 주시겠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돈 모으는 방법, 행복하게 사는 방법, 공덕을 심는 방법을 알려줘서 당신이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알려 주겠네. 그러면 배삯으로 충분하지 않겠나?” .
그 말을 듣고 멍청한 뱃사공은 수행자를 태우고 강을 건너 준 후에 배삯을 요구했습니다.
수행자는 뱃사공에게 말했습니다.
“뱃사공 , 언제나 사람들이 배 타기 전에 뱃삯을 청구하게. 강을 건너버린 사람의 마음은 건너기 전 마음과 다른 것이오. 그러니 언제 어디 있던지 성내지 말고 미리미리 배삯을 먼저 받고 사람들을 건너주면 시비도 없고, 배삯을 떼이는 일이 없을 걸세."
수행자는 미리 말한 대로 뱃삯 대신 돈도 벌고 행복하게 사는 수승한 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멍청한 뱃사공은 수행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수행자여, 그것이 뱃삯이라고? 그런 말은 내게는 필요 없소. 나는 뱃삯으로 돈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어서 운임을 주시오.”
뱃사공이 노발대발 화를 내며 떠들어대니 선창은 또 예나 다름없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수행자는 다시 정중한 음성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말 했습니다
“여보세요, 뱃사공, 나는 내가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당신에게 주었다네. 그 밖에 아무것도 줄 것이 없음을 미리 말하지 않았었나."
그러자 멍청한 뱃사공은 수행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갈기면서 소리쳤습니다.
“돈을 주지 않을 거면서 왜 내 배를 탔어?”
뱃사공이 수행자를 격렬하게 때리고 있을 때 한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뱃사공의 아내였습니다. 아내는 뱃사공의 아이를 갖고 있는 임산부 였습니다. 남편이 수행자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큰 소리로 말렸습니다.
“여보세요, 이분은 우리 범여왕도 존경하는 훌륭한 수행자이십니다. 그런 훌륭한 분을 때리다니, 어서 멈추세요!”
뱃사공은 더욱 더 화가 나서 그의 아내에게 소리쳤습니다.
“뭐라고?, 남편을 못 믿고 이 가짜 수행자를 두둔해!”
화가 난 뱃사공은 말리는 아내에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들고 온 밥그릇이 여지없이 깨지고, 배를 채여서 땅바닥에 쓰러진 아내는 끝내 배속의 아기를 유산하고 말았습니다.
그 소동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저 못된 뱃사공이 사람을 죽였네. 자기 자식을 죽인 살인자야! 참으로 못된 인간이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그를 꾸짖으며 그 뱃사공을 묶어서 임금님 앞으로 끌고 갔습니다. 어리석은 뱃사공이 저지른 일을 이야기 들은 범여왕은 그에게 큰 벌은 내렸습니다.
“어리석은 이 뱃사공이 참으로 불쌍하고 불쌍하다. 수행자의 뜻 깊은 가르침을 따르지 못하고, 자기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처를 해하고 배속의 아이까지 죽게 만들다니, 너의 죄를 이생에서는 씻을 방법이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범여왕은 탄식하면서 뱃사공에게 큰 벌을 내렸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범여왕은 아난이며, 수행자는 부처님께서 인욕보살로 수행하시던 일시의 모습이고, 뱃사공은 범여왕 당시 황하강의 사공이었습니다.
-생각 키우기:
상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귀 기울려 들어야 효과적일까? 아바리야 뱃사공의 눈높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그를 이해 할 수 있을까? 하고 나에게 질문해 본다. 같은 생각과 느낌을 함께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모두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은 그 깊이와 폭을 넓히려면 또 한없이 깊어지고 넓혀 질 수도 있다. 사람은 참 묘한 매력을 가득 안고 사는 것 같다. 그러나 개성도 중요하지만 인성의 뿌리를 흔드는 개성은 뭐라 얘기해야할까?
글쓴이 약력
전북 정읍군 출생
동화“꽃구름” 추천(1978)
제5회 불교아동문학상 수상(1987)
제2회 행원문학상 수상 (1993)
저서『불교동화의 세계』(1984)
『한국불교문학사 입문』공저(1991)
『동심문학의 연구』(1911)
『동심의 세계와 아동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