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던 남자 고등부의 성지고-동성고, 여자부의 남성여고-경남여고는 오랜 기간 쟁쟁한 스타들을 배출해 왔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배구스타 강만수를 비롯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박종찬, 권순찬 등이 성지고 출신이다. 동성고도 이채언, 박삼용, 박선출, 이형두 등 수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출했다. 독일 프리드리히샤펜에 진출해 있는 레프트 문성민도 동성고 출신이다.
여자부의 경남여고는 장소연, 강혜미, 박수정, 김영화, 구기란, 이연주 등을 배출한 스타의 산실이고 남성여고는 김화복, 이은경, 최민주, 김세영, 임효숙, 양효진 등의 국가대표를 배출한 전통의 명문이다.
남성여고와 경남여고는 올해도 첫 전국대회인 동해 무릉배에서 각각 1위와 3위에 오르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배구 도시' 명성 퇴색… 꿈나무 육성·저변확대 주력
그러나 정작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이같은 성과가 신기할 정도이다. 남성여고와 경남여고의 등록선수는 각각 10명에 불과하다. 지난 2004년 남성여중 배구부가 문을 닫으면서 선수 수급이 어려워진 것이다. 현재 부산의 여중 배구팀은 경남여중과 부산여중 단 2곳이다.
그나마 여자부는 나은 편이다. 남중부에서는 동성중과 성지중의 배구부가 차례로 없어지면서 현재 동래중만이 유일하게 배구부를 운영하고 있다.
초등부는 심각하다. 남녀 각각 3개팀이 있지만 대부분 소년체전을 위해 학년 초반에만 '반짝' 훈련하고 있을 뿐이다. 배구선수로서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배구협회 부회장인 황종래 남성여고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을 제대로 발굴해 육성하기 위해선 소년체전 성적보다는 선수들의 상급학교 진학률로 학교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배구협회는 올 한 해 배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6인조 배구가 일반인들이 즐기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9인조 배구대회를 연 1~2차례 개최해 시민들이 보다 쉽게 배구를 접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비치발리볼연맹과 연계해 올 여름 광안리나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비치발리볼 대회 개최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8~9월께 국제대회로 치러지는 한국배구연맹(KOVO)컵이 부산에서 치러지면 시민들의 배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신임 부산시배구협회장으로 취임한 박명훈 대양기전㈜ 대표이사는 "배구도시 부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유소년 장학기금도 대폭 확대해 꿈나무 육성에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