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금. 잔뜩 흐림. 스무나흘.
아침은 hostal에 붙어있는 식당에서 몇 개.
살사 souse 묻은 감자 먹으니 하루 종일 그 냄새가 올라온다.
바로 짐 싣고 바로 출발.
해도 11시 쯤.
멋있는 나무가 양쪽에 버티고 서 있는 멋있는 길도 가고 공사 중인 길도 가니까 나중엔 평범한 국도가 나온다.
지겹다 생각할 새도 없이 저기에 우중충한 도시가 보이네.
그런데 들어가는 길이 공사 중이고 표지판도 이상해서 한참 우리끼리 헤매다가 겨우 찾아들어갔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건물들이 다 갈색이고 높고 빽빽해서 삭막해 보인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또 헤맨다.
쁘라도 박물관 쪽에서 길 잘못 들고, 좌회전 안 되니 또 헤매고.
겨우 sol 광장 앞 주차장에 넣었다.
우리 첫 목적지였건만 공사 중이네.
기마상이랑 곰탱이가 소나무에 버티고 선 동상은 봤다.
여행 첫날에는 따뜻해서 좋았는데 지금은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진짜 겨울 같아 보인다.
민박집에도 전화 걸어보고, KFC에서 쉬다가, 또 전화 걸고…….
또 차타고 헤맨다. 민박집 찾아.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어떻게 어떻게 어영부영 한국말 간판을 찾았다.
그 주변에 차 세워 놓고 드디어 헤매는 거 끝내고 정착.
이 동네는 좀 상상하고 맞는 것 같다.
좀 무뚝뚝하셔서(할머니랑 아저씨) 불친절해 보이기도 하시지만, 아주 잘 해주신다.
한국사람도 많다.
단지 거실이 좁아 쉴 공간이 없다 뿐.
그냥 computer만 했다. 할 짓도 없고 낮이니 사람도 없고.
이것도 했다 저것도 했다.
거의 20일 만에 라면도 먹는다. 세 개를 찬우랑 둘이서 뚝딱.
그러고 또 이것저것. 책은 안 읽었다.
그래도 구경 나가야지. Mayor 광장을 찾아간다.
그렇게 헤맸건만 조금 가니 바로 sol 광장이 나오네.
아이구.
거기서 또 쪼금만 꺾어드니까 Salamanca에서와 (이름이 똑같듯이)비슷하게 생긴,
네모난 건물에 둘러싸인 광장이 나온다.
옛날 것은 아주 작은 일부분이고 나머지는 복원한 듯 하다.
가운데엔 동상.
소지품 조심하면서 한 바퀴 돌고 아버지의 눈에 걸린 식당 안으로. 싸고 맛있고 양 많고.
다 조금씩 남겼네.
그렇게 많이 먹고 앉아 쉬다가 계산하고 나왔다.
Spain 광장도 갈까 하다가 어떤 우연인지 우리 민박집을 찾는 형 두 명을 만나서 데려다 준답시고 우리도 들어왔다.
한참 멍 하니 앉아 있다가 지금 쓴다.
할 일도 없다.
심심하다.
ice cream 사오셨네.
상상초월 가격.
27.토. 하늘 색깔이 아주 이쁨. 스무닷새
왜 그런지 오늘도 잠을 많이 설쳤다.
아침은 역시나 한식.
오랜만에 보는 흰밥에, 김치에…….
고도리구이랑 오랜만이라 되게 매웠던 김칫국.
맛있어서 엄청 먹어댔다.
아저씨 참 열심이시다.
밥 먹는데 오늘은 소피야 공짜고, 하제는 쁘라도 공짜고, 축구경기는 언제 어디서하며…….
분식집에서 민박집으로 올라와 화장실 빌 때까지 기다렸다.
되게 많다.
겨우 양치하고 쉬다가 왕궁으로.
물 하나 사 들고 조금 가니 하얀 왕궁이 나온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그걸 만회하려고 크고 화려하게 지었단다.
처음엔 정원.
어떤 사람은 기타치고 있고, 물은 얼어서 여자아이가 올라 설 정도다.
조금 돌아나가니 어제 우리가 헤매던 길도 보이네.
표 사는데 되게 비싸다.
어른은 8, 우리는 3.5 왕궁도 ㄷ자다. 이 모양이 좋은 건가?
약국. 약국 앞에도 'REAL‘이 붙어있다.
들어가니 연금술 하는 재료들 놓는 것 같은 약병들.
납골당 같은 약통들, 그 밖에 여러 가지. 유리 만들던 곳도 있고.
다음은 진짜 왕궁 안으로.
시작부터 화려하다.
계단하며 난간하며, 거기다 천장 그림은 왜 그리 멋있는지 방들도 진짜 멋있는 게 많다.
천장마다 그림이 멋있고 바닥은 엄청 큰 카펫이 깔려있다.
기둥도 멋있고. 샹들리에도 크고 화려하다.
어떤 방엔 Greece 신 조각도 있고, 은이랑 수정으로 만든 대단한 샹들리에도 있다.
벽에는 천에 실로 그림 그린 것(태피스트리란다.)이 많이 걸려있다. Aranjuez가 나은 듯.
식기들을 보면서 좋겠다~ 하면서 몇 개의 방을 도니 회랑으로 나온다.
그담부턴 방 하나씩 들락날락 왕실 예배당에서 입 벌어진다.
검은 대리석 기둥들에 금칠한 장식들.
dom에는 입체감 넘치는 멋있는 그림까지.
정말 화려하다.
이런데서 살면…….
근데 살기는 아기자기 예쁜 Aranjuez가 더 나을 듯 하다.
뭐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와서 넓은 데를 가로질러 무슨 박물관으로 갔다.
옛날 입었던 갑옷들 많이.
말 갑옷도 있고 수백 명의 모형에 갑옷 입혀 놨다.
무기들만 잔뜩.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2층도 어린이 갑옷도 귀엽다.
일본 갑옷도 있고, 칼이며 총이며. 3m 쯤 되어서 어떻게 쓸까 궁금한 장총.
마지막으로 보고서 왕궁을 빠져나왔다.
coffee shop에 앉아 뒤지게 비싼 거 먹으며 쉬기도 했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세다.
춥기까지 하다.
이렇게 저렇게 우리 집까지 왔다.
점심으로 라면 끓여먹고.
game도 좀 했다가, 빈둥빈둥 중. 낮인데도 사람들 많이 머물고 있다.
책 읽다가 미술관으로 간다.
어머니 다리도 안 좋으신데 걸어야한다.
Mayor 광장을 거쳐 쭈욱.
꽤나 걸으니 carlos 5세가 나오고 옆으로 Sofia 미술관이 보인다.
lift까지 갖춰진 좋은 건물.
앞에는 어떤 높은 석상 있고, 우리는 들어가고.
검사받고 내 놓은 표 그냥 들고서 lift 타러 간다.
4층부터 가는데 또 연도별이라 4층은 현대 미술이네.
우리가 알 턱이 있나~ 그냥 막 본다.
이게 뭔가~하면서 한바퀴 겨우 돌고서 3층.
이번엔 TV 예술들. 뭐가 방영되는 TV들만 많다.
정신없네.
가끔은 멋있는 것도 나오고.
video art 같은 것도 보인다.
3층은 TV랑 video랑 camera만 있는 곳.
진짜 주된 작품들이 있는 2층.
처음엔 이름모를 사람들 나오다가 Miro도 나오고 유명한 Dali도 나온다.
Dali 그림은 나도 따라 그릴 수 있을 법한 쉬운 그림들도 있네.
드디어 우리의 picasso 형님 작품이 나오네.
아주 특이한(그 전에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평범한) 그림들이다.
스케치 같은 그림들만 많기도, 하고 애들이 죽 늘어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요상하지만 뇌리에 박히는 그림도 있었다.
그거랑 비슷한 그림 한 점 더 있고.
미술관 앞에 서 있는 석상이랑 똑같은 것도 있다.
게르니카 연습 작품들도 막 전시한다.
천재긴 천재네.
그러다 게르니카가 나온다.
우와~. 생각보다 큰(가장 큰 그림) 그림에 미술책에서만 보던 것을 보니 감동이 밀려온다.
사람들 20명 정도는 가만 서서 보고 있다.
도시가 초토화 될 때를 그렸다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이 미술관은 작품이 되게 많다.
방마다 작가 별로 모아놓고, 또 시대 별로 층층이.
게르니카 보고나서 가족을 잃어버려 찾아 헤맨다고 몇 방은 못 봤다.
파란 여인인가도 못 봐서 아쉽다.
조잡할 정도로, 짜증날 정도로 많아도 재밌었는데…….
어머니 다리가 큰일이네.
하제 쁘라도 볼란가.
돌아와서 또 언제나처럼 한참 쉬다가
저녁은 Mc Donald's에서 다리 아프신 어머니를 위하야 하나 배달하고 computer도 했다가 지금 자려고 한다.
하제가 마지막이구려.
좋은데…….
첫댓글 찬주야 이날의 감동은 쌤도 못잊고 있단다. 순간 순간의 모든것들이 중요하단걸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는데 너희들은 어려서부터 많은 경험을 해서 그런지 빨리 자신을 알아 가는것 같이 보이더구나 잘 자라서 행복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