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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본풀이(본풀이)는 제주도에서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제상 앞에 앉아서 노래하는 신의 내력담이다. 육지에도 본풀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본풀이는 제주도 무가에 신화의 원형이 잘 보존된 상태로 남아 있다.[1]
[편집] 종류[2]일반신 본풀이 사람의 일반적인 사항을 차지한 신들의 본풀이로 천지왕 본풀이, 삼승할망 본풀이, 마누라 본풀이, 초공 본풀이, 이공 본풀이, 삼공 본풀이, 차사 본풀이, 세경 본풀이, 지장 본풀이, 문전 본풀이, 칠성 본풀이, 군웅 본풀이 등이 있다.
당신 본풀이 각 마을의 당신 본풀이로 송당, 궤눼기당, 토산, 일뤳당, 여드렛당 등의 본풀이가 있다.
조상신 본풀이 각 집안의 행운을 지켜 보호해 주는 신의 본풀이로 나주 기민창 조상 본풀이, 구실할망 본풀이, 광청아기 본풀이, 고대장 본풀이, 양이목 본풀이, 양씨아미 본풀이, 현씨일월 본풀이, 윤대장 본풀이, 이만경 본풀이, 안판관 본풀이, 홍부일월 본풀이, 산신일월 본풀이, 불도일월 본풀이 등이 수집, 채록되어 있다
<태초에 하늘과 땅이 처음 생겨났을때 낮도 밤도 없어 깜깜했다. 이 혼돈천지(混沌天地)에 개벽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갑자년(甲子年) 갑자일(甲子日) 갑자시(甲子時)에 하늘의 머리가 자방(子方)으로 열리고, 을측년(乙丑年) 을측월(乙丑月) 을측일(乙丑日) 을측시(乙丑時)에 땅의 머리가 측방(丑方)으로 열려 하늘과 땅 사이는 금이 생겨났다. 이 금이 점점 벌어지면서 땅덩어리에는 산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리곤 해서, 하늘과 땅의 경계는 점점 분명해져 갔다.
이때, 하늘에서 푸른 이슬이 내리고 땅으로는 검은 이슬이 솟아서 서로 어우러져 음양으로 상통하여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먼저 별이 생겨나고 아직 해가 없을 때, 천황 닭이 목을 들고 지황 닭이 날개를 티고, 인황 닭이 꼬리를 치니 갑을동방(甲乙東方)에서 면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의 옥황상제(玉皇上帝) 천지왕(天地王)께서 해 둘, 달 둘을 내보내어 천지는 활짝 개벽이 되었다.
천지가 생겨나고 인간들이 일어섰으나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하늘에는 해도 둘 달도 둘이 뜨니 낮에는 백성들이 뜨거워서 말라 죽었다.밤에는 달이 두개 뜨니, 사람이든 동물이든 추워서 얼어 죽었다. 생사의 구분이 없어 사람이 부르면 귀신이 대답하고, 귀신이 부르면 사람이 대답하니, 밤이든 낮이든 어지러워 살만한 곳이 못되었다. 천지왕은 세상을 어찌할지 걱정이 끊이지 않았는데, 어느날 해와 달을 하나씩 집어삼키는 꿈을 꾸었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니 쉬멩이라는 고약한 자가 활개치고 있었다. 욕심많고 방자한 쉬멩이는 하늘을 향하여 『나를 이길 자 누구냐』하고 큰소리를 치곤 했다. 쉬멩이는 아버지가 60세를 나는 해부터 하루에 한 끼밖에 대접하지 않았다. 『웬일로 하루에 한 끼밖에 주지 않느냐』
『사람은 한 대가 설흔인데 아버지는 금년으로 예슨 두해째를 사니 너무 많이 살았습니다. 죽어 삼년상에 제사 명절 안 지내도 좋으면 대접을 잘 하겠습니다』 그래서 쉬멩이 아버지는 죽은 후 대접을 안 받기로 하고 산 때 대접을 잘 받고 죽었다.
쉬멩이는 장래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아버지를 바다에 띄워 보냈다.
어느 해 섣달 그믐날이었다. 명절을 맞은 저승의 귀신들은 제사를 받아먹기 위해 모두 이승으로 올라갔는데 쉬멩이 아버지만 혼자 어둠 속에 앉아 흐느껴 울었다. 『어디서 옥 퉁소를 부는 소리가 들리느냐』 괴이하게 여긴 저승대왕이 물었더니 쉬멩이 아버지라는 것이다. 그래도 명절때는 그러는 법이 아니라고 타이르고 올려보냈으나 쉬멩이 아버지는 물 한모금 얻어먹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이를 전해 듣고 노한 천지왕은 쉬멩이를 잡아오라고 군졸들을 보냈다.
그러나 군졸들은 쉬멩이의 집을 지키는 개·말·소따위에 쫓겨 문전에도 못 가보고 돌아왔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천지왕은 쉬멩이를 처벌하기 위해 벽력같이 달려 내려왔다. 그러나 집어귀에 당도하자마자 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달려들어 물려는 개들이 있는가 하면 말들은 발길질을 하고 소들은 뿔로 받으려 했다. 문도 두드려보지 못한 천지왕은 올래밖 멀구슬나무 가지 위에 올라 앉아 군사들에게 열두가지 흉험을 내리도록 했다.
쉬멩이집 부엌에는 갑자기 개미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러나 쉬멩이는 놀라지 않았다. 느진덕 정하님[여자 하인]이 『솥앞으로 개미가 기어 다닙니다』하고 말했다. 『거 뭐 대수냐. 아무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집이 폐가가 된 듯 습기가 차고 「용달」버섯이 무수히 생겨났다. 『솥뒤에 용달버섯이 났습니다』
『허허 반찬이 떨어져 가니 초기대신 용달이 나는구나. 반찬으로 볶아라』 쉬멩이 기세가 죽지를 않으니 천지왕은 솥이 걸어다니게 했다. 『큰 솥이 밖에 나가 엉기덩기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부잣집에서 매일 불을 때 놓으니 더위 먹어 식히러 나갔을 것이다』 그래도 안 되니 천지왕은 가축들이 미쳐 날뛰게 했다. 『황소가 지붕 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부잣집에서 잘 먹이니 힘이 넘치는 모양이구나』 아무리 흉험을 내려봐도 끄덕을 않으니 천지왕은 급기야 쉬멩이의 머리에 쇠철망을 내리 씌워 버렸다. 머리가 깨지도록 아픈 쉬멩이는 아들들에게 머리를 도끼로 내리치라고 말했으나 아무도 감히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종년을 불러 명령을 하니 종년은 차마 주인의 머리를 찍지는 못하고 옆에 있는 대문 지방을 덜커덕 내리찍었다. 도끼를 찍는 서슬에 놀란 천지왕은 엉겁결에 쇠철망을 거두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천지왕은 화덕진군(火德鎭君) 해명이를 불렀다. 해명이는 사람의 모양으로 변장하고 쉬멩이집으로 가서 『곡식과 옷을 준비하여 한 일년 밖에서 생활할 각오로 바람위로 피난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쉬멩이는 『대궐같은 집을 버리고 어데로 나간단 말이요』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다면 칠대도록 쌓은 재산을 모두 거두어 가겠다. 불여막심한 죄를 단 한번에 깨닿게 하겠다』 해명이가 집지붕 네 귀퉁이에서 새 한줌씩을 빼어 천지왕에게로 가니 천지왕은 바람을 일으켜 집에 불을 질렀다. 궁궐같은 집은 삽시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뒤늦게 후회를 한 쉬멩이는 박우왕의 집에 가서 빈 방을 빌려달라고 애걸을 했으나 박우왕은 『실화(失火)한 사람에게는 방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살아갈 길이 막막한 쉬멩이는 가족들을 모아 놓고 『우리는 이제 다 살았구나』하고 통곡을 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천지왕이 나타나 『앞으로 부모 제사날이 오면 경건하게 지내시오.
가난한 사람에게 밭을 빌려주면 병작을 하시오. 죽은 곡식을 빌려주고 받을 때는 여문 곡식으로 받지 마시오. 금전을 타인에게 빌려주어도 이자를 너무 많이 받지 마시오. 노인을 존중하고 아들 칠형제를 잘 가르치시오. 일생을 타인게 부드럽게 대하고 마음씨를 곱게 먹으면 후손들도 안락하게 될 것이요. 나는 천지왕이니 잘 기억하시오』하고 말했다.
천지왕은 하늘로 올라가고 쉬멩이는 천지왕이 지시한 말을 잘 따르니 다시 부자가 되어 오래도록 살았다
천지왕이 「쉬멩이」를 처벌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였다. 박우왕의 집에 들른 천지왕은 저녁밥상을 요구하였다. 저녁 지을 쌀이 없어 박우왕의 딸 총명이가 쉬멩이집에 쌀을 빌리러 갔는데 쉬멩이는 모래가 반이 섞인 쌀을 한 되 빌려줬다. 밥을 먹다가 돌을 씹은 천지왕은
『쉬멩이는 역시 못된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날 저녁 천지왕은 총명이를 자기방으로 보내달라고 청했다. 박우왕이 탄식을 하노라니 총명이가 『저 방에 온 손님이 천지왕이 아닙니까. 천지왕보다 더 좋은 사위감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자진하여 천지왕의 방으로 들어갔다. 천지왕은 『나비가 꽃을 찾는 법이지 꽃이 나비를 찾는 법이 있느냐』하고 야단을 친 후 자신이 총명이 방으로 들어가 5일밤을 묵었다.
쉬멩이를 징치한 천지왕은 하늘로 올라가며 징표로 향나무빗 반토막과 박씨 하나를 두고 갔다. 총명부인은 쌍둥이를 낳고 대별왕·소별왕으로 이름을 지었다. 이들이 나이가 들어 서당에 다니니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 정도로 똑똑했다. 시기한 아이들이 두 형제를 애비없는 자식들이라고 놀려댔다. 아버지가 어디 있느냐고 체근하니 어머니 총명부인은 『너희 아버지는 천지왕이다』 하고 향나무 빗과 박씨 하나를 내줬다. 3월 맑은 날에 박씨를 심으니 무성하게 줄기가 뻗어 하늘 위까지 올라갔다. 두 형제는 9월9일 아침에 향나무 빗을 가지고 朴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넓은 하늘에서 길을 잃어 은하수가에서 노는데 잘익은 복숭아 나무가 있어 천도 2개를 따먹었다. 선녀들이 아이들을 발견하고 천지왕에게 데려갔다. 향나무 빗을 맞춰보니 신기할 정도로 들어 맞아 천지왕은 자신의 아들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천지왕이 지상권을 아들들에게 넘겨주려고 하니 대·소별왕이 서로 이승을 차지하기 위해 다퉜다.
『형님, 우리 그리 말고 수수께끼풀기로 결판을 냅시다』 『좋다. 그러면 어떤 나무는 주야 평생 잎이 아니지고 어떤 나무는 잎이 지느냐』 『동백처럼 짧고 통통한 나무가 잎이 아니지고 속빈 나무가 잎이 지는 법입니다』 『모른 말 말아라. 푸른 갈대는 속이 비어도 잘만 푸르더라. 그러면 동산 위의 풀이 길겠느냐 구렁의 풀이 길겠느냐』 『삼·사월 봄비에 흙이 씻겨내리니 동산의 풀은 짧고 구렁의 풀은 길어지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연유로 사람의 머리털은 길고 발등의 털은 짧더냐』
도저히 형의 지혜를 따를 수 없었던 소별왕은 꾀를 내었다. 『설운 형님, 우리 그리 말고 서로 꽃을 심어 잘 키운 사람이 이승을 차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서 그리 하자』
둘이 꽃씨를 구하여 심어 놓으니 대별왕이 심은 꽃은 벌써 봉오리가 봉긋거리고 소별왕의 꽃은 필 기척이 없었다. 『형님, 볕도 따뜻하고 꽃이 피려면 한참 걸릴 터이니 한잠 자고 일어나십시다』 『그리하자』
대별왕이 잠이 든 사이에 소별왕은 꽃을 바꿔치기 했다. 깨어보니 형님 앞의 꽃은 아우 앞에 가 활짝 피어 있고 아우의 꽃은 형님 앞에서 시들어 있었다. 약속이 약속인지라 대별왕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설운 아우 소별왕아, 이승법을 차지해 들어서라마는 인간에 살인·역적 많으리라. 도둑 많으리라. 남자는 자기 아내 두어두고 남의 아내 우러러보기 많으리라. 여자도 남의 남편 우러르기 많으리라. 나는 저승법을 마련하마. 저승법은 맑고 청랑하리라』
이승에 내려와보니 해와 달이 둘이요. 짐승과 나무와 풀이 말을 하고 사람과 귀신이 섞여 너무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아무리 고민해도 정리할 방법이 없어 소별왕은 대별왕에게 이승을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별왕은 무쇠를 녹여 큰 활을 만들어 이승에 내려왔다. 그리고 두개의 해와 달을 하나씩 쏘아 떨어뜨렸다. 그랬더니 낮은 너무 덥지도,
밤은 춥지 않았다. 다음으로 송피가루를 모아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다. 그러자 사람이 아닌 것들은 모두 말하기를 멈추고 사람만이 말할수 있어 더이상 시끄럽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대별왕은 사람처럼 생긴 것들을 모두 불러다가 저울에 무게를 달아 몸무게가 없는 것들은 모두 귀신으로 만들어 모두 저승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소별왕에게 이승을 잘 다스리도록 부탁하고 돌아갔다. 대별왕은 저승을 공명정대하게 다스려 항상 조용했다. 그러나 소별왕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엉터리로 다스려서 이승은 언제나 시끄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단군 신화를 최초의 신화로 여기며,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천지창조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 왔다. 그러나 그 이유는 조선 시대, ‘혹세무민’이라 하여 유학자들이 모두 소멸시켜 버리려고 하였기 때문에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창세 신화는 아니지만, 제주도의 ‘초감제’라는 제의 절차에서 구연되는 창세 신화가 아직까지 구전되고 있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의 천지창조 신화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제주도 서사 무가 중에서, 우리 조가 조사한 ‘천지개벽, 창세 신화’가 들어 있는 부분은 큰 굿의 맨 처음 차례인 ‘초감제’ 때에 불려진다. 세계적으로 천지개벽 신화는 드문 편이다. 이스라엘의 구약 성경에서는 창조주인 신의 말씀으로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하고,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신화에서는 붙어 있던 하늘과 땅이 강제적인 힘으로 떨어져 천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중국의 천지창조 신화는 혼돈이 사라지며 세상이 개벽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천지창조 신화에서는 강제적인 힘이나 죽음, 소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천지의 조화에 따라 세상이 개벽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천지개벽 신화는 우주 천지의 만물과 신,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창조 신화가 우주 창조, 신 창조, 인간 창조의 신화소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천지의 ‘조화’, 이것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신화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 전개될 본론 부분에서, 천지개벽 신화를 담고 있는 ‘초감제’와 ‘천지왕본풀이’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II . 본 론
1. 제주도의 신화와 굿
제주도의 신을 말할 때 흔히 ‘1만 8천 신들’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실제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그토록 많음’을 뜻하는 상징적인 기호이다. 제주도는 신화의 섬이라 할 정도로 많은 신화가 전승되는데, 제주도만의 정체성을 견지하면서 섬 자체의 환경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아 고유의 생각을 전개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창세신화를 심방(무당)의 굿에서 체계적으로 전승하고 있다. 제주도의 신화는 사제자인 심방, 심방의 신을 믿고 있는 단골, 이들을 지속적으로 연결시키는 창세과정에 나타난 신들이 삼위일체로 만나는 살아있는 신화이다. 김헌선, “<베포도업침․천지왕 본풀이>에 나타난 신화의 논리”, [비교민속학회] 제 28호 p. 241.
제주도 신들의 이야기는 제주의 굿을 통해 그 내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제주도에서는 신들의 이야기를 ‘신화’가 아니라 ‘본풀이’라고 한다. 본풀이는 말 그대로 ‘본(本)을 푸는 것’이다. 이는 굿을 할 때 부르는 굿본으로 굿법이며, 신법이고, 저승법이며 우주적, 신의 질서이다.
더불어 제주도 무속신화인 ‘본풀이’ 속에는 제주사람들의 상상력과 문화, 제주사회가 품고 있는 규율과 법칙, 가치체계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신화를 향유하는 신앙민 집단의 미의식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제주도의 본풀이, 곧 신들의 이야기 속에는 ‘개벽신화’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벽신화가 전래되고 있는 곳은 제주도뿐이다.
우리나라에는 그 동안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신화인 천지창조, 인간기원, 농경 및 불의 기원, 죽음의 기원신화 등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제주도 큰 굿내에 나오는 신화들은 우리민족도 이런 신화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해준다. 또한 제주도 굿에는
우리 민족이 보유했던 큰 굿의 본래적 모습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제주도 창세신화 연구를 토대로 우리 본토의 것을 재구성해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제주도 창세신화의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고, 이를 보존하고 재구성하는데 노력해야 할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수자, “제주도 무속과 신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1988학년도 박사학위 청구논문, p.3~5
I. 서 론
II. 본 론
1. 제주도의 신화와 굿
2. 초감제와 베포도업침
3. 우리나라 천지개벽 신화의 특징
4. ‘천지왕 본풀이’의 심화 뜻 풀이
5. ‘천지왕 본풀이’의 공통적인 서사 구조
6. ‘천지왕 본풀이’의 국문학사적 의의
7. ‘천지왕 본풀이’의 재구성 및 비판
III. 결 론
IV. 참고문헌
- 서대석. {한국 신화의 연구}. 서울:집문당. 2002 - 김헌선. [<베포도업침 천지왕 본풀이>에 나타난 신화의 논리]. {비교민속학}. 2005.2 - 황루시. [巫俗의 天神儀禮에 관한 硏究] . {비교민속학}. 2002.2 - 이수자. [제주도 무속과 신화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청구논문, 1988 - {충청타임즈}. 2006년 12월 08일자 연재. '반기성의 신화속의 날씨' - 인터넷 홈페이지 <율하사랑방> http://www.yulha.org/bbs/zboard.php?id=yulha_sarangbang&no=74. '우리 창세神은 우주거인 '미륵'' - 인터넷 홈페이지 네이버 지식in http://kin.naver.com/open100/db_detail.php?d1id=6&dir_id=602&eid=MNn2wELmorAg9BZPeT3xW3ACEWFLj4qW&qb=wabB1rW1IMO1wfaws7quIL3FyK0 - 네이버 블로그 '별은 높아서 비를 맞지 않는다' http://blog.naver.com/sadfog?Redirect=Log&logNo=120003433541
단군신화를 공유하는 것은 우리민족을 특징짓는것중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단군신화는 우리민족 최고의 신화라고 할수 있다. 제주도에는 단군신화와 비견되는 모흥혈(=삼성혈)의 신화가 있다. 이러한 신화를 건국신화라고 한다. 신화의 갈래중에 건국신화보다 격이 높은 신화는 창조 신화이다. 제주도에는 제주도만의 창조신화가 있다.
인간이 살고 있는 곳에는 신화와 전설이 있게 마련이다. 신화는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근원적 의문에 답을 주기도 하고 민족적 자긍심과 사회통합을 부여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또한 신화와 전설에는 민중의 좌절이나 염원, 저항이 담기기도 한다.
제주도는 1만8천 신들의 땅이라 불릴 만큼 신화와 전설이 많다. 작은 섬 임에도 개벽신화를 갖고 있을 정도로 신화의 스케일이 크고 갈래가 다양하다. 우리말에서 신화는 본풀이 라고도 한다. 즉 근본을 푼다는 것으로 굿에서 제의를 받는 신에 대한 해설이나 신내림을 비는 노래 또는 굿 자체를 이르기도 한다. 제주의 여러 신화 가운데 천지개벽을 표현한 신화는 ‘천지왕 본풀이’ 이다.
천지왕 본풀이 요약
맨 처음의 세상은 혼돈 그 자체였다. 하늘과 땅이 서로 붙어 있었고 암흑천지였는데. 갑자년 갑자월 갑자시에 개벽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이 나뉘고 산이 솟았다. 하늘에선 푸른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검은 이슬이 솟아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견우성 직녀성 노인성 북두칠성과 같은 별이 생겨났다. 하늘에는 구름이 피어났다. 천황닭과 지황닭 인황닭이 홰를 치고 울자 빛이 나타나며 천지가 개벽되었다.
천지는 개벽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짐승도 초목도 말을 하고 인간과 귀신의 구분이 없었다. 사람을 부르면 귀신이 대답하고 귀신을 부르면 사람이 대답했다. 하늘엔 해도, 달도 두 개였다. 이렇게 천지의 혼돈이 바로잡히지 않았던 시절, 하늘의 천지왕은 해와 달을 먹는 꿈을 꾸고 이를 태몽이라 여겨 지상에 내려와 총맹부인과 결합한후 박씨 두개를 정표로 남기고 하늘로 돌아갔다. 이후 총맹부인은 아들 쌍둥이를 낳았으니 곧 대별왕과 소별왕이다. 이들이 자라나 아버지를 찾자 총맹부인은 천지왕이 정표로 준 박씨를 내준다.
대별왕과 소별왕이 박씨를 심자 넝쿨이 하늘나라로 뻗어 올라갔고 형제는 줄기를 타고 하늘나라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천지왕은 두 형제에게 이승과 저승을 나누어 다스리도록 했다. 꽃 피우기 내기에서 이긴 형 대별왕이 이승을 차지할 것이었는데, 잠자는 동안 동생이 꽃을 바꿔치기하는 바람에 동생인 소별왕이 이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소별왕이 이승에 와 보니 하늘에는 해도 둘, 달도 둘이 떠서, 낮에는 더워서 죽을 지경이고 밤에는 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사람과 귀신이 뒤섞여 있었고, 초목과 새와 짐승이 말을 하여 혼란스러웠다. 동생은 형에게 부탁하여 해 하나와 달 하나를 활로 쏘아 동해와 서해에 빠트리니 지금처럼 해와 달이 하나가 되고 살기가 편해졌다. 인간과 귀신은 무게를 달아 백 근이 넘는 것은 인간, 백 근이 못 되는 것은 귀신으로 갈라놓았다. 송피가루를 세상에 뿌려 이를 먹은 초목과 짐승의 혀를 굳도록 만들어 인간만이 말을 하도록 질서를 세웠다.
그러나 소별왕이 형을 속여 이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인간세상에는 역적과 살인과 도둑과 간음이 판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별왕이 차지한 저승세계는 맑고 공정한 법이 적용된다고 한다.
개벽은 아무것도 없는 혹은 혼돈 그 자체였던 상태에서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근본적인 시작을 표현한다. 성경의 창세기는 그 대표적인 서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세기 1장을 요약해 보자.
태초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실 때 땅은 모양을 갖추지 못해 비어 있었고 어둠이 심연을 덮고 있었는데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해서 빛을 만드시고 빛과 어둠을 갈라 낮과 밤을 만드셨다. 물 한가운데에 궁창이 생겨, 물과 물 사이를 갈라놓았고 땅에는 풀과 나무가 돋게 하였다. 또한 들짐승과 집짐승,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종류대로 만드셨다. 이러한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고자 하느님께서 자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세계 최대종교의 경전인 성경의 첫 경전인 창세기와 제주도라는 작은 섬의 신화인 천지왕 본풀이를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둘 다 천지창조의 한 상징으로 생각할 때는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 천지개벽신화는 신화의 갈래에서 가장 으뜸에 놓을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이나 부족, 민족이나 나라의 탄생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해결해 주는 스토리인 것이다.
창세기에서 말하는 ‘태초’와 천지왕 본풀이에서의 ‘갑자년 갑자월 갑자시’는 세상의 시간적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며 암흑에서 하늘과 땅이 생기는 것은 세상의 공간적 시작을 나타내는 것이니 무에서 유가 시작되고 하늘과 땅이 열리는 세상의 시작을 나타내는 것으로 개벽신화는 건국신화보다도 상위에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천지왕 본풀이는 제주도 지역에서 전승되는 창세 신화이다. 제주도 지역에는 창세 신화가 아직도 굿에서 전승되고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 내용은 천지개벽 외에 일월조정, 인세차지경쟁 등의 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초감제와 천지왕본풀이로 나뉘어 구연이 된다. 아래는 인세 차지 경쟁을 주된 화소로 삼고 있는 천지왕본풀이 자료를 옮긴 것이다. 적송지성, 추엽 융, <조선무속의 연구 상>, 1937에 실려 있다. 제주도 서귀포의 남무(男巫) 박봉춘의 구연본이다. 이 자료에는 수수께끼 시합을 통한 소별왕의 승리가 그려져 있는데, 다른 각편의 경우 소별왕이 부당하게 이승을 차지한다는 내용이 부각된 것이 보통이다.
천지왕 본풀이편집인간(인간세상)이 수명장자(壽命長者)가 사옵는데 무도막심(無道莫甚)하되 / 말아홉 쇠아홉 계(개)아홉이 있어서 사나우니 / 인간 사람이 욕을 보아도 어쩔 수 없사옵는데 / 수명장자가 하루는 천왕(天王)께 향하여 아뢰되 / 이 세상에 날 잡아갈 자도 있으리야 호담을 하니 / 천주왕이 괘씸히 생각하여 인간에 내려와서 / 수명장자 문 밖에 청버드 낭가지에 앉아 / 일만군사(一萬軍士)를 거느리고 숭험을 주되 / 소가 지붕을 나가서 행악(凶惡)해하고 / 솟(釜)과 푸느채를 문 밖으로 걸어 당기게 하되 / 수명장자 조금도 무서워 아니하니 / 천주왕의 머리에 쓴 싱엄(수건) / 수명장자 머리 위에 씌워 놓으니 / 두통이 심하난 종놈을 불러서 / 내 머리가 너무 아프니 / 돗치(도끼)로 깨라고 호언을 하니
천주왕이 어이없어 참 지독한 놈이라 하고 / 숭엄을 벗겨 쓰고 돌아오는 길에 / 백주 늙은 할망(白珠老婆) 집에 들러서 / 오늘밤 여기 유숙해야 겠노라 하니 / 노파 하는 말이 이런 집에 천주왕을 / 모실 수 없습니다 하니 관계없다 하고 드니 / 밥하여 놓을 쌀이 없어 노파가 걱정을 하난 / 수명장자 집에 가서 쌀을 달라 하면 / 주리니 갔다가 함서 하니 / 쌀을 얻어다가 밥을 해서 천주왕께 드리고 / 일만군사 대접한 후 천주왕이 자는 밤중에 / 옥얼내기(玉櫛)로 머리 빗는 소리가 나니 / 이상하다 하고 백주노파한테 물으니 / 우리 딸애깁니다 하니 / 불러본즉 월궁선녀(月宮仙女)같은 아기씨라 / 그날밤부터 배필(配匹)을 무어서 살다가 / 삼일후에 올라가려 하니 / 천주왕께서 올라가버리면 저는 엇지 살녀 / 만약에 자식이 나면 어찌합니까 하니 / 부인은 박이왕이 되어 인간 차지하고 / 자식이란 낳거든 이름을 대별왕, 소별왕이라 짓고 / 나를 만나겠다고 하거든 본미를 줄터이니 / 정월축일(正月丑日)에 칵씨(박씨) 두방울을 심으면 / 사월축일(四月丑日)에 줄이 옥황(玉皇)으로 뻗쳐 올라가리니 / 그줄로 옥황에 보내라 하여 서로 작별하고
일년 후에 아들 형제를 낳아 나이 일곱이 되니 / 어멍왕(母王)에 가서 아방왕(父王)이 어딥니까 물으니 / 옥황이 천주왕이다 그러면 어찌 하하여 가 뵈오리까 / 칵씨 두방울을 심어서 줄이 옥황에 뻗치거든 / 이 본미를 가지고 올라가라 하니 / 정월축일에 칵씨를 심었더니 / 사월축일에 줄이 옥황에 뻗치니 / 옥황에 올라가서 아방왕을 만나니 / 이름 성명을 묻고 네 이름이 무엇이며 / 어멍왕은 누구며 본미가 무엇이냐 / 이름은 대별왕 소별왕이며 어멍왕은 바에왕이고 / 본미는 여기 있습니다 / 내어 보이니 애 아들이 분명하다 / 너희 형제가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과 / 지옥(地獄)이 수유장단(壽夭長短)을 차지하여 나아가라 하고 / 은(銀)대야에 꽃을 둘을 심어서 / 꽃이 잘 장성하는 사람은 인간을 차지하고 / 꽃이 잘 되지 아니한 사람은 지옥을 차지하라
은대야에 꽃을 심으니 / 소별왕 차지는 꽃이 잘 아니되고 / 대별왕 차지는 꽃이 잘되어 / 너의 차지대로 나아가라 하니 / 인간에 나오되 소별왕이 근심하기를 / 자기가 인간 차지하고 형이 지옥 차지하게 되면 / 수명장자를 버력(벽력)을 주어서 행실을 가르치지마는 / 우리 형은 못하리라 생각하고 / 옵서 형님 잠이나 잡시다 하고 누워 자는 체하고 / 형의 꽃은 자기 앞에 놓고 / 자기 꽃은 형의 앞에 놓고 형을 깨워 하는 말이 / 어떤 일로 형님 꽃이 유을고(시들고) 나 꽃이 성하니 / 무슨 일입니까 하니 형이 이 꾀를 알아 먹고 / 네가 그런 짓을 하면 아방왕이 알면 죽으리라 하니 / 소별왕이 형님께 사죄하고 / 옵서 형님 예숙이나 겪읍시다 하야 / 그리하라 하니 동방낭 입은 무사(왜) / 겨울이 들어도 떨어지지 아니합니까 / 속이 아니 구리니 아니 떨어진다 / 그러면 수리댄 속도 구려도 / 무사 떨어지지 아니합니까 / 또 동산에 곡식은 잘 아니되고 / 무사 아래 밭 곡식은 잘됩니까 물으니 / 위의 흙과 물이 아래에 흘러 오니 / 아래는 잘된다 그러면 위는 아니되고 / 아래 잘되는 건 무슨 까닭입니가 / 대답을 못하여서 너한테 졌노라 하니 / 아시(아우)가 말하기를 형님은 아니 되어도 / 아시가 잘되어야 좋지 않습니까 하니 / 그러면 네가 인간을 차지하기는 하라 / 나는 지옥 차지하겠노라 / 네가 만약에 잘못하면 재미없으리라 하고 / 꽃을 바꾸어 주어서 아시는 인간 차지하고 / 형은 지옥을 차지하였습니다
아시는 인간 차지하야 수명장자를 불러다가 / 네가 인간의 포악무도한 짓을 많이 하니 / 용서할 수 없다 하여 압밧듸 벗텅걸나 / 뒷밧듸 작지갈나 참지전지한 연후에 / 뼈와 고기를 빚어서 허풍 바람에 날리니 / 목이 파리 빈대 각다러되어 날아가고 / 파가망신(破家亡身) 시킨 후에 인간의 버릇을 가르치고 / 복(福)과 록(祿)을 마련하여 선악(善惡)을 구별하고 / 인간 차지하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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