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제조법
시스템1이 논리를 짜 맞춰주는 덕에
우리는 세계를 실제보다 더 깔끔하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고, 조리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과거를 이해했다는 착각은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착각을 낳는다.
이런 착각은 마음을 편안하게하고, 존재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인지할 때 생기는 불안감을 덜어 준다.
우리에게는 행동은 적절한 결과로 이어지고 성공하면 지혜와 용기가 보상받는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많은 경영 서적이 이 욕구를 충족하도록 만들어진다.
지도자와 경영 방식이 시장에서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까?
물론이다. 그리고 그영향력은 최고경영자들과 그들이 내린 결정의 특징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것을 회사의 이후 성과와 관련시킨 체계적 연구로 확인되었다.
한 연구에서 최고경영자들의 특징을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른 이후 도입된 경영 규칙과 절차뿐 아니라
그 전에 그들이 주도한 회사의 전략을 이용해 분류했다.
최고경영자는 회사의 성과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효과는 경제 신문의 조언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적다.
성관관계의 강도는 0에서 1까지의 상관계수로 측정한다.
앞에서 평균 회기를 다룰 때, 상관계수를 두 개의 측정치가 공통 요소로 결정되는 정도로 정의했다.
회사의 성공과 최고경영자의 자질의 상관관계를 아주 후하게 잡아본다면
0.30까지 나오지 않을까 싶다. 30퍼센트가 겹친다는 이야기다.
이 숫자의 의미를 따져보기 위해 아래 문제를 생각해보자,
희사가 여러 쌍 있다. 쌍을 이룬 두 개의 회사는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둘 중 한 곳이 다른 곳보다 최고경영자가 낫다.
더 나은 최고경영자가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더 성공하는 경우는 얼마나 자주 발생하겠는가?
질서 정연하고 예측 가능한 세상에서는 상관관계가 왼벽할 테고(상관계수 1),
모든 쌍에서 더 나은 최고경영자가 회사를 더 성공적으로 이끈다고 나타날 것이다.
비슷한 회사 사이에서 상대적 성공이 최고경영자도 손쓸 수 없는 요소들(운이라 불러도 좋다)로만 결정된다면,
뒤처지는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회사가 더 성공할 확률은 50퍼센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상관관계가 0.30이라면 여러 쌍 중에 약 60퍼센트에서 더 나은 최고경영자가 회사를 더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다.
무작위 추측보다 겨우 10퍼센트포인트 놓은 수치여서,
흔히 최고 경영자를 영웅으로 떠받드는 태도를 옹호하기 어렵다.
이 확률을 더 높게 예상했다면(우리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자신이 사는 세상의 예측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성향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성공 가능성이 1:1에서 3:2로 높아졌다면
경마에서나 사업에서나 상당히 유리한 축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 관련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회사 성과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최고경영자는
그가 속한 회사의 실적이 우수하더라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평군적으로 우연보다 약간 나은 성과를 올린 경영 지도자들을 열정적으로 묘사한 책을 사려고
공항 서점에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소비자들은 성공과 실패의 결정적 요인을 명확하게 언급한 글을 읽고 싶어하고,
착각일지언정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스위스에 있는 경영대학원 교수인 필 로젠츠바이크(Phil Rosenzweig)는
통찰력 있는 저서 《헤이로 이펙트 The Halo Effect》에서, 착각에 불과한 확실성을 원하는 수요가
경영 분야에서 인기 있는 두 가지 글쓰기 장르와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가를 설명한다.
두 장르 중 하나는 특정 개인과 기업의 (예사로운) 성공과 (가끔의) 실패의 역사를 다룬 것이고,
또 하나는 성공한 기업과 덜 성공한 기업의 차이를 분석한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다룬 이야기는
지도자의 유형과 경영 방법이 회사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끊임없이 과장하는 통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로젠츠바이크의 결론이다.
현재 상황 을 평가하기 위해, 어떤 회사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평가를
이를테면 다른 회사 최고경영자 같은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겼다고 상상해보자.
이들은 그 회사가 최근에 실적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잘 알고 있다.
앞서 구글 사례에서 보았듯이, 이런 지식은 후광 효과를 발생시킨다.
실적이 좋은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융통성 있다. 체계적이다. 결단력 있다는 말을 듣기 쉽다.
그런데 1년이 지나 그 회사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보자,
똑같은 최고경영자가 이제는 갈팡질팡한다. 고지식하다. 권위적이다. 같은 말로 묘사된다.
두 평가 모두 그순간에는 타당하게 들린다.
성공한 지도자를 고지식하다거나 갈팡질팡하다고 말하거나,
애를 먹고 있는 지도자를 융통성 있다거나 체계적이라고 말한다면 터무니 없지 않은가.
후광 효과는 위력이 대단해서, 우리가 같은 사람이나 같은 행동을 두고도
상황이 좋을 때는 체계적이라고 보고, 상황이 나쁠 때는 고지식하다고 본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후광 효과 탓에 우리는 인과관계를 거꾸로 해석해,
사실은 회사가 망한 탓에 최고경영자가 고지식하게 보일 때도
최고경영자가 고지식한 탓에 회사가 망했다고 믿기 쉽다.
이해 착각은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
성공한 기업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경영의 교훈을 탐색하는 책이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은지는 후광 효과와 결과 편향으로 설명된다.
이런 장르의 서적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사례 하나는
짐 콜린스(Jim Colins)와 제리 포라스(Jerry I.Porras)가 쓴 《성공하는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이다
이 책은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좀 더 성공한, 서로 경쟁 관계인 기업들 18쌍을 철저히 비교분석한다.
이 비교에는 기업 문화, 전략,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순위를 매긴 자료를 이용했다.
저자들은 "세상의 모든 최고경영자, 관리자, 기업인이 이 책을 읽어야 하다고 생각하다"며
"독자도 비전 있는 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성공하는기업들의 8가지 습관》과 같은 책들이 전달하려는 기본 내용은
좋은 경영은 알아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좋은 결과로 보답받으리라는 점이다.
이 둘은 모두 과장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되 성공한 기업들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되 운이 좋은 기업들을 비교하는 것이기 쉽다.
운의 중요성을 안다면, 성공하 기업과 덜 성공한 기업을 비교할 때
대단히 일관되게 나타나는 반복된 유형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무작위 조건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형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운은 큰 몫을 하기 때문에 성공을 관찰해서 지도력과 경영의 질을 추론하기는 어렵다.
어떤 최고경영자가 훌륭한 비전과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정확하게 안다 한들
그 회사의 앞으로의 실적을 동전을 던져 판가름할 때보다 더 정확히 예견하기는 여전히 불가능할 것이다.
《성공하는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나타난,
성공한 기업과 덜 성공한 기업 사이의 기업 수익 및 주식 수익 격차는
대체적으로 그때 이후 거의 다 사라졋다.
유명한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에서 다룬 기업들의 평균 수익도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졌다.
〈포천Fortune〉이 실시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Most Admired Companies)'연구에서는
20여 년 동안 순위가 최하위권인 기업들이 가장 존경받는기업들보다
더 높은 주식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을 현실에 안주했고
부진한 기업은 더 열심히 노력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인과관계 설명을 찾아내고픈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원래의 격차에는 운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에 평균 격차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운은 상위 기업의 성공에도 , 하위 기업의 부진에도 모두 작용했다.
우리는 이미 삶의 이런 통계적 사실을 마주한 바 있다. 평균회귀다.
사업 흥망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해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분명한 원인을 지목하면서 운의 결정적 역할과 회귀의 불가피성은 외면하는
단순한 성패의 메시지가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을 이해했다는 착각을 꾸준히 유도하면서,
일단 믿고 보는 독자들에게 지속적 가치가 거의 없는 교훈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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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판단과 관련한 말들
"이 실수는 명백해 보이지만, 그 판단은 사후 판단일 뿐이다. 미리 알 수는 없었다."
"그는 지나치게 단순한 이 송공 이야기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으 배우려 한다.
서사 오류에 빠진 경우다."
"그는 그 회사가 경영이 부실하다고 말하지만 증거는없다.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주가가 떨어졌다는사실뿐이다 사후 판단과 후광 효과가 합쳐진 결과 편향이다."
"결과 편향에 빠지지 말자. 이번 결정은 ㅣ록 결과는좋앗지만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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