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이 무기인 공직자 시대
박경선(대구대진초등학교 교장)
청렴은 미덕이 아니다. 예로부터 선비나 공직자들은 공직자 윤리강령이 없더라도 청렴을 생활신조로 여겨왔다. 공직자가 아니라도 그렇다. 청렴은 미덕을 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양심에 가책 없이 편안하고 품격 있게 살고 싶기 때문에 누구나 그렇게 행하고 그렇게 살고 있는 평범한 삶의 가치일 뿐이다.
하지만 정부는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로 청렴하게 살도록 요구하고 있고 국민들은 바르게 사는 무슨 무슨 본부 등도 만들고 있다. 최소한 공직자만은 청렴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되겠다. 세월호 참사만 보더라도 따져보면 청렴에 구멍이 나 빚어진 비극이다. 학교장도 그렇다. 학교장의 청렴에 대한 의지와 노력으로 기관 전체에 청렴문화 확산과 학부모 및 민원인 대상으로 클린콜(Clean Call) 결과를 반영하여 교육현장의 청렴 노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 체납 자료로 쓰기 위한 납세증명서, 지방세납세증명서, 교통 법규 위반 자료로 쓰기 위한 운전경력 증명서를 해마다 1회씩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장은 사업자가 아니고 국가에서 주는 월급을 받다보니 월급 수령 시 아예 세금을 원천징수해가는 통에 체납할 기회도 없고 연금도 국가 사정이 안 좋아 적게 주겠다고 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가 없으니 운전경력 증명서도 해당사항 없지만 청렴이 미덕이요, 청렴이 무기가 되는 공직자 시대를 살다보니 학부모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학교장은 나름대로의 재산 공개를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학기 초 학부모 총회 시 학교장 재산을 공개하였다. 재산 제 1호로 교장실에 걸어둔 전교생 865명의 사진을 내어 보이며 전교생 학생들을 학부모와 공동 관리하자는 동의를 얻어내었다. 재산 제 2호는 교직 생활 39년간 제자들한테 받아온 편지 모음 파일철, 재산 제 3호로 이때껏 교단에서 쓴 교단 일기요. 일기장이라고 공개하면서 곁들여대구시 교육청은 전국 시도 교육청 평가에서 청렴도 1위를 했다고 근거 자료도 제시하였다. 어떤 경우에라도 학교에 꽃 한 송이, 음료수 한 병도 보내지 말아달라고 당부, 당부하였다. 그리고,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4일간 연휴 동안의 학생 생활지도에 붙여 스승의 날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한 차례 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였다. 어린이날은 아이들에게 부모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화를 많이 해주고 선물해줄 거면 책 선물을 해달라는 것, 그리고 다가올 어버이날에 드릴 감사편지를 쓰게 지도해달라는 것,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께 <훌륭한 선생님 상>장을 쓰도록 하려한다. 전근 간 선생님께 쓴 <훌륭한 선생님 상>은 학교에서 일괄 우편으로 보내드리려 한다. 그러니 스승의 날에는 꽃 한송이, 음료수 한 병도 학교로 보내지 말아 달라. 그날 교문 세 곳에 교장, 교감, 교무부장이 지키고 서서 아이들이 꽃 한 송이라도 들고 오면 집으로 돌려보내겠다. 선생님들 가슴에 달아줄 꽃은 학교 울타리에 핀 장미를 꺾어 준비 하겠다. 혹, 명예교사로 오시는 학부모님들도 절대 물질적인 선물을 들고 오지 말라. 우리 선생님들이 선물을 돌려보내는 일이 없도록 학교의 방침을 꼭 지켜 달라. 우리 선생님들께는 물질적인 선물보다 교사를 믿고 교육을 함께 걱정해주는 교육 파트너로서의 학부모를 존경하고 원하고 있다면서 모처럼 맞는 가정의 달 연휴를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까지 했으면 학부모들이 학교의 의지를 알아주고 편안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스승의 날 오후 한 학부모가 교장실로 전화하였다. “작년에 학부모가 들고 있는 물건을 칭찬하는 선생님의 뉘앙스가 좋지 않아서 전화했어요.”라고. 그렇다. 물건에 대해서는 선의에서라도 칭찬하거나 관심을 표현하지 말아야 하는 시대, 말 한 마디도 오해가 없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이 시대 공직자, 특히 교사의 자리이다. 대한민국 교사들이여! 세월 호 참사 때도 아이들과 죽음을 함께 한 대한민국 교사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나마 조금 덜 부끄러운 오늘을 살고 있듯이, 세상이 우리를 불신할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며 우리 아이들 기억 속에 아름다운 선생님으로 남을 공직자, 교사의 길을 꿋꿋이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