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현대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칭송 받고 있는 이 곡은, 극적인 등장으로 한층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1953년 스탈린 사후 미국과 소련과의 문화교류의 제1진으로 이 곡의 초연이 양국에서 동시에 행해졌다. 1955년 10월 29일과 30일에 레닌그라드에서, 같은 해 12월 30일과 이듬해 56년 1월 1일에 뉴욕에서 초연되었다. 바이올린은 어느 경우나 오이스트라프가 맡았고, 레닌그라드에서는 무라빈스키 지휘의 레닌그라드 필하모니에 의했으며, 뉴욕에서는 미트로풀로스의 뉴욕 필하모니에 의했다. 총보는 쇼스타코비치가 손으로 쓴 총보를 필름에 담아 급송(急送)했고, 오이스트라프도 비행기로 미국에 갔다. 지금도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이어지는 최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평가가 변하지 않는다. 곡은 오이스트라프에게 바쳤다.
▲ 1947년 작곡된 곡이 1955년에야 초연 된 이유 1948년 2월 열린 공산당의 작곡가 비판에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9번이 서구적 모더니즘에 젖어 형식주의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쇼스타코비치는 이미 작곡을 해 놓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발표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 정부는 전쟁의 승리에 취해 있는 인민들을 다시 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와 유배가 재개되었고, 한편으로는 러시아 민족주의를 찬양 고무하면서 반유대주의 운동을 촉발시켰다. 그 결과 문화계에서는 주다노프에 의한 비판으로 ‘부르주아 데카당스 미학’에 오염된 예술가(작가, 미술가, 음악가) 등 서구화된 예술가들이 인민들을 타락시킨다고 주장하며 예술가 일반을 매섭게 옥죄었다. 특히 프라우다는 예술을 정치에 악용하는 선전매체로서 예술가들을 괴롭혔다. 때문에 당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은 소비에트를 소재로 한 한정(숲의 노래 1949 - 10개의 서곡 1951)된 작품 밖에 쓸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53년 희대의 독재자 스탈린이 사망하고, 흐루시초프에 의해 스탈린에 대한 격하운동이 공개적으로 벌어졌다. 바로 그해 하차투리안(Aram Il'ich Khachaturian, 1903-1978)이 발표한 논문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계의 저항운동이 거세게 일자,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교향곡 제10번이 소비에트 악단의 환영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작곡한지 7년 만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 곡 해설 곡은 전통적인 협주곡 형식과는 달리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악장에 별도로 지시된 내용을 달고 있어서 마치 모음곡과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편성은 독주 바이올린에 3관 편성인데, 협주곡치고는 다양한 타악기들이 등장하여 강렬한 비트와 풍성한 색채감을 만든다.
▲ 제1악장 Nocturne. Moderato 이 악장은 야상곡이라고 지시된 도입부를 가진 3부 형식이다. 전반적으로 침울한 색채의 반음계적 구성이 특징적이다. 첫 부분의 저음현이 장엄하게 연주되면 독주 바이올린이 조용하게 시작된다. 이 주제는 하나의 무한 선율로 이 악장의 중심이다. 이어 목관과 현이 교대로 등장하다가 사라지면 처음의 템포로 돌아와 독주 바이올린이 주요 주제를 연주하는데 매우 명상적이다. 중간부에서도 트란퀼로의 독주부가 나오고 반주를 맡은 현악기들은 화성적으로 자유롭다. 이어지는 반주부에서는 첼레스타와 하프가 등장하고, 독주 바이올린과 현이 번갈아 연주된 다음 중음주법으로 돌아갔다가 제3주제로 들어간다. 여기서 하프와 현의 반주로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하프와 첼레스타의 아주 여린 울림에 독주 바이올린의 고음이 서서히 사라지며 마친다.
▲ 제2악장 Scherzo. Allegro 이 악장은 스케르초이다. 플루트와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등장하는 주제와 함께 독주 바이올린이 중음 단편으로 번갈아 연주된다. 이어 독주의 바이올린으로 주제가 표현되고 목관이 대비적인 선율을 만들어간다. 중간부에서는 2/4박자로 바뀌고 간명한 주제가 독주 바이올린으로 표현되며 목관과 현이 대비적인 음형을 연주한다. 이 악상이 클라이맥스를 이루면 관현악이 리듬이 화려하고 분방한 행진곡풍을 연주한다. 이 선율은 그대로 독주부로 이어졌다가 파곳에 의해 마친다. 이후 스케르초 주제부가 재현된 후 코다로 이어지면 행진곡풍이 다시 나타나 독주 바이올린과 함께 빠르게 진행된 다음, 갑작스럽게 DSCH(Dmitri Schostakovich) 음렬이 최강주로 출현하여 암시를 준다. 이와 같은 음렬은 제10번 교향곡과 현악사중주 제8번 등의 작품에서도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이것은 공산당 비판 이후 작곡자의 의지의 표시였던 셈이다. 이어서 목관과 현이 주요 주제를 카논풍으로 전개시켜 나아가면서 경쾌하게 악장을 마친다.
▲ 제3악장 Passacaglia. Andante-Cadenza (attacca: 쉬지않고 이어서 연주) 이 악장은 주제와 8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파사칼리아로 뒤에 장대한 카덴차가 등장한다. 독주 바이올린의 집중력과 표현력을 요구하는 악장이며, 특히 아주 긴 화려한 카덴차야말로 3악장의 백미요, 이 협주곡 전체의 중핵이다. 파사칼리아의 주제는 저음현으로 힘차게 제시되는데, 이때 호른이 셋잇단음의 특징적인 음형으로 수식하고 있어 박진감을 더한다. 제1변주는 관악기군으로 주제가 파곳, 튜바로 연주되어 코랄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제2변주에서는 독주 바이올린이 등장한다. 제3변주는 잉글리시 혼과 파곳으로 연주되고, 제4변주는 위에 등장했던 선율이 저음현으로 연주되고, 파사칼리아 주제가 호른으로 연주된다. 제5변주는 저음현의 피치카토와 독주 바이올린의 셋잇단음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제6변주는 주제가 독주부의 옥타브 주법으로 높게 연주되고, 제7변주에서는 파곳과 튜바로 주제가 연주된다. 제8변주는 저음현의 피치카토에 이어 팀파니의 연타를 반주 삼아 독주 바이올린의 패시지가 이어지면서 마지막 부분의 긴 카덴차로 마친다.
▲ 제4악장 Burlesque. Allegro con brio-presto 이 악장의 부를레스케(해학)는 러시아 민속 축제처럼 러시아 무곡의 리듬이 선명하고 쾌활하면서 열광적이다. 두 마디의 서주에 이어 현의 리듬에 맞춰 오보에, 클라리넷, 호른이 등장하고 전체는 목관악기로 론도 주제가 연주된다. 이때 클라리넷이 장식적인 음형으로 나오고 플루트가 가세하여 리듬을 살린다. 제1 에피소드는 목관의 연주를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하게 장식한 다음 주제가 복귀하고, 이 주제는 현의 반주에 맞춰 독주부로 연주된다. 제2에피소드는 호른의 통주와 목관의 선율로 구성된다. 이어 독주 바이올린과 제1, 제2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음색이 겹쳐지면서 클라리넷과 실로폰이 3악장의 파사칼리아 주제를 회상하고, 호른이 카논풍으로 이 선율을 이어나간다. 후반부는 주제가 다시 한 번 반복되면서 독주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격하게 중음을 연주한다. 아주 빠른 코다로 들어간 곡은 현과 독주 바이올린이 교대로 연주되면서 관현악의 총주로 화려하게 마친다.
■ 감상
● 전곡 (41:22) ① 00;00~ ② 13:50~ ③ & ④ 21:00~ ★★★★☆ ▬ 제3악장 하단에 (시간이 허한다면 – 위 전곡에서 21:00~ 끝을 강추) (1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