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머니투데이 신문사는 연예인의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가 관행으로 굳어지는 상황을 살펴본 적이 있다. 머니투데이 신문사의 조사 결과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연예인의 출연료는 적게는 수 천만 원, 많게는 수 억 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일반 영화에서 행하는 연기와는 달리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들어가는 시간은 길어도 겨우 하루 정도면 끝낼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적지 않은 출연료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8월에 개봉한 <새미의 어드벤처2>의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아이유(IU, 이지은)은 1억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한다. <새미의 어드벤처2>는 100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 개봉한 <몬스터 호텔>도 개그맨 컬투가 목소리 연기에 참여해 5천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으며, 작품 자체도 의외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를 포함해 <개그콘서트> 출연자들도 5천만 내지 7천만 원 가량의 출연료를 받는다고 한다. 극장 애니메이션 수입 배급사 관계자는 개그맨은 최고 5천만 원, 가수나 배우는 최고 1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데 무대 인사와 같은 행사 규모에 따라 차이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출연료를 낮추고 개런티만 받는 일도 있는데 이는 작품의 흥행에 따라 출연료의 액수를 넘어서기도 한다. 반면, 전문 성우들은 출연료가 고작 2백만 내지 5백만 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렇듯 전문 성우는 본문인 목소리 연기에 종사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반면, 연예인들은 목소리 연기만으로 엄청난 출연료를 받는다. 이는 가난뱅이 수입 배급사들이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적게 드는 제3국(일본, 미 합중국 외 국가를 뜻함) 극장 애니메이션을 수입하면서 그저 경쟁적인 관객몰이만을 위해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면서 벌어진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은 미국 유명 제작사 작품이 아니라면 싸게 수입할 수 있기에 수입 배급사사들은 연예인의 목소리 연기를 통해 국적이 지니는 할인 측면을 극복하려 들면서 참가 연예인들의 출연료에 거품이 끼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극장 애니메이션은 방학 기간 혹은 어린이날 즈음에 집중적으로 개봉되면서 6개 내지 10개 정도의 작품이 한 달 동안 동시에 극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의 몸값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는 연예인 출연료는 영화의 손익분기점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해당 작품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막대한 적자로 업계의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의 조사에 따르면 외산 극장 애니메이션의 경우, 어린이 관객의 관람료와, 판권 구매 및 홍보에 10억 원이 들어간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관객수가 최소한 35만 명을 넘겨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연예인을 투입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목소리 연기라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할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흔히 출연하는 영화나 연속극은 시각적인 연기와 말하는 연기가 혼재하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시각적인 것과 말하는 것에 서로 분산된다.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느 한쪽이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목소리 연기는 이미 존재하는 시각적인 요소에 대사를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목소리 연기는 목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한 집중도가 필요하다.
이를 전문적으로 소화하는 직업이 바로 성우다. 그런데 영화나 연속극에만 출연해 왔던 연예인을 무작정 목소리 연기에 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누가 보아봐도 비정상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투입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정상에 가까운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막대한 자금을 출연료로 퍼붓고도 퀄리티는 최악을 달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당췌 목소리 연기 자체가 일반적인 영화/연속극에서 행하는 연기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간과한 채 무작정 이름값을 따지고 보는 행태가 근본적인 문제다.
사족이지만, 신동명천제단은 연예인의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전문 성우들의 밥그릇을 보장해 주자는 의도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의도다. 따라서 신동명천제단은 극장 애니메이션의 한국어 목소리 연기는 신인 성우를 중심으로 심사를 거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신인 성우도 치열한 성우 공채 시험을 뚫고 채용된 이상 기본적인 목소리 연기력은 검증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문화 사대주의자들이 트집잡는, 한국어 목소리 연기의 고질병인 '똑같은 목소리'라는 비난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획자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기획자들은 목소리 연기의 기본 개념부터 다시 섭렵한 후 매사를 처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