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틀 안에서 살 것인가,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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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비엔날레에서 열린 기후 재판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예술의 역할은 새로운 시대를 미리 읽어내고 상상력을 추동하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기후위기 재판을 준비하신 법학자 라다 드수자(Radha D'Souza)님이 그러한 행위예술을 준비하게 된 이유가, 법학자로서 수없이 환경 범죄를 기소했지만 결국 실질적 처벌을 얻어내지 못했고 권리/인간 중심의 법이라는 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 데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공감이 갔습니다. 그리고 권리라는 개념의 시작을 근대 제국주의로 본 것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중병에 걸릴 때 지난 삶을 성찰하고 삶 전반을 바꿀 때에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찾아옵니다.기후위기가 전지구적 앓이라면, 우리 삶에 익숙한 틀거리 자체를 의심하고 변화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SG 평가제도의 한계에 대해서 현장에서의 실제 경험을 전해주셨는데, 기후위기에서 기업의 자리는 어디일까 라는 생각을 강의 이후에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술에서 답을 찾고자 하니, 자연스레 기업이 위기의 해법을 마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요. 기술을 전공했고 10년 넘게 기업에서 일해 왔으니 저도 그런 것에 귀가 솔깃하곤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근대 기업이 가진 제국주의적 속성(규모를 빠르게 확장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너무 많은 전기차 배터리나 묻을 곳도 없는 풍력발전기 날개들, 미세플라스틱을 쏟아내는 친환경 옷으로 문제의 내용만 바뀔 뿐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생산'이라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진행중인 예로, 땅과 농민을 살리기 위해 시작된 유기농이 거대 산업화 되면서 미국의 홀푸드 같은 회사들이 보여주는 모습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회사 내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성장을 추구하기에, 지난 몇년간 성장 전략을 추구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고민이 들었습니다. 자본이라는 가치에서는 빠른 성장이 좋지만, 회사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노동의 기쁨이라는 가치에서는 빠른 성장이 과연 좋은 것인가 싶습니다. 

ESG 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천천히) 성장하는가', '반생태적인 규모의 확장을 반대하는가' 를 기준으로 넣는다면, 그린워싱으로 속이기 어려운 기준이 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 기업이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속하려면 이윤을 내지요. 하지만 이윤을 내는 것이 반드시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과 같이 가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서두에 정화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 처럼, 결국 근대 문명의 근본적인 틀을 의심해 보는 것 까지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철학과 역사 공부까지 닿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화두 던져주시고, 생생한 이야기 발표해 주신 정화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