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가족 식사모임에서 친정엄마는 갑자기 나에게 부산여행을 함께 가자고 제안하셨다
젊은시절 잠시 사셨던 부산, 아픈 기억이 많은 그곳에 왜 엄마는 가시려는걸까?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나는 대답을 꺼렸다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가족여행을 제안하셨다
젊은시절 살았던 곳에 가보고 싶어 하셨다
나는 기분이 묘했고 별로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요즘은 하루가 무척 바쁜 일상이기에..
그러나 추석때 친정에 갔을때 엄마는 부산에 갈때 신을 예쁜구두를 장만했다며 부산여행에 아예 쐐기를 박으셨다 ㅎ
그래서 우리는 부산으로 향했다
실로 50여년 만에 부산에 가신 우리 엄마, 감개무량해 하시며 약간은 설레어 하셨다
엄마가 30대중반, 나는 국민학교 2학년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학을 갔다
아버지는 잘나가던 직장인 신문사를 그만두시고 사업을 위해 부산 영도구로 가족과 함께 이사하셨다
누구나 그랬듯이 자녀, 미성년인 자식은 부모에 따라 삶과 운명이 일시적으로 결정된다
나는 싫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사실 서울에서 우리는 안락하고 평안한 삶을 살았었다
아직 국산tv가 나오기 전에 국내에 몇대 없는 일제 내셔널 tv를 가진집은 우리동네에서 우리집이 유일했고 저녁만되면 동네사람들이 tv를
보려고 모여들어 마당까지 벗어놓은 신발로 가득했고 나는 우쭐해 한적도 있었고..
부산에 전학을 하니 아이들이 서울래기가 왔다고 모여들었고 이상한 노래로 나를 놀렸다
서울래기 다마내기 맛좋은 고래고기 찢어먹고 볶아먹고..
부산에서의 단편적인 기억은 이러하다
밥만 먹으면 달려갔던 만화가게
눈이 온다고 아이들이 교실밖으로 뛰어나와 신나 하던 날, 눈같지 않은 솜털 같은 눈이 나에겐 무척 생소했고 그런 눈을 보며.부산에선 눈이 귀함을 알았다
이사하던해에 미국대통령 존F 케네디가 암살됐다는 웅성거림과
어느 여름날 해운대 바다에 놀러간 우리가족,
남동생의 탄생, 그리고 엄마의 장기간 입원
아버지의 사업실패, 엄마가 아프셨던것도 출산후유증만은 아니었다 사업실패로 인한 고통이었으리라
나는 국민학교 4학년때 자의식에 눈을 떴다
우리가족에 대한 염려, 그렇게 빠져들었던 만화가 모두 허구로 느껴지며 그후론 다시는 만화를 보지않았으며 그당시 동네에서 때때로 있었던 동네굿을 보며 저건 가짜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암튼 별로 좋지 않은 기억속에 살았던 3년 반
한숨속에서도 언니가 부산여중에 합격했다고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는 만화영화의 개척자셨으나 시대를 잘못 택하셨고 너무 계획없이 사업에 뛰어 드는 바람에 전재산을 잃으셨다
몇년후 마징거 젯,은하철도 999, 타이거 마스크 등 국내 만화영화산업은 봇물을 이루었다
아버지가 부산에 오시게 된건 잘나가는 친구의 권유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꿈을 안고 부산에 왔지만 많은것을 잃었고
우리가족은 부산을 떠나 다시 서울행 기차를 탔다
효자동 청와대 근처 큰집에 짐을 풀며 다시 서울생활로 돌아왔다
부산역에서 내려 내가 살던집, 다니던 학교, 동네시장과 어릴때 몇번 다녔던 교회에 갔다
감회가 새롭다
엄마는 나보다 더 감격해 하셨다
엄마가 실망할까봐 말은 안했지만 동네 앞바다는 오래전에 흙으로 메꿔져 있는것을 이미 지도를 보며 알고 있었다
바닷가는 4차선 도로로 근처는 공단으로..
운좋게도 물어 물어 옛친구를 만났고 친구가 태종대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 아직도 살만한 세상이다...
이틀동안 부산맛집을 찾았고 태종대에서 유람선을 타며 부산갈매기, 오륙도를 바라보며 돌아와요 부산항을 들으니 부산에 온 실감이 났고 자갈치시장에서의 정찬으로 여행일정을 마감했다
엄마는 - 이제 큰 숙제를 끝냈다며 마음이 편하다 -고 하시는데 무슨뜻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어떤 의미를 가진것 같았고 나도 엄마의 작은소원을 들어드리니 숙제를 마친 느낌이어서 좋았다
가는곳마다 태극기가 있었다
자갈치 시장에서 구르마에 태극기를 달고 장사하시는 아저씨
부산역 입구에서 천만인 서명대를 만나 무척 기뻤으며
부산역전 안에선 태극뺏지를 단 여행객 여러분을 보았다
엄마가 더 반가워 하는것을 보며 우리는 애국모녀임을 서로 인정함 ㅋ
이렇게 부산추억여행을 ㅎ
좋은 밤 되세요 ~
첫댓글 맨아래 사진 등대에도 태극기가 휘날리던데
사진으론 보이지 않네요..
어딜가도 태극기가 눈에 바로 들어와요
내 고향 부산...
엊그제 댓글 기억납니다. 어머님 모시고 부산행~
사연이 많으시네요. 서울내기 다마내기..
전에 시댁얘기도 기억나는데, 꿈꾸리님 본가도 사연 많으시네요.
저도 학창시절 보낸 부산 보수동 아련하고요. 한두번 찾아갔더랬지요.
말씀대로 어머님 추억여행 의미 있었을 겁니다.
기승전 태극기 만세입니다.
부산태생이시니 부산얘기만 나와도 느낌이 나시겠네요
저 생각보다 파란만장 합니다..
대추야자님
저는 오늘도 아니 벌써 어제네요 ..무지 바빴어요
아무래도 대구행은 무리인듯해요 잘 다녀 오세요
홧팅!
추억과 의미가 한가득입니다.
우리모두 어린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멋진 추억여행,그리고 효도 여행 이었네요.
자게에 몇일 머문후 여행방으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네
지킴이님 저 대구행은 힘들겟습니다
저대신 열심히 뛰어 주세요
시간 나면 유튜브 보며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마음이 모두 태극기로 연결되어 있으면 됩니다.
실시간 중계 해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수고해 주십시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돌아보니 어떤 해외여행보다 의미가 있더군요
태극기집회에만 매진하다 모처럼 시간내어 다녀왔네요
편한 밤 되세요
좋은추억 가득안고 돌와 오셨군요
소식 궁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원하는것
해드리는것이 진정 효도 이겠죠
저도 오늘 엄마 뵈러갑니다
글을 쓰면서 보헤미안님과 어머님 생각이 나서 미안했습니다
아프신 어머니땜에 마음이 더 아프실것 같아서요..
어머니를 자주뵈러가시는걸 보니 효녀맞으시네요
오늘도 잘 다녀오십시요
샬롬
어머니 모시고 다녀온 좋은 여행! 뜻 깊은 여행이 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ㅎ
엔젤라님 오늘 수고하시겠네요
함께못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오늘은 좀 쉬십시요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ㅎ
네 ~
사랑합니다 ♡
좋은 추억 만들고 오셨네요.대구 잘 다녀오겠습니다.
늘 수고하는 러브님
우리대신 애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