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의 불가사의
마침내 메솦타미아 사람들은 단조로운 수학 데이터 이외의 것을 쓰고 싶어졌다
기원전 2000년에서 2500년 사이 수메르 문자체계에 점점 더 많은 기호가 추가되어,
오늘날 쐐기문자라고 불리는 완전한 문자체계로 점차 바뀌었다.
기원전 2500년이 되자 왕이 포고령을 내릴 때, 사제들이 신탁을 기록할 때,
이보다 신분이 낮은 시민들이 편지를 쓸 때도 이 문자가 사용되었다.
대략 이와 비슷한 시기에 이집트인들은 상형문자라 불리는 별개의 완전한 문자체계를 개발했다.
또 다른 완전한 문자체계는 기원전 1200년경 중국에서, 기원전 100년 ~ 500년경 중미에서 발달했다.
이들 문자체계는 발원지에서 널리 퍼져나가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와 새로운 임무를 띠게 되었다
사람들은 시와 역사책, 로맨스,예언, 요리책을 썼다.
그래도 쓰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여전히 대량의 수학적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있었고,
이 임무는 불완전한 문자체계의 면면한 특권이었다.
히브리 성경, 그리스의 일리아스, 희두교의 마하바라타, 불교의 팔리어경전은 모두 구전 작품으로 시작했다.
이들 작품은 입에서 입으로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전수되었으며,
설사 문자가 발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살아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 장부와 복잡한 관료제도는 불완전한 문자체계와 험께 태어났고,
이 둘은 오늘날까지도 삼쌍둥이처럼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다.
컴퓨터화된 데이터베이스와 스프레드시트에 기입된 암호 간은 항목들을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것을 기록하게 됨에 따라,
특히 행정부의 기록보관소가 엄청난 덩치로 커지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했다.
개인으 뇌에 저장된 정보는 불러오기 십다.
내 뇌에는 수십억 비트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지만,
나는 이탈리아의 수도 이름을 곧바로 떠올릴 수 있으며
그 직후에는 2001년 9월 11일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회상할 수 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내 집에서 히브리 대학교에 이르는 길을 재구성할 수 있다.
뇌가 정확히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는지는 미스터리지만,
뇌의 검색 시스템이 자동차 열쇠를 어디 놓았는지 생각해내려 애쓸 때를 제외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란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지만 키푸 애듭이나 점토판에 저장된 정보는 어떻게 찾고 불러올 수 있을까?
점토판이 열 개나 1백 개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천 개가 쌓여 있다면 어찌할까?
함무라비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마리(유프라테스 강 중류에 있는 메소포타미아 고대유적)의
짐리림 왕의 처지처럼 말이다.
199-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