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 베던 날"
'高'자 모표에 검은태,
까만 창의 모자
그리고 차이나 카라에
노란 단추가 다섯개 달린
검은 교복 차림의 아이들이 버스를 탄다.,
비포장의 교외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셋'은
삼거리 길에 마중나온
친구의 친구와 인사를 나누며
농로로 들어선다.
친구의 친구 안내로
누렇게 익어 허리까지 자란 벼들 사이를
스치며 길을 걷는 동안
어느새 영규의 친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높고 파란 하늘이 시야를 시원하게 해주는데,
여기저기서, 벼 사이사이를
탁탁 튀는 녀석들이 나의 시선을 채 간다.
메뚜기들에 홀렸는지,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켜 취했는지,
우리들은 노래를 부른다.
"앞마을 냇터에
빨래하는 순이,
뒷마을 목동들 피리 소리
그리운 고향,
그리운 친구~
정든 내 고향집이 그리워지네"
얼마 만에 다달은 곳 ,
양철 대문을 밀고 들어서니
넓은 마당 한쪽으로 고추가 널려 있고
왼쪽 멀리에 외양간이 있다.
기와지붕의 기역자 집은,
오른쪽에 사랑채가 있고
뒤로 돌아가면
장독대가 있다 .
뒷 담 넘어 담장엔 포프라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데 그
나무 사이사이로 콸콸 흐르는
개울 물을 보여준다.
나무잎 부딛치는 소리와
개울물 흐르는 소리,
여치울음 소리에 개구리 울음 소리까지,
시골의 소리와 풍경이 내 심장을 진정 시킨다.
벼를 베고 새참으로 들에서
양푼의 비빔밥을 둘러 앉아 먹는데
그 맛은
대갓집 진수성찬 하나도 부러울게 없더라.
어둑해지도록 벼를 베고 땀을 씻으러
개울에 돌아오니 어느새 환한 달이
포프라 나무 끝에 걸려
날 좀 풀어 달라 하소연을 한다.
영규가 알아 채고
나무에게 놓아 주라고
큰소리로 노래를 한다.
나도 함께 따라 부른다.
그날 나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2009.7.1.
-삿갓-
카페 게시글
세상사 이야기
'벼 베던 날'
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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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
09.07.01 21:0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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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귀한글 감사합니다 삿갓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합니다
자주 찾아 뵈지를 못하던 차에 이렇게 카페를 통해서라도 만날 수 있게 되서 얼마나 다행 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