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열에 시달리던 곽선생은 병원에서 흉부에 암으로 의심되는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동료들은 모두 한 차레씩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그때마다 '왕단'이라는 여자에 대해 한 마디씩 했습니다
그녀는 소식을 듣자마자 북경에서 당산까지 곽선생을 보러 내려왔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녀가 누구인지
다들 궁금해했습니다
왕단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곽선생의 침상을 지키면서 물이며 약이며 온갖 시중을 드는데
대체 곽선생과 어떤 사이인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두들 왕단에 관한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녀가 곽선생과 머리를 맞대고 체온을 재기도 하고 등 뒤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더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는 정말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곽선생과 왕단이 젓가락과 도시락을 들고
가락을 맞추며 놀았다는 것입니다.
왕단이 몇 번 도시락을 두드리면, 곽선생도 몇 번 도시락을 두드리고 그리고는 두 사람은
이상하게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곽선생의 애인은 두 사람에 대해 전혀 질투를 하지 않았습니다
열흘 정도 지난 뒤 곽선생의 최종 진찰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행히 악성종양은 아니었습니다
얼마 후 곽선생은 환한 얼굴로 다시 출근했습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왕단에 대해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곽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설명했ㅅ브니다.
"왕단은 예전에 옆집 살던 이웃이었죠. 우리 마을에 대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는데 그때
왕단은 폐허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왕단은 두려움에 울고 또 울었습니다. 부모의 시체가 바로 옆에 있었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슬프고 무서웠을지 상상만으로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설상가상으로 여진이 몰려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아 사람들은 너나없이 그곳을 떠나려고만 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떠나지 않았어요. 우리 집에서도 나만 유일한게 살아남았거든요.
나는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 틈새로 아래쪽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죠
"왕단,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그렇지만 내가 위에서 같이 있을테니 무서워하지 마. 알았지?
지금 내가 위에서 벽돌을 두드릴테니 너도 같이 돌을 두드려야 돼.'
그렇게 해서 내가 '탕' 하고 치면 왕단도 '탕' 하고 치고,
내가 '탕탕' 하면 왕단도 '탕탕' 하면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렇게 이삼일이 흘렀죠. 우리 둘 모두 너무 지쳐지만 누구도 그것을 그치지 않았어요
얼마 뒤 다행히 구조단이 도착했고 왕단을 가까스로 구출할 수 있었죠. 그 해 왕단은 11살이었고
저는 19살이었어요."
동료들은 어느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이보다 더 진한 우정이 있을까요?
우리는 두 사람이 사이를 의심하며 추측했던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더불어 두 사람이 했다는
놀이의 의미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의지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두 사람만의 우정의
신호였던 것입니다.
인생의 희망은 늘 괴로운 언덕길 너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첫댓글 우정에 감동입니다~~ 인생의 희망은 늘 괴로운 언덕길 너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감동....
괴로운 언덕길 너머에 저를 기다리고 있는 건 ~~~~ 아! 저기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