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구 방송고 교무부장 선생님에게서
졸업식에 참석해달라는 초대장을 받았다.
모르긴 해도
산악회
회장님이나 사무국장님이
발 빠르게 홍보를 한 덕에 임원들에게 초대장이 왔으리라 짐작이 된다.
고맙기도 하다.
방송고를 떠난 지가
어언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또다시
졸업식장에 간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길다면 긴 3년
짧다면 짧은 72일
후배님들
대단한 꿈을 이루었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돌아보면
가방끈의 길이 탓으로
배움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은 늘 초라했습니다.
가끔 삶에 지칠 때는
아버지, 엄마를 수 없이 원망하기도 했으며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였습니다.
수많은 시련과
역경이 하나둘 다가왔습니다.
때로는 고통으로
때로는 하늘의 시험으로 닥쳐왔습니다.
세상살이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결코 우리의 삶은 비겁하지 않았습니다.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거짓보다는 진실을 선택했으며
게으름보다는 부지런함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러한 각고의 부단한 노력 속에서도
법을 따르고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느덧
흐르는 세월 속에
님은 저 멀리 떠나가시고
비워진 빈 자리에는
우리가 아버지, 엄마가 되었습니다.
자식을 눈에 담고 보니
그제야
지긋지긋했던 배고픔의 시대를
살아왔을
아버지, 엄마의 눈물이 내게도 보였습니다.
불효자
우리가 곧 불효자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고등학교
남에게 들킬세라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찿아왔습니다.
어느새 중, 장년을 넘어
머리 위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더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아버지, 엄마는
보내고 싶은 마음에
보이지않는 눈물만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배움을 향한 도전은
우리의 꿈을 넘어
아버지, 엄마의 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몇 시간 후면 졸업장을 받습니다.
가슴에 안고
아버지, 엄마에게 먼저 드리십시오.
하늘을 향해
"아부지요, 엄마요
저도 고등학교 졸업 했심더"하고
크게 외쳐 보십시요.
우리는
오늘 아버님, 어머님에게
마지막으로
또 다른 효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잘 하셨습니다.
이 기쁨 이 행복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봉이의 삶의 이야기)
![](https://t1.daumcdn.net/cfile/cafe/275A2C335895BF5132)
첫댓글 참으로 가슴 저리는 글을 이제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