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닉왕의 꿈을 풀이한 부처님의 예언
불교의 경전 가운데 원시경전에 속하는 <증일 아함경>에
는 <불설사위국왕십몽경> <국왕불리선니십몽경> <사위국왕
몽경십사경> <대애도반열반품> 등이 실려 있다. 이 경들은
모두 부처님이 국왕의 꿈을 풀이하여 미래세에 다가올 사건
들을 예견한 내용이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듣고 전한 사람과 번역자에 따라약간의 차이가 있
을 뿐이다. 여기서는 세 경의 내용을 두루 살펴 하나로 정
리하였다.
아직 이처럼 구체적인 사건들을 소상하게 예언한 것은 볼
수 없었다. 실로 감탄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경의 내용은 이러하다.
한때 부처님이 사위국 정사(精舍)에 계셨다. 그 당시
국왕은 바사닉왕이었다. 국왕이 어느날 밤 열 가지 사건이
일어나는 꿈을 꾸게 되었다. 왕은 꿈에서 깨어난 후 국가와
자신과 처자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생길지는 않을까 두려워
하였다. 다음날 군신과 도인들을 불러 물어 보았지만 신통
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마침내 부처님을 찾아 뵙기로 결심하고 부처님이 계신 곳
에 나아가 공경히 예를 올리고 지난 밤의 열 가지 꿈 이야
기를 말씀드렸다. 부처님이 모두 듣고 나서 말씀하셨다.
"국왕의 꿈은 국가와 왕과 가족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며
미래세에 일어날 사건들이다. 이 시대에 일어날 일이 아니
므로 두려워 말라. 미래세에 사람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
고 음란하고 처자에 탐착한다. 재물을 탐내며 수없이 화를
내고 어리석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청렴결백한 이는 버림
을 받고 아첨하는 이가 나라를 어지럽힐 것이오. 그렇기 때
문에 왕이 그런 꿈을 꾼 것이다." 하시면서 꿈을 하나하나
풀이하여 미래세에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알려주셨다.
1. 소외되는 가난한 사람들
'첫 번째 꿈'은 세개의 병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양쪽 병은 가득 차고 가득 찬 수증기가 교차하여 왕래하였
지만 빈 병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부처님의 해몽>
가득 찬 두 병만 교차하여 왕래하고 빈 병에 들어가지 않
는 것은 미래세에 사람들이 가난하고 고독한 사람들을 돌보
아주지 않고 부자들끼리만 서로 주고 받는 것을 나타낸다.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며 형제자매와는 친하지 않고 도리어
남과 친하여 서로 따르고 돕는다는 뜻이라 하였다.
<해설>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모든 것이 풍요롭고 사치와 과소비
가 만연한 반면 곳곳에서 가난하고 고독한 사람들이 소외되
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아프리카 심지
어 북한동포들도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약소국은 시달리고 있다. 밀
려오는 외국 농산품은 가난한 농부들을 허탈하게 한다.
돈창고 금융계는 대기업만 지원하니 중소기업은 더욱 허
덕인다. 기업은 정계에 돈을 바치고 정계는 기업에 혜택을
준다. 부잣집 자식들이 사치와 과소비로 방탕하니 가난한
사람들이 소외되어 온갖 범죄를 일으킨다.
미래세 사람들이 부자들끼리만 주고 받고 가난한 사람들
이 소외된다는 부처님의 예언은 바로 오늘의 현실을 적중시
킨 것이다. 부모 봉양하기를 꺼려하여 장남이면 장가를 드
는 데 어려움이 있고 양로원에서는 자식을 둔 부모가 쫓겨
나다시피 하여 여생을 보내고 있다. 부모 봉양관계로 부부
싸움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부모를 외딴 곳에 천막을 치고
홀로 있게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였다. 형제자매끼리 재산
문제로 소송과 죽음을 부르는 일까지 허다하다. 오늘의 현
실을 뚫어 본 부처님의 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부정부페로 시달리는 국민들
"두 번째 꿈"은 한 마리의 말을 보았는데 입으로 먹고 꽁
무니로도 먹었다.
<부처님의 해몽>
입으로 먹고 꽁무니로도 먹는다고 한 것은 미래세 사람들
은 임금과 대신들과 큰 관리들이 나라의 녹(祿)도 먹고 또
백성들을 짜 먹되 가혹한 부역과 조세가 그치지 않고 말단
관리들 까지 간사를 부려 백성들이 그 고장에서 편히 살 수
없다는 뜻이라 하였다.
<해설>
입으로 먹는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받게 되는 급여를
말하며 꽁무니로 먹는다는 것은 부정한 재물 · 뇌물 · 부정
부패 · 정당치 못한 뒷거래라는 것이다. 정계와 제계가 부정
부패와 뇌물로 혼란한데 말단 공직자까지 국민을 상대로 뇌
물을 챙겨 부정축재를 해서 백성을 짜 먹는다고 한 것이다.
외국상품이 밀려와 농수산업을 하는 국민이 대도시로 밀려
오며 부정부패가 만연한 오늘의 세태를 말해주고 있다.
고위층 관리들,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 심지어는 대통령
까지 부정한 재물을 탐내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다가 모두
심판을 받고 당연한 과보를 치르게 되었다. 말단의 공직자
도 직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줄줄
이 과보를 치르고 있다. 벌을 주고 대가를 치르는 데도 부
정이 있는 것은 아닐런지 모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것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는 점이
다. 부정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므로 그 고리
를 끊지 못하고 연장하여 끝내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
지게 된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현실을 예언한 부처님의 혜안에 감탄
을 금할 수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