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본행집경 제52권
五四. 우다이 인연품(優陀夷因緣品) 상
이 때 부처님은 다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 사리불아, 내 이제 여러 국토를 유행(遊行)하여 처음으로 나의 본생지(本生地)인 미묘한 곳에 가되 또한 이와 같으리라.』
사리불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어 오른 어깨를 걷어올려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느때에 여러 국토와 촌락을 유행하시고 구경하시겠읍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 사리불아, 나는 이달 보름이 지나고 포살회(布薩會)가 끝난 뒤에 여러 국토를 유행하리라.』
이렇게 하여 부처님은 보름의 <포살회>를 끝내신 뒤에 모든 비구들을 거느리고 여러 나라를 유행하셨다.
이 때 부처님은 왕사성에 이르러 공양을 마치시고 성문의 문지방을 밟으시자, 그 대지(大地)는 六종으로 진동하였다. 움직이고 또 움직이며 솟고 또 솟았다.
그러자, 마가다국왕 빈비사라왕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와 곧 부처님의 뒤를 따랐다.
여러 나라를 유행하며 마을과 마을을 구경하자, 허공중에서는 한량없는 천상의 대중들 수만억이 부처님 가는 곳마다 모여 들었다. 그들은 크게 기뻐하고 뛰놀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가지가지 미묘한 음성을 내어 노래와 휘파람으로 즐기고 크게 부르짖기도 하였다. 그리고 소맷자락을 돌려 춤을 추고 하늘 옷을 희롱하기도하며, 천상의 우발라꽃 . 구물두꽃 . 파두마꽃 . 분타리꽃을 부처님 위에 흩고 또 가지가지 가루향 . 바르는 향과 향기로운 꽃다발을 부처님 위에 잇따라 뿌리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여러 나라를 유행하실 때마다 일체 중생들은 모두 다 공경하여 존중히 공양을 드리었으며, 부처님이 이르는 곳마다 모든 의복을 얻었으니, 그것은 가장 아름답고 묘하였다. 음식 . 탕약 . 침상과 와구 등 이러한 물자들도 다 헤아릴 수 없고, 이양(利養)이 특출하여 모자람이 없었고, 명문(名聞)이 유포되어 세간에 가득 찼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런 명문과 이양에 애착을 내지 않기를 마치 연꽃이 탁한 물에 있는 것과 같았다.
이 때 부처님은 이러한 한량없는 위덕이 있어, 세간에 있어서는 그 위덕이 가장 특출하고 가장 묘하기 제일이었다.
그리고 바가바 . 다타아가도 . 아라하 . 삼먁삼부타 . 명행족 . 선서 . 세간해 . 무상사 . 조어장부 . 천인사 . 불 . 세존께서는 이 세상 저 세상이나 천상이나 마군이나 범천 . 사문과 바라문이며, 모든 천상과 인간의 경계에서 신통 지혜로써 모두 다 증득해 알았다. 그 세존의 세상을 위해 설법하심과 말과 뜻은, 교묘하여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착하고 청정한 범행이 모두 구족하셨다.
이 때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들이 교화를 받을 만한 사람은 알아 교화하시고, 세울 만한 사람은 세우게 하며, 그 머무는 곳에 따라 다 성취시키고, 응당 三귀의를 받을 만한 사람에게는 三귀의를 주고, 五계를 받을 만한 사람에게는 五계를 주고, 八관재의 법을 받을 이에게는 곧 八관재의 법을 주고, 十선을 받을 이에게는 十선법을 주고, 출가할 이는 출가시키고, 구족계를 받을 사람에게는 구족계를 주었다. 이런 차례로 점점 유행하여 가비라성에 이르러 동산 숲에 머무셨다.
이 때 부처님은 가비라성에 이르러 니구다숲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국토를 유행하실 때 가장 희유하고 묘하였던 일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석가족의 여래 대사자로서
고오타마 가장 뛰어난 위덕자가
성읍이며 국토 촌락을 유람하자
모두 다 넓고 큰 이상(異相)이 있었네
모든 촌락 성읍에 이르려 하면
여래 대성사를 가서 보려고
곳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은
공경하고 존중히 영접해 받들었네
모든 촌락 성읍에 이르려 하면
여래 대성사를 가서 보려고
여러 가지 꽃과 나무들까지
저마다 세존에게 몸을 숙이네
온갖 숲 나무 아래 이르러
세존이 서거나 쉬게 되면
그 나무는 제대로 꽃비를 내려
두루 그 땅에 가득 덮었네
온갖 숲 나무 아래 이를 적마다
세존이 그 가운데 쉬게 되면
그 나무의 과일은 저절로 떨어지고
나무 가지는 아리땁게 내려 드리우네
나무마다 사람의 손에 휘어잡히고
꽃과 과일이 분분하게 아름다와라
고오타마 여래 대성사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나무에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하면
꽃과 과일이 저절로 떨어져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사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강가라란 꽃을 내리었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사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만수사 하늘꽃을 내리었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사의
위덕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온갖 묘색의 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사의
위신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만다라 하늘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사의
위덕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의 허공중에서
파리야 하늘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사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비바가 하늘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사자 대성사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향승향의 하늘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사자 천상 인간의 높은 이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가지가지 묘향화를 내렸으니
고오타마 대성인 하늘눈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하늘 가운데
보지향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존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미묘한 금색 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사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온갖 미묘한 보배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十력 대성존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온갖 보배줄기 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인 . 천의 눈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우발라 미묘한 꽃을 내렸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천인사(天人師)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침수향 가루를 내렸으니
고오타마 三계의 천인존(天人尊)의
위덕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붉은 전단향 가루를 내렸으니
고오타마 사자 대성사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우두향 가루를 내렸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존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천왕이 허공중에서
가지가지 하늘의 음악을 지었으니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존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비인(非人)들이 허공중에서
가지가지 하늘옷을 희롱했으니
고오타마 사자 대성사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모든 하늘 대중은 부처님의 길을 따라
가지가지 묘향화를 가지고
그 대성 천중천(天中天)을 위하여
꽃비를 무릎에 싸이도록 내렸네
그 때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온갖 벌레들의 괴로움도 없으니
미묘한 대성 천중존(天中尊)의
감응하여 부름이 이러하였네
일체 대지는 다 반듯하였고
산 언덕과 구렁도 평탄했으니
고오타마 十력 대성존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일체 대지는 매우 청정하고
나쁜 가시나 가시덤불도 없어
고오타마 대위덕 천인존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일체 대지는 가만히 움직였고
큰 바다와 모든 산도 움직였으니
고오타마 三계 무상존(無上尊)의
유행에 감응함이 이러하였네
일체 찰제리족 바라문들과
또 비사들과 수타라들까지
그 수효는 천만에 또 천만씩
항상 여래와 함께 따랐네
또 지거(地居)의 묘색 천왕들도
모든 세력의 큰 위엄이 있어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세존의
행주좌와에 서로 따랐네
또 호세(護世)의 四천왕들도
모두 대위력이 가장 뛰어난 이로
고오타마 미묘한 대성존의
행주좌와에 서로 따랐네
수미산정의 제석천왕이며
또 범천왕과 사바왕들도
고오타마 특출한 최승존(最勝尊)을
항상 이렇게 서로 따랐네
또다시 욕계(欲界)의 많은 하늘과
그리고 색계(色界) 四선(禪)들까지
고오타마 용맹스런 대성존을
항상이렇게 서로 따랐네
또 모든 용신(龍神)이며 금시조
건달바왕이며 아수라왕과
모든 야차왕과 나찰왕의 무리도
모두 다 여래를 따라다니네
세간의 모든 중생들로서
법문을 듣고 못 들은 이까지도
모두 용맹한 고오타마 스승을 따라
모든 국토와 성읍을 유행하였네
세존께서 이렇게 유행하실 때
한량없는 인간과 천상을 교화하며
모든 친족들을 어여삐 여김으로
이제 본생지인 가비라에 이르렀네
이 때 장로 우다이와 차익 두 사람은 함께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정반왕은 아직 믿는 마음이 없고 부정한 마음이 있사오며, 비구들을 만나고자 하지 않나이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 일을 아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누가 정반왕궁에 나아가 교화시키고 그를 믿고 공경하게 하겠느냐.』
그러자, 대중 가운데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장로 사리불이 정반왕궁에 나아가 방편으로 교화시키고, 그를 믿고 공경하게 하기에 적당하옵니다.』
또 어떤 비구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장로 목건련이 정반왕궁에 나아가 방편으로 교화시키고, 그를 믿고 공경케 하기에 적당하나이다.』
다른 비구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장로 마하가섭이 교화시키고, 믿고 공경하도록 할 수 있읍니다.』
어떤 비구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장로 대가전연이 교화시키고, 그를 믿게 할 수 있읍니다.』
어떤 비구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대중 가운데 장로 우루빈라가섭이 그를 교화시키고, 믿게 할 수 있읍니다.』
또 어떤 비구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대중 가운데 장로 나제가섭이 교화시키고, 그를 믿게 할 수 있읍니다.』
또 어떤 비구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장로 우파사나가 정반왕궁에 나아가 방편으로 교화하고, 그를 믿도록 하기에 적당하나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다이에게 이르셨다.
『우다이야, 네가 지금 혹 정반왕궁에 나아가 그를 교화시켜 믿게 할 수 있겠느냐.』
우다이는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나이다.』
부처님은 또 당부하셨다.
『우다이야, 너는 정반왕궁에 나아가 방편으로 교화시켜, 믿고 공양하도록 하여라.』
우다이는 부처님의 이런 말씀을 듣고 나서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 감히 어기지 않겠사옵니다.
우다이는 이른 아침 해가 돋을 무렵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들고, 정반왕궁에 나아가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마땅히 알라. 정반왕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는가.』
그 문지기는 대답하였다.
『대왕께서는 지금 정전(正殿)에서 정무(政務)를 다스리고 계십니다.』
장로 우다이는 정반왕 정전 앞에 이르러 한쪽 문간에 잠자코 서 있었다.
그러자, 좌우의 모든 대신들은 우다이가 한쪽에 있음을 보고 곧 四문의 문지기들에게 말하였다.
『빨리 나와 이 출가인을 끌어내어 여기 있지 말게 하라. 대왕이 보면 발악하는 마음을 내게 되느니라.』
그 문지기들은 대신의 명령을 듣고 빨리 그 우다이 곁에 달려가서 쫓아내려 하였으나, 그들은 비로소 그가 국사의 아들이며 옛적에 실달다 태자와 같이 어릴 때부터 흙장난 하던 벗임을 알아, 참아 쫓아낼 수 없어 그냥 돌아갔다.
그러자, 여래 대신들은 문지기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이 출가한 사람을 쫓아내지 않느냐.』
문지기는 대답하였다.
『그 사람은 국사의 아들이옵니다. 나면서부터 실달다 태자와 벗을 맺고 흙장난까지 하던 사이오니, 저희들로는 차마 쫓아낼 수가 없나이다.』
이 때 정반왕은 정전에서 정사(政事)를 다 분별해 마치고 일어나, 본전(本殿)으로 돌아오려고 여러 대신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들어왔다.
그러자 우다이는 빨리 정반왕에게 나아가 그 왕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정반왕은 묵묵히 말이 없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말을 하게 되면 문지기들은 쫓아내기를 두려워할 것이다.」
문지기들은 그들대로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대신들이 스스로 쫓아내리라.」
그 대신들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궁문 안 사람들이 항상 막을 것이다.」
궁문 안 사람들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사람은 본래 정반왕이 항상 사랑하였으며, 지금도 또 손을 잡고 가지 않는가.」
이렇게 저마다 이런 생각을 하였기 때문에 한 사람도 그를 쫓아내어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이 때 정반왕이 본궁에 가까이 다달아 내전에 들어 용상에 앉았다. 그러나, 우다이는 정반왕이 이미 내전에 오른 것을 보고 나자, 그는 서슴치 않고 그 전상에 올라가 왕과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정반왕은 우다이가 자기 앞에 가까이 서 있음을 보고 번거로운 생각이나, 가느다란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괴롭구나. 내 아들의 형용도 이렇게 마르고 초췌하여 보기 싫을 것이 아닌가. 너희들은 어서 이 출가인을 쫓아내라. 누가 이 곳에 들어오게 하였단 말이냐.』
대신들은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신들이 알기로운 이것은 그렇지 않사옵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을 쫓아낼 수 없사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이 사람은 이미 국사의 아들이옵고 또 실달다 태자와 어릴 때부터 흙장난하던 벗이 아니옵니까.』
이 때 우다이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정반왕의 뜻이 상하지 않도록 게송을 읊었다.
곡식을 거두려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보배를 찾기 위해 바다에 들어가오
저의 뜻은 여기가 좋아서 왔으니
그 소원이 빨리 성취되길 바라나이다
이런 길에는 항상 길하고 이로와
모든 두려움이 없이 노상 편안하고
여러 지방에 이르러 이익을 구하니
반드시 고오타마로 이익을 이루게 하오
자주자주 모든 사람 그 땅을 갈고
자주자주 그 가운데 씨앗 뿌리고
자주자주 모든 하늘 단비를 내리고
자주자주 나라 안에 五곡이 무르익소
자주자주 걸사(乞士)는 항상 걸식하지만
자주자주 시주들은 항상 베푸오
자주자주 이 세상서 보시 행하면
자주자주 천상에 나는 과보를 얻소
자주자주 젖소는 젖을 짜서 얻고
자주자주 송아지는 어미를 찾고
자주자주 부인네는 포태를 하여
자주자주 출산하여 괴롬을 받소
자주자주 죽은 시체 무덤을 향하고
자주자주 모든 친척 울며 보내오
만약에 성도한 뒤에 있음이 없으면
모든 번뇌 가운데 생(生)을 받지 않소
정반왕은 우다이의 이런 슬프고 연민한 노래를 듣고는 언뜻 의심을 품어 재우쳐 우다이에게 물었다.
『존자는 본래 누구에게 출가하였으며, 스승은 누구인가.』
우다이는 게송으로 정반왕에게 대답하였다.
스승의 부친은 정반왕이오며
그 어머니는 마야 왕비라고 하오
태중에 있기를 열달이 지난 뒤
탄생하자, 어머니는 도리천에 났소
이러한 성자는 당신 집에서 태어나
대덕과 대성으로 천중천(天中天)이시오
그 집의 七세(世)를 이미 제도하시고
명문이 곳곳에 널리 유포하였소
장부 가운데 가장 희유하여
일체처에서 다시 남(生)을 받지 않소
이러한 대성자께서 태어남으로
그 집은 항상 큰 안락을 받소
석가족 친척들은 가장 명예로와
높은 이가 나시자 그 몸은 백복으로 장엄했소
이러한 석가자는 천중에서 제일인데
저는 그 곁에서 출가하였답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또 장로 우다이에게 물었다.
『착하다, 비구야. 그대는 참으로 누구에게 출가하였고, 그 스승이란 사람은 바른 믿음으로 뜻이 바르고 범행(梵行)을 행함이 있는가. 그리고 <아란야> 한가한 숲 나무 아래 앉기를 즐기는가.』
장로 우다이는 게송으로써 정반왕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대왕께서는 누구에게 출가하였고
그 스승은 바른 믿음으로 범행을 하며
아무 곳에나 근심과 두려움 없이
나무 아래서 항상 낙을 받느냐고
다른 소리를 두려워 않고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거나 사나운 바람도 받지 않고
남을 가르치되 스스로 배워 알고
모든 두려움을 빼내어 없으시다오
정반왕은 또 장로 우다비에게 물었다.
『그런 비구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느냐.』
우다이는 왕에게 대답하였다.
『대왕의 물으심과 같이 그 다타아가도 . 아라하 . 삼먁삼부타께서는 지금 가비라성 니구타숲에 계시옵니다.』
정반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우다이는 곧 나의 아들 제자임이 틀림없구나.」
이런 인연으로 여러 대신들에게 일렀다.
『경들은 지금 이 비구를 편안히 자리에 앉게 하라.』
대신들은 왕의 명령을 듣고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감히 어기지 않겠나이다.』
그리고 장로 우다이에게 앉기를 권하였다.
그러자, 정반왕은 또 모든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경들은 음식을 가져다 이 비구에게 대접하라.』
신하들은 곧 명령에 따라 깨끗한 물을 떠다가 우다이에게 주어 손을 씻게 한 다음 음식을 내어다 주었다.
그러나, 우다이는 스스로 먹지 않고 그 음식을 가지고 가서 세존에게 받들어 올리려 하였다.
정반왕은 다시 장로 우다이에게 말하였다.
『비구는 어찌하여 그 음식을 먹지 않는가.』
우다이는 대답하였다.
『이 음식을 가지고 가서 세존님께 받들어 올리고자 하와 먹지 않습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마음이 측은하여 눈물을 흘리고 이런 말을 하였다.
『아아, 내 아들은 몸도 연약하느냐. 옛날 궁중에 있을 때는 항상 즐거움을 누리며 몸에 아무 괴로움도 없었거늘, 오늘은 어찌하여 이런 곤란을 받는단 말이냐. 비구들에게 밥을 빌게 하여 겨우 먹는단 말인가.』
정반왕은 이렇게 말하고 흐느끼다가 다시 우다이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비구는 지금 이 음식을 그대로 먹으라. 다시 다른 음식을 준비하여 그대의 스승에게 주도록 하리라.』
그러자, 우다이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그러하오나 대왕이시여, 이 음식은 이미 세존님께 받들어 올리려 할 것이오며, 이 음식은 세간의 모든 중생으로서는 소화할 수 없읍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그 세존께서는 계행이 가장 뛰어나고, 선정이 가장 우수하고, 지혜가 가장 수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대신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경들은 지금 다른 음식을 가져다 이 비구를 주어, 그가 먹고난 다음 빨리 이 음식을 가지고 저 태자에게 가도록 하라.』
대신들은 즉시 다른 음식을 가져다 우다이에게 주었다. 우다이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여래 . 세존 . 아라하 . 삼먁삼부타께서 이렇게 모든 왕과 모든 사람들이 한량없이 모두 와서 공경하나이다. 그러하오니, 지금 대왕께서는 마땅히 그 곳에 나아오시옵소서.』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정반왕은 장로 우다이에게 말하였다.
『존자는 먼저 실달다 태자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라. 「내 지금 오래지 않아 너를 보러 가리라고.」』
우다이는 대답하였다.
『대왕님의 말씀대로 전하겠나이다.』
그리고 장로 우다이는 곧 그 음식을 가지고 궁에서 나와 니구타숲에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정반왕께서는 저의 교화를 받으시고 크게 기뻐하와 부처님을 뵈오려 오시겠다 하옵니다.』
우다이가 궁에서 나간 뒤 잠깐 사이에 정반왕은 모든 대신들에게 명령했다.
『경들은 아는가. 실달다 태자가 이미 이 가비라성에 왔으니, 우리들은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대신들은 대답하였다.
『착하시도소이다, 대왕이시여. 만약 다른 사문들이 왕궁에 오더라도 저희들은 공양을 베풀거든, 하물며 지금 실달타 태자는 저희들 몸과 다름이 있겠나이가. 어찌 무심하게 공경하지 않겠사옵니까. 저희들은 다만 대왕의 심경만을 살필 뿐 어떻게 하지도 못하였사옵니다.』
이 때 정반왕은 칙명으로 요령을 흔들어 성안에 널리 알려 모두 알아듣도록 하였다.
『내 이제 실달다 태자의 처소에 나아가 보려고 하노니, 너희들은 각각 장엄을 갖추어 나를 따르게 하라.』
(가섭유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마하승기사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이 때 정반왕은 우다이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비구의 생각에는 태자를 위하여 무슨 음식을 준비하면 좋은가.』
그러자, 우다이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약 세존을 위하여 음식을 만들고자 하시면 청정하고 감미롭고 향기롭고 정결한 것을 만드소서. 세존께서는 이런 음식만을 드시옵니다.』
정반왕은 대신들에게 명령하였다.
『경들은 잘 알라. 속히 태자를 위하여 모든 청정하고 향기롭고 정결한 음식을 마련하라.』
신하들은 왕의 칙명을 듣고 아뢰었다.
『대왕님의 분부대로 감히 어기지 않겠읍니다.』
그리고 가지가지 음식을 차리고, 청정하고 향기롭고 감미로움을 갖추고 나서 우다이에게 주었다. 우다이는 먼저 먹고 나서, 왕이 주선해 주 청정하고 향기롭고 정결한 음식을 가지고 가비라성에서 나와 니구타숲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정반왕을 교화하여 그 마음을 크게 기쁘게 하였사오며, 이제 와 부처님을 뵈오려 하나이다. 먼저 이런 향기롭고 아름다운 음식을 준비하여 저에게 주어 세존님께 받들게 하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은 받으셔서 법다이 드시옵소서.』
이 때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오이다. 어찌하여 장로 우다이는 정반왕을 교화시켜 크게 기쁨을 내게 하고, 또 청정하고 향기롭고 감미로운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나이까.』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우다이는 오늘 정반왕궁에 가서 교화시키고, 또 감미로운 음식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세상에는 그를 교화시켜 크게 기쁘게 하고 또 감미로운 음식을 가져다가 나에게 주었느니라.』
비구들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시나이까, 세존이시여. 그 인연은 어찌된 것이온지 저희들을 위하여 그 일을 말씀해 주소서. 저희들은 지금 즐겨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나간 먼 세상에 바라나국에 한 가마귀왕이 있었으니, 그 가마귀는 이름을 <수파아트라(善子)>라고 불렀는데, 그 바라나성에서 八만 마리의 가마귀와 같이 평화롭게 살았었다. 그 <수파아트라> 가마귀 왕에게 아내가 있으니, 이름을 <수파아르슈바아 (善女)>라 하였느니라.
그런데 그 가마귀 아내는 임신을 하여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었다.
「원컨대 나는 청정하고 향기로운 음식으로 사람의 왕이 먹는 것을 얻어 먹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그 가마귀 아내는 이런 음식을 생각하여도 얻을 수 없는 까닭에 고민한 나머지, 몸이 초췌하여 바싹 마르고 부들부들 떨며 편안하지 않았다.
수파아트라 가마귀왕은 이미 자기 아내가 몸이 야위고 불안해 함을 보고 물었다.
「너는 지금 어찌하여 땅에서 굴고, 몸이 수척해 마르고 부들부들 떨며 편안하지 못한가.」
그러자, 가마귀 아내는 가마귀왕에게 대답하였다.
「착하여라, 성자여. 나는 지금 임신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하였오. 청정하고 향기로운 음식으로 인간의 왕이 먹는 것을 한 번 얻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러자, 그 수파아트라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기이하다, 아내여, 내 오늘 어느 곳에서 그렇게 향기롭고 아름다운 음식을 구하라. 왕궁은 깊고 그윽하여 가히 이르지 못하며, 내가 만약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 손에 잡히어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이오.」
그러나, 그 아내는 또 가마귀왕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지금 만약 이런 음식을 얻지 못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며, 또 이 태중의 아이도 또한 반드시 살아날 수 없을 것이오.」
가마귀왕은 그 아내에게 일렀다.
「기이하다, 아내여, 이런 얻기 어려운 물건을 생각하다가 그대는 지금 죽는 날이 반드시 이르고 말 것이오.」
이렇게 말하고 나자, 근심에 싸여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생각 같아서는 이렇게 향기롭고 깨끗하고 청정한, 왕이 먹는 음식은 참으로 얻기 어렵다.」
이 때 가마귀왕의 무리들 중 한 가마귀는 그 <수파아트라>가 수심에 잠기어 걱정하고 있음을 보고 가마귀왕에게 아뢰었다.
「이상하나이다, 성자여, 어찌하여 그렇게 걱정 근심을 하고 있나이까.」
그러자, 수파아트라 가마귀왕은 앞과 같은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이 말을 들은 그 가마귀는 가마귀왕에게 아뢰었다.
「착하신 성자여, 너무 근심하지 마소서. 내 왕을 위하여 얻기 어렵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음식으로, 왕이 먹는 것을 찾겠읍니다.」
그러자, 가마귀왕은 또 그 가마귀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착하다, 착하 벗이여. 그대가 만약 힘써 나를 위하여 이런 것을 주선해 준다면 나는 그대에게 공덕을 지어 보답하겠오.」
그 가마귀는 가마귀왕의 처소에서 허공에 날아 올라 범덕궁(梵德宮)에 이르렀다. 그 주방과 가까운 한 나무 위에 앉아서 범덕왕의 주방 안에서 그 왕의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한 여자가 음식을 갖추어 먹을 때가 되자 모은 그릇에 그 음식을 담아 가지고 왕에게 바치려 하였다.
이 때 그 가마귀는 그 여자의 머리 위에 올라서 그 코를 쪼았다. 그 여자는 코가 아픈 바람에 들었던 음식을 땅 위에 엎질러 버렸다.
그 가마귀는 그 음식을 가져다 가마귀왕에게 주었다. 가마귀왕은 그것을 그 가마귀 아내에게 주자, 그 아내는 때를 맞추어 배부르게 먹고, 몸이 편안하여 이렇게 출산까지 하였다.
그 뒤에도 그 가마귀는 여러 번 왕래하면서 그 음식을 빼앗아다가 가마귀왕에게 주었다.
그러자, 범덕왕은 여러 번 이런 일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기이하고 기괴하도다. 어찌 된 가마귀가 자주자주 와서 내 음식을 더럽히고 또 주방의 여자를 쫏는가.」
왕은 이 일을 더 참을 수 없어 포망을 잘 쓰는 사람을 불러 말하였다.
「경들은 속히 저 가마귀 있는 데 가서 그 가마귀를 사로잡아 오라.」
그 포망을 잘 쓰는 사람은 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명령대로 감히 어기지 않겠나이다.」
그들은 그 곳에 가서 포망으로 그 가마귀를 사로잡아 가지고 범덕왕에게 바쳤다.
범덕왕은 그 가마귀에게 말하였다.
「너는 무슨 까닭에 자주 나의 음식을 더럽히고 또 나의 여자들을 쪼았는가.」
그러자, 그 가마귀는 범덕왕에게 말하였다.
「착하신 대왕이여, 내 이제 대왕에게 이런 일을 말하겠으니, 들으시고 왕은 크게 기뻐하소서.」
범덕왕은 마침내 기꺼움을 내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희유하도다, 이런 일을 처음이로다. 어떻게 이 가마귀가 사람의 말을 하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 가마귀에게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도다. 너 반드시 나를 위하여 이런 일을 말하여 나를 크게 기쁘게 하라.」
그 가마귀는 게송으로 범덕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아소서 이 나라에
가마귀왕이 항상 의지해 있으니
八만의 가마귀들이 둘러싸고
모두 그 왕의 처분대로 하오
그 가마귀왕의 아내가 생각함이 있어
나에게 그 사연을 이야기하되
내 처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음식
이렇게 대왕이 먹는 것을 탐내오
그러므로 내 자주자주 와서
대왕의 음식을 앗아 갔오
지금은 가마귀왕을 위하기 때문에
대왕의 그물에 걸린 몸 되었지만
착하다, 오직 원커니 대성왕이여
자비로 어여삐 여겨 놓아주소서
내 가마귀왕과 그 처를 위하여
자주 와 대왕의 음식을 축냈나이다
내 생각엔 이제부터 일생 동안에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소
이제 대왕이여, 한 번 놓아주시면
이 다음에 감히 이런 일 않겠소
그러자, 범덕왕은 그 가마귀의 이런 말을 듣고 마음에 기쁨을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희유하도다. 이 일은 사람도 오히려 그 주인을 위하여 이렇게 애중하는 마음이 없거늘 이 까마귀에 비하랴.」
그리고 범덕왕은 게송을 읊었다.
만약 이러한 대신이 있다면
그에게 중한 봉록으로 보답하리
꼭 이렇게 용맹스런 가마귀같이
주인의 먹을 것을 위해 목숨을 다하네
그리고 범덕왕은 또 그 가마귀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너 가마귀야. 지금부터 항상 여기 와서 향기롭고 아름다운 음식을 가지고 가라. 만약 어떤 사람이 너를 가로막고 음식을 주지 않거든 나에게 와서 알리라. 내 너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리니 가지고 가거라.」하였느니라.』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짐작하리라. 그 가마귀왕이란 나의 몸이었고, 그 때 왕의 음식을 훔친 가마귀란 곧 우다이 비구의 몸이며, 그리고 그 범덕왕이란 곧 정반왕의 몸이었느니라. 그 때에도 비구 우다이는 그를 크게 기쁘게 하여, 나에게 음식을 가지고 왔는데, 지금에도 또한 정반왕의 마음을 크게 기쁘게 하고, 나를 위하여 음식을 가지고 온 것이니라.』
이 때 정반왕은 다시 요령과 목탁을 쳐서 가비라성 모든 인민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한 사람도 먼저 가서 실달다 태자를 보지 말라. 만약 보고자 하는 사람은 꼭 나를 따라와서 보게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