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만 '악의 축' 넣으면 선전포고로 비쳐질 것 우려 라이스 아이디어로 北 포함
미국 부시 행정부 내 이라크전쟁 비화(秘話)를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책 ‘공격 계획’에는 북한 관련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다. 19일부터 시판된 이 책에서 북한 관련 중요 부분을 발췌 소개한다.
■“낡은 작전계획에 어리둥절”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2001년 초 취임 직후 “한국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한) 계획을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국방부 전략가들은 북한과의 극비 우발(contingency) 전쟁 계획인 작계 5027을 브리핑했다. 럼즈펠드는 나중에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 보고를 듣고) 어리벙벙해졌다”고 말했다. 그 작전 계획은 낡고, 대규모 부대를 한국으로 기계적으로 이동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부시와 럼즈펠드는 다른 생각들과 전략들을 갖고 있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가, 아닌가? 북한 군사력은 증강됐나, 약화됐나? 럼즈펠드가 이런 질문들을 던졌으나 국방부 간부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럼즈펠드의 선임 군사보좌관인 에드먼드 기앰배스티아니 해군 부제독은 “그 작전 계획에 따른 선택사항은 수사(修辭)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모기를 땅에 눕히기 위해 75개의 대장간 망치를 이용할 것인가일 뿐”이라고 말했다. 외교 아니면 전면전 이외에 중간적인 해결책은 없었다는 얘기다.
럼즈펠드는 2001년 8월 초 어느 토요일에 합참의장과 작전계획 국장, 산하 간부들을 전원 소집해 하루 종일 미국의 모든 주요 우발 전쟁 계획을 보고받고 시정을 명령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좌관과 스티븐 하들리 부보좌관은 2002년 초 부시가 국정연설에서 ‘악의 축’으로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리즘의 결합체인 이라크만 지목할 경우 선전 포고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북한과 이란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북한과 이란은 테러리즘을 지원하면서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분명한 후보들이었다. 부시도 이들 3개 국가를 묶는 아이디어를 좋아했다. 하지만 라이스와 하들리는 이란의 경우 복잡한 국내 사정을 감안, 제외시킬 것을 다시 제안했으나 부시는 “노(No), 이란도 포함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파월은 부시가 ‘악의 축’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랐으며, 언젠가 이것이 행동 목록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을 곧 깨달았다.
■블레어, 부시연설 대환영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부시의 ‘악의 축’ 연설을 듣고, 미국 대통령이 불량국가 문제에 진지해진 것에 기뻐했다. 블레어는 이 3개 국가들 중 북한을 가장 우려했으며, 이란은 위험한 대량살상무기를 비축하는 데 근접했다고 믿었다. 블레어에게 이라크는 악의 축 국가들 중 마지막 우려사항이었으며, 당시에는 부시만큼 사담 후세인에 집중하지 않았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태평양전쟁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말했지만 미국 국방부에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노병'이 두 명이나 있다. 한 사람은 1932년생인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이고, 다른 한 사람은 1922년생인 앤드류 마셜 총괄평가국장이다.
럼스펠드의 경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4선 하원의원, 국방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제너럴 인스트루먼트사 회장 등 정.관.재계를 두루 거쳤다. 그는 또 두 개의 미래 전쟁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더욱 유명하다. '탄도미사일이 미국에 끼치는 위협에 대한 평가위원회 보고서'(1998년 7월 15일)와 '국가안보를 위한 우주공간 관리 및 조직평가위원회 보고서'(2001년 1월 11일)라는 이름의 이 문건들은 모두 미국의 21세기 군사전략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 문건들은 의회가 초당적으로 구성했던 두 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럼스펠드의 성을 따서 '럼스펠드 보고서'라고 부른다. 첫 번째 보고서는 북한 이란 이라크 등 이른바 '깡패 국가들'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공격에 대비해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번째 보고서는 우주 무기를 개발하는 등 우주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보고서는 모두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21세기에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할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1975년 포드 행정부에서 43세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 국방부 장관이 됐던 럼스펠드는 2001년 2월 부시 행정부에서 다시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마셜을 불러 잠재 적국들과 미래 전쟁의 성격, 즉시 싸울 준비를 해야 할 전쟁들과 필요한 군의 규모, 전 세계 미군 재배치 전략 등에 대한 청사진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마셜은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이 가장 중요시된다는 내용의 비밀 보고서를 제출했고 럼스펠드는 이를 토대로 부시 대통령에게 21세기의 새로운 미국 군사전략을 보고했다.
마셜은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인물이다. 1949년부터 랜드 연구소에서 핵전략 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는 1973년 국방부 정책 계획국에서 전략 분석관으로 관리생활을 시작했다. 포드 대통령은 1977년 럼스펠드 장관의 건의로 장기 군사전략을 연구하는 부서인 총괄 평가국을 신설하고 초대 국장에 그를 임명했다. 이후 역대 행정부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이 부서의 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의 별명은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 나오는 제다이의 기사를 가르치는 스승 '요다(Yoda)'이다. 그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실제로 '스타워즈 계획'을 입안하는 등 1980년대 말까지 소련의 위협을 미국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짜는 작업을 지휘했다. 당시 마셜의 전략에 감동한 인물들은 폴 울포위츠 현 국방부 부장관 등 '신보수주의(네오콘)'그룹이었다. 때문에 네오콘들을'제다이의 기사'라고 부르고, 이들을 국방부의 요직에 임명한 럼스펠드를 '오비완 케노비'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후 마셜은 1990년대부터 잠재적 적국으로 중국을 상정하고 이에 대비한 전략을 집중 연구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력은 유럽에 너무 편중됐으며 아시아에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지정학적 전략과 국방예산을 아시아에 우선적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했던 클린턴 행정부는 그를 백안시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레스 애스핀은 임기 중 그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후임 장관 윌리엄 코언도 그를 국방부에서 퇴출시키려 했었다. 클린턴 행정부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그는 1999년 '아시아 2025'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중국은 동아시아의 현상 유지(status quo)에 항상 도전하는 세력이 될 것'이라면서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이 중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해상 봉쇄를 단행하고 미국은 봉쇄를 풀기 위해 함정을 급파한다. 중국은 미사일 공격 또는 함정을 격침시키겠다고 위협하면서 미국에게 전쟁을 할 것이지 아니면 퇴각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미국이 퇴각하면 대만의 주식과 외환시장은 붕괴되고 경제는 마비 상황에 빠진다. 대만 정부는 중국이 제시하는 요구조건을 받아들인다. 일본은 안보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자국의 모든 미군 기지를 폐쇄한다. 통일된 코리아는 민족주의에 고양돼 미국인들을 추방한다. 중국은 아시아 전 지역을 지배한다.'
마셜은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려면 첫째 서남아와 동남아에 전진 작전기지 설치, 둘째 중국과 인도의 동맹을 저지, 셋째 한국, 호주, 태국, 필리핀과의 동맹 강화, 넷째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 다섯째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 등을 제안했었다. 그는 또 미국이 우주 전쟁에도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미국 백악관 '악의 축' 3인방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이후 전 세계의 미군을 재배치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전략 변화의 초점은 바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이다. 미국의 21세기 잠재 적국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물론 북핵 문제도 있지만 중국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결코 한국의 점증하는 반미 감정에 대응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럼스펠드는 '거대한 체스판'에 둘 묘수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대 중국 전략의 핵심 요충지가 될 괌과 오키나와 및 한국을 둘러보는 그의 행보도 이 때문이다. 특히 럼스펠드는 한국이 앞으로 진정으로 미국의 '동맹국'으로 남을 것인지도 알아볼 것이다. 때문에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럼스펠드가 방한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 '한국이 옳다고 믿는 대로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우리(한국과 미국)는 동맹의 구조를 어떻게 더 강력하게 만들고 21세기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변화시킬 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로 국론이 크게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 국가인 한국 나아가 통일 코리아가 21세기의 먼 장래를 바라보고'한반도를 위한 전략'을 짜야할 때다.
이장훈(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모스크바 주재 초대 특파원을 지냈고 사회부 차장, 국제부 수석 차장, 주간한국 부장을 역임했다. 한국 신문협회 기자 대상, 한국 기자협회 기자상, 백상 기자 대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들>,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이 있으며 현재 국제 분야의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 클릭=> 중국과 미국의 패권전쟁 (청군 대 홍군)
"방중 체니, 부시 메시지 전달설"
"미 대선 전에 핵 포기해야" 주장
조갑제 월간조선편집장은 22일 “미국의 정보통에 따르면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최근 중국을 방문, ‘중국이 북한의 핵 무장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도 대만과 일본의 핵 무장을 막을 수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당정의 수뇌부에 전달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 편집장은 이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이같이 말하고 “부시 대통령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북핵 문제를 끌 수 없으며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체니 부통령이 말한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조선닷컴 internetnews@chosun.com )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여 당정의 수뇌부에게 드디어 대만 카드를 꺼내어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이 책임 지고 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미국의 정보통에 따르면 딕 체니 부통령은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을 부인하는 입장이 아니었는가. 부시 대통령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제는 더 이상 북핵 문제를 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의 말을 전하겠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도 대만과 일본의 핵개발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하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
체니는 한국을 방문하여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났을 때 중국 수뇌부에게 전한 이 메시지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김정일金正日이 중국을 방문한 것도, 체니 부통령의 경고를 받은 중국공산당 총서기 호금도(후진타오)가 긴급 방중訪中을 요청하여 이뤄졌고 이 자리에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북한 핵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시점에서 대선大選을 치르는 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 그는 적어도 김정일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해주어야 체면이 서는 입장이 되었다.
작년 4월호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국제원자력 기구(IAEA) 회장 출신인 정근모鄭根模 박사(전 과기처 장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대만 카드를 쓸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미국의 핵관련 인사들과 교분이 두터운 鄭박사에 따르면 중국은 레이건과 부시 아버지 시절에 미국에 두 번이나 부탁하여 대만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대만의 핵개발 기술 수준은 핵무장 결심 후 수개월 이내에 폭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대만은 유엔에도, NPT(핵확산금지협정)에도 가입하지 않아 핵무장을 막을 국제법적 방법도 없다. 더구나 지금 대만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로 남아 있으려는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미국이 대만의 핵무장을 허용한다는 것은 중국에 있어서는 통일 포기로 이어지는 악몽이 되는 것이다.
대만 카드를 써서 중국을 압박하여 중국 손으로 북핵北核을 제거한다는 부시의 마지막 승부수가 작동했고 김정일의 방중訪中이 그렇게 이뤄졌다면 머지 않아 김정일 정권의 극적 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리비아식 해결이 북한에 대해서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워싱턴에서 간간히 새어나온 적이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핵개발 포기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일 정권이 과연 그렇게 발가벗기는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결사항전의 태세를 취할 것인가이다. 김정일이 이제는 벼랑이 몰리는 분위기이다.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 (*)
美가 예측한 `최악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