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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감성 아줌마...세상 밖으로 나온 온라인 커뮤니티
육아·숙제 품앗이와 정보 공유 ‘쏠쏠’ ‘소녀감성 아줌마(이하 소감아)’는 지난 2012년 5월 탄생했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됐던 오지아(41) 대표가 비슷한 처지의 주부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었다. 온라인에서 맺은 인연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지자 회원들의 활동영역도 날개를 달았다. 품앗이 형식으로 육아를 나누고, 자녀 숙제를 돕기도 한다. 입소문을 타면서 회원 수는 1년 만에 1만명을 훌쩍 넘겼다. 지금은 무려 3만5000명이 넘는다.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엄마들이 대부분이라 육아·교육 정보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시판에는 ‘OO아파트 사시는 분, 관리비 얼마 나왔나요?’ ‘아이 재우는 법 알려주세요’ 등 소소한 질문과 답변들로 가득하다. 유치원의 장단점, 주택 시세, 맛집 추천 등 온갖 얘기들이 오고간다. 친목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영화 보러 같이 가실 분 찾아요’ ‘뱀띠 엄마 친하게 지내요’ 등 친구를 찾는 글도 올라온다. 동병상련의 사연에 공감하고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다이어트, 외국어, 뜨개질 등 관심사가 비슷한 회원들끼리 동아리를 결성해 정기 모임도 가진다. 커뮤니티는 긴급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얼마 전 4살 자녀가 혈소판이 부족해 생명이 위태롭다는 글이 게재되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증 100여 장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프리마켓 수익금 기부, 경단녀 창업 돕기도 소감아는 다른 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조금 다르다. 개설 당시 오지아 대표는 육아에 지친 회원들을 위로하던 중 돌파구를 찾았다. 주부 판매자를 모집해 일종의 벼룩시장을 연 것이다. 중고 의류와 육아 용품을 팔아 번 돈은 고작 치킨 한 마리 값 정도. 그러나 오 대표를 비롯한 ‘경력단절녀’들은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경남 최초의 프리마켓은 그렇게 시작됐다. 김해 지역 마트와 백화점, 복지시설 등에서 매달 한 차례 열린다. 회원들이 만든 의류와 소품, 먹거리 등을 주로 판매한다. 수익금은 김해시와 지역 복지재단, 아동복지센터 등에 기부 한다. 회원들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프리마켓 경험을 살려 옷가게, 빵집, 재봉틀공방, 천연제품공방 등 창업 행렬을 이어갔다. 국책 사업인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에도 참가해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금은 2000여명이 몰릴 정도로 도내 최대 규모의 프리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주부 장은진(39·김해시 율하동)씨는 “엄마들이 ‘내 아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팔기 때문에 믿고 구매할 수 있다”며 “경단녀 등 예비 창업자들에게 홍보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유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래요” 소감아 회원들은 시청, 경찰서, 복지기관, 기업 등과 업무 협약을 맺어 여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소외계층은 물론 해외 아동에 대한 후원을 이어가고, 생리대 나눔과 장학금 사업도 벌인다. 사회공헌의 폭을 넓히기 위해 지난 2015년 비영리 단체인 ‘맘이 행복한 마을연구소’를 설립했다.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김해시가 공모한 ‘행복공동체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마을 축제도 기획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화가, 영어 강사 등 다양한 이력을 갖춘 회원들의 전공을 살려 일종의 ‘마을학교’를 설립해 자녀들을 위한 재능기부를 펼칠 예정이다. “살림에 집중하는 것만이 자녀를 위한 일이 아니잖아요. 내 아이가 살아갈 지역을 내 손으로 가꾸는 것도 의미 있죠. 소감아를 보면서 ‘엄마들이 모여 저런 일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글 이한나 기자 사진 김정민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