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뒷북
핼러윈은 이미 지났지만, 11월 첫주일 '만성주일'(All Saints' Sunday)을 지킨 교파들도 있다. 그지 없이 심각해진 김에 뒷북을 좀 치련다.
지난 핼러윈 당일 동네 몰(moll)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던 길이었다. 섬뜩한 느낌에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꽤 성숙해 보이는 한 여성이 차문을 열고 나와 한 쪽 눈이 터진 듯 피투성이가 된 채 날 말끄러미 쳐다보면서 웃는 게 아닌가! 백인이라 안 그래도 하얀 얼굴 바탕에 선홍빛 '핏자국'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언뜻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분간이 잘 안 갔는데 알고 보니 핼러윈 분장이었다. 자기 딴엔 최고로 기발하고 멋있는 차림을 했으니, 좀 쳐다보고 웃어 달라, 좀 놀라달라는 얘기다. 남자 친구와 함께 캔디 구걸을 나서는 모양이었다.
뉴스를 보니, 올해 영국의 각 교도소에서는 잉글랜드/웨일즈를 포함한 전국의 수백명 이교도(pagans) 수감자들에게 핼러윈날 '특혜'를 줬단다. 마귀/사탄숭배자들에게 이날 하루 노동감면 혜택을 준 것. 무종교인 수감자들은 여전히 수공 등 자기 일거리를 계속해야 했다. 더욱이 282명의 전국 이교도 죄수들은 그날 자연숭배, 사탄 숭배에 필요한 특수물품인 '룬스톤', 물푸레 나무가지, (안전을 위해) 후드를 뗀 가운 따위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여타 종교인들도 자기네 명절에(기독교인들은 성금요일/부활절/성탄절), 이교도들은 하지/추분 등 연간 8회의 이교명절 중 2회는 하루를 쉬게 한 것.
이처럼, 이 명절인지 망절인지가 매년 가을 북서풍에 힘을 받는 듯 점차 온 지구촌으로 퍼져가고 있다. 과거 핼러윈 풍속을 잘 모르던 한국까지도 해마다 상혼을 북돋우곤 한다. [한 가지: 한국에서는 'a'발음은 거의 무조건 '아'로 읽는 경향 때문에 '할로윈'이라고 발음하는데, 영어/미어 공히 '핼-'로, 즉 핼로우윈/핼러윈으로 발음하는 것이 정확하다. '할로윈'으로 발음하면 자칫 '공허한 승리'(hollow win), 또는 '골 빈 공부벌레'(hollow ween)란 뜻으로 들릴 수 있다.] 지구촌이 왜 요 모양이 돼 갈까? 주님 말씀처럼 마귀가 세상 임금인 탓이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핼러윈은 본래 '성인(성인)들의 밤'(hallow evening)이란 뜻으로 카톨릭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즉 11월 1일, 소위 만성절(모든 성인들의 날, All Saints Day 또는 Allhallows, Hallowmas)의 전야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제성축야(諸聖祝夜)라고도 한다. 만성절은 동방교회/정교회/성공회/감리교 등에서도 지키는 절기다. 동방교회/정교회는 오순절 다음 일요일에 만성절을 지킨다.
크리스천들, 또는 거듭난 사람들에게 부탁하는데, 제발 세상의 핼러윈, 교계 일각의 '만성절'을 그냥 놔두고 신경쓰지 말기 바란다. 다만 신자/비신자들을 상대로 경각심을 불어일으킬 필요는 있다. 이것은 결코결코결코 '거룩한 밤'이거나 '기독교명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은 악한 것은 모양이라도 버리라고 했다. 악한 것? 그렇다! 핼러윈/만성절은 이교와 카톨릭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명절이다. 역사상 첫 만성절은 서기 609년 5월13일 로마 교황 보니파체 4세가 시작했다. 로마 황제 포카스(Phocas)로부터 범신당(Pantheon)을 선물로 받은 때였다. 머리통이 팍~ 썩어버린 보니파체는 범신당을 '복되신 정녀'와 모든 순교자들을 위한 '산타마리아 로툰다(원형건물) 성당'으로 헌정했단다!
그다음 세기의 교황 그레고리 3세는 한 술 더 떠, 모든 성인들을 위한 축일로 진전시키고 산피에트로 대성당 안의 한 채플을 만성절 기념 성당으로 헌정했다. 837년, 교황 그레고리 4세는 공식 만성절 선언을 했다. 만성절날, 카톨릭 교도들은 "불필요한 육체노동"을 쉬고 이날 미사에 참석할 의무가 있단다.
한편으로는 고대 로마인들이 켈트 족과 드루이드들, 이교도들이 매년 수확기의 절정이자 겨울의 시작을 앞둔 새해 전날인 10월말 사윈(Samhein)을 저승의 영들과 접하고 악령들을 내쫓는 축제를 함께 지켜왔는데, 카톨릭이 이것을 모든 성인들의 영혼을 기념하는 날로 양성화한 것이다. 켈트 족의 이 풍습은 조상을 기리는 추석/중추절과도 비슷하다.
여기, 켈트와 카톨릭이 짝짜꿍이 되어 서로 맞물려버린 명확한 접점이 있다. 고인들과의 친교다. 껍데기로는 악령들, 도깨비들을 내쫓는다면서 알맹이로는 영들을 초청한다는 내력이다. 자, 요것이 무슨 의미가 되는지를 곰곰히 살펴보자. 성경에 따르면, 고인(故人)들은 망자는 아닐지언정 모두 고인(古人)이다. 숨이 꼴깍 넘어간 순간, 옛 사람, 이미 경계선을 넘어간, 지나간 사람이란 얘기다. 우리는 옛 사람들의 신앙과 교훈을 본받고 배울지언정 그들과 '친교'하지는 않는다.
거듭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고인들은 두 종류-천국 간 사람, 지옥 간 사람-가 있다. 물론 둘 중 어느 쪽인지 분간이 잘 안 갈 수도 있지만 대개는 평소의 삶과 죽는 순간, 영적 느낌 등으로 가름된다.
아무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일단 죽으면 내세에 있지, 결코 이승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 그런데 지상에서 초혼을 한다고 그들이 나타나 주거나 되돌아 와 주느냐? 천만이다! 결코 그런 일은 없다. 만약 누군가가 고인의 영을 "봤다"거나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다거나 한다면, 그건..미안하지만 고인을 흉내 낸 악령이다. 악령들은 그런 능력과 소질이 있다. 특히 악령의 그룹들 중 친숙령(familiar spirits)들이 그 전문이다. '친숙령'이란 낱말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겠지만, 영문판 제임스왕 역본(KJV) 성경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 단어에 퍽 친숙하다. 친숙령은 말 그대로 고인을 잘 아는 영들로서 고인의 얼굴과 차림새, 목소리 등을 거의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 그것을 지상에서 본 사람들은 고인의 '유령'이라고 부른다.
친숙령들은 한 마디로 지상의 모든 사람들을 흉내 낸다. 심지어 가짜 '예수님'까지 흉내 낸다. '아름다운 마녀' 출신으로 기독교로 개종한 마이클슨 여사의 책 '악의 아름다운 측면'을 보면, 컴퓨터 화면에 갑자기 나타난 가짜 예수 친숙령에 속은 사례가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백악관 시절 "만났다"는 일설의, 고 링컨, 루즈벨트 영부인 등이 다 가짜 고인들, 즉 친숙령들이다.
따라서 만성절을 지키는 켈트/카톨릭/정교회, 일부 신교 교파 등은 친숙령들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종교다. 모든 성인들, 고인들의 영혼을 적극 기념하고 친교하는 사이에 신도들 주변과 마음 깊숙이, 악령들이 찾아오고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진혼미사', '초혼제', '진혼곡'(레퀴엠) 따위도 기독교엔 있을 수 없는 관행들이다. 마리아에게 대화하는 형식의 기도와 미사, '성모송'(아베 마리아), 소위 '마리아 발현(apparation)' 등도 마찬가지다. 성경적으로는 마리아가 단지 한 명의 고인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카톨릭의 성상(icon) 숭배, 헨리 나웬, 로제 수사(떼제공동체 전 대표) 등이 그렇게 강조한 관상기도의 일환인 이콘기도가 악하고 위험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핼러윈은 사탄의 '생일' 내지 지상(至上) 축일이 돼버렸다. 이날 자연신교/이신교(deism)/마교(wicca)/사탄 숭배자들은 길길이 뛰며 하루를 유쾌히(?) 즐긴다. 마녀들, 요술사들, 점성술사들, 검은 트렌치코트 착용을 즐기는 고트족들(goths)들, 흡혈교도들(vampires)들, 락 작곡가/연주자들, O.T.O. 일부 프리메이슨리 등 사교 단원들이 이 날을 '성스런 날'로 보낸다. 일부 사탄교도들은 이날 동물제사, 심지어 인간희생물을 사탄에게 바친다. 그러니 사탄과 그 졸개들인 악령들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근래 미국 학교 내 총기 살상 사건들 대부분은 흑트렌치코트족/고트족 등 사탄숭배자들이 일으킨 사건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튿날은..카톨릭과 일부 신교 교파의 만성절로 거룩히(?) 지켜진다. 이거, 얼마나 웃기는 현상인가! 성경 어디에 모든 고인들의 영혼을 기리고 기념하라는 말이 있던가? 순교자들이나 앞서 간 신앙선조들의 믿음을 본받을지언정, 언제, 성경 어디에 그들의 영혼을 받들어 모시고 친근히 사귀라고 했던가? 차라리 만성절날 돼지 대가리 놓고 '기독교 고사'를 치르자고 하는 말이 더 솔직한 것인지도 모른다.
핼러윈은 이래저래 악령들, 악의 세계를 흥성하고 유리하게 해주는 명절 내지 망절(亡節)이다. 신자들이여, 이 날을 멀리 하자.
http://moksa.co.kr/world/world_column.asp?cur_page=1&schSel=title&schStr=&bbsaID=20060914100&num=93&step_in=0&stair=0&pgroup=93&pageName=view&board=world_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