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도 이름도 빼앗긴 '제비집 수프'의 진짜 주인
칼새
'제비집 수프'〈사진〉라고 들어봤나요? 중국에서 최고급으로 쳐주는 요리예요. 풀잎과 진흙을 개어 만든 제비집이 어떻게 고급 요리가 됐을까요. 비밀은 칼새에게 있답니다. 사실 제비집 요리에 쓰이는 새 둥지는 제비가 아니라 칼새의 한 종류인 식용 둥지칼새가 만든 거예요. 겉모습이 제비와 비슷해서 요리 이름도 그렇게 굳어지게 됐죠.
칼새는 수직 절벽에 단백질과 다당류가 잔뜩 든 뮤신이 함유된 침을 해초 등에 발라 둥지를 지어요. 칼새 침은 마르면 아교같이 단단하게 굳죠. 이 둥지를 가져다 조금만 손질해 양념을 더해 끓여낸 것이 바로 제비집 수프예요. 시장에서 칼새 둥지는 1㎏당 200만원에 팔린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칼새 둥지를 이 잡듯이 훑어내 칼새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요.
식용 둥지칼새는 크기 11~12㎝에 몸무게 15~18g으로 제비와 크기가 비슷해요. 수프와 상관없는 바늘꼬리칼새는 25㎝에 184g까지 나가요. 피그미칼새는 9㎝에 5g 남짓해요. 칼새는 벌새와 친척이고 제비는 참새와 친척이에요. 칼새와 제비는 서로 친척 관계는 아니나 고속·장거리·곡예비행을 하는 행태가 비슷해 몸매와 생김새가 비슷하게 닮아갔어요. 이러한 현상을 수렴 진화라고 합니다. 반대로 벌새와 참새는 좁은 지역에 눌러살며 장거리나 곡예비행을 하지 않죠.
칼새만큼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새는 거의 없어요. 칼새는 둥지를 틀 때 말고는 거의 공중에 있는데 어떤 때는 10개월이나 땅에 내려오지 않는다고 해요. 목이 하얗고 꼬리 깃털에 바늘 모양 돌기가 달린 바늘꼬리칼새는 수평 비행 속도가 시속 170㎞나 돼요. 우리나라 여름 철새죠.
칼새는 발을 쓸 필요가 거의 없어 땅에 내려앉는 일도 드물고, 발이 아주 작아 밑에서 발이 잘 안 보여요. 칼새 100여 종을 묶어 말하는 '무족류'는 다리가 없다는 뜻인데, 실제는 다리가 있지만 아주 작아요. 주로 바닷가에 사는 칼새는 해안 절벽에 둥지를 틀어요. 둥지를 지을 때 발로 수직 벽에 매달리죠. 비행에 거추장스러운 발이 작아진 대신 더 날렵하게 날 수 있게 진화한 거예요.
칼새는 시력이 좋아 휙휙 날면서 공중에서 곤충을 잽싸게 낚아채요. 거미, 잠자리, 파리, 진드기, 벌까지 먹어요. 바다로 뛰어들어 30m나 잠수할 수도 있어요. 여러 종류 칼새가 몽골, 중국 북동부, 일본 홋카이도와 시베리아 등에 살고 히말라야에도 친척이 있어요. 유럽 칼새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북서 지방에 살며 아프리카 남부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예요. 몸길이 16~17㎝에 날개를 편 길이가 38~40㎝로 칼새 중에서 비교적 커요. 숲에서는 딱따구리가 만든 둥지에 알을 낳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