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구간 양양~속초구간(41코스~45코스) 60km
강원도 중부에서 동쪽으로 올라간 곳에 있는 양양은 해가 오른다는 고장, 귀하디귀한 송이버섯의 고장이다, 양양은 해방이후 미국과 쏘련에 의해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38선 이북으로 편입되었다가 한국전쟁의 결과로 수복된 지역이다. 지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양양팔경의 제1경은 고향을 찾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의 고향 남대천, 제2경은 이름그대로의 떠오르는 태양의 일출산행으로 유명한 대청봉, 제3경은 자연도 쉬었다 간다는 오색령, 제4경은 시원한 폭포와 아름다운 단풍이 절경인 오색주전골, 제5경은 하륜과 조준의 발자취를 느껴보는 하조대, 제6경은 죽향이 풍기는 죽도정, 제7경은 동해 최고의 미항이라는 남애항, 제8경은 아름다운 일출의 낙산사 의상대이다.
양양 북쪽에 있는 속초는 시 중앙부에 석호인 영랑호와 청초호가 있으며 한국전쟁 중 수복되었고 북한 피난민이 북한 피난민이 많이 정착함으로 실향민들이 많은 반면 그로 인해 북한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문화가 숨쉬는 지역이다, 속초팔경으로는 1경 청대산, 2경 영랑호 범바위, 3경 조도, 4경 설악해맞이공원, 5경 청초호, 6경 대포 외옹치, 7경 속초등대전망대, 8경 학무정 등이 있다.
해파랑길 제9구간인 양양, 속초구간은 설악산과 함께하며 북으로 오를수록 바다빛은 더욱 짙어지고 해안에 드리운 철책선은 무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해파랑길 41코스는 주문진 향호둘레길을 걸어 강원도 3대미항 남애항, 쉬고가는 휴휴암, 대나무와 송림으로 가득찬 죽도정까지 가는 길이며, 42코스는 38선을 넘어 가사문항을 지나고 조선개국의 역사를 돌아보는 하조대를 지나 하조대 해변에 이른다.
43코스는 동호해수욕장을 지나 단조로운 해안길을 지나 하조대 해변에 이른다. 44코스는 연어가 돌아오는 남대천을 지나서 관동팔경의 낙산사를 지나 속초해맞이공원에 이르는 길이다. 45코스는 대포항, 속초해수욕장을 지나 아바이 마을에서 갯배를 타고 청초호를 건너 속초시내와 영랑호를 둘러보며 장사항에 이르는 길이다.
41코스(주문진해변~죽도정) 12.2km
주문진해변~지경해변~남애항~광진해변~죽도정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41코스는 주문진해변을 출발하여 석호인 향호둘레길을 돌아 강원도 3대 미항이라는 남애항을 지나 거대한 관음보살상이 쉬고가라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휴휴암을 지나서 대나무와 송림으로 가득한 죽도정 입구까지 12,2km의 길이다.
코로나-19 강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역수칙이 완화되어 거리두기가 없어지니 참여자가 조금식 늘어나는 추세를 느끼면서 양양~속초 구간의 첫 코스인 41코스를 걷기위하여 출발한 날은 2022년 6월12일이다, 이제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들어간 계절은 해변의 열기와 바다에서 밀려오는 해풍을 맞으면서 주문진해변을 출발한다, 따가운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와 사람들의 어우러짐이 한 폭의 그림같은 해변엔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청소와 정비에 여념없는 분들에게 “수고하십니다” 라고 인사를 하며 BTS의 버스정류장 풍경을 담으려고 모여 선 인파를 헤치고 해변길을 지난다.
학창시절 바다가 그리워 무작정 바다를 찾아 천안에서 만리포까지 3박4일간 걸어갔던 60여년이 지난 추억이 되살아난다.
아득하고 먼 옛날 무조건 떠난 방황의 길에서 작은 희망을 찾고 평생의 등대를 찾았던 그 시절이 바탕이 되어 노년이 되어 장거리 도보여행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그때의 추억일진데 점점 딸리는 체력과 불편한 건강이 야속하기만 하다. 매번 걷기 여행마다 사용하는 트랭글 웹의 안내는 시속 4.5KM의 속도를 말해주는데 언제 다시 올까 하는 마음에서 중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도 향호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 나오다 보니 앞선 일행보다 조금 뒤처지게 되어 조바심이 일어났다.
천년 묵은 향나무를 맑은 호수아래 묻었는데 나라에 경사스런 일이 생기면 향호의 침향에서 빛이 비쳤다는 전설이 있는 향호를 벗어나 다시 7번국도를 만난다, 이제 강릉에서 양양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산 좋고 물 좋은 양양이라네” 라고 쓴 표지판을 지나 양양의 첫 마을 지경리 해변을 지나고 남애항을 지난다.
강원도 3대미항이라는 남애항은 “강원도의 베니스”라 불리며 우리들에게 친근한 영화 “고래사냥”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서핑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싱싱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며 남애해변을 지나 낮은 언덕을 넘어서면 “동해의 쉼터” 휴휴암에 이른다.
쉬고 또 쉬어가라는 절이니 바다에 모이는 황어물고기들에게 밥이라도 시주해 주고 가야하나 아직 점심식사 전이라 서둘러 인구해변으로 방향을 잡는다, 뒤돌아보니 해수관음상이 바라다 보인다, 멀리서 나마 합장을 하며 기도를 드리고 광진해변으로 돌아서니 “나그네여! 무엇이 그리 바빠 쉬지도 않고 가시는가?”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광진해변을 지나 인구해변에 들어서서 함께 하신 일행분 중에서 물회와 섭국으로 이름난 식당이라며 함께 식사하자는 권유에 섭국으로 점심식사를 마쳤다.
섭국은 동해안에서 자연산 홍합으로 국을 끓여 내 놓는 강원도 토속 음식이다, 머구리가 바다속으로 들어가 주먹만한 자연산 홍합을 따 올려 기름에 살짝 볶은 뒤 국으로 내놓는 음식으로 가격에 비해 예전에 먹어본 맛은 아니였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이라 겨우 하나만 비었기 때문에 창가에 붙은 1인석 테이블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섭국은 그래도 옛 맛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맛난 식사를 마치고 죽도주위를 돌아가는 철제 데크를 따라 죽도에 오른다.
“동국여지승람’에 양양대도호부 남쪽 45리 관란정 앞에 푸른 대나무가 온 섬에 가득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죽도에 다다른다, 섬 둘레에는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철제데크로 섬을 돌아가게 시설을 해 놓았다. 해발 53m의 죽도 정상을 오르기가 거북하다, 잦은 경련으로 걷는 자세가 불안했던지 새끼발가락이 안으로 파고들어 물집이 일어나 오면서 1회용 밴드를 붙여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치기가 서운하다, 이를 악물고 죽도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르지 못할 것 같아 다음 코스에서 오르기로 하고 해변으로 나가 버스를 찾는다.
형형색색의 서핑복장으로 해변을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세월은 마음속에서 흐르는 줄 알았지만 어느새 세월은 나의 몸밖에 있었음을 확인하면서 인증 스탬프를 확인 후 버스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