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12. 3. 비상계엄의 절차상 하자와 절차상 하자만으로도 파면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작성자 : 황 남 기
Ⅰ. 문제의 소재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4. 12. 11.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2024.12.3. 비상계엄 선포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비상계엄 선포 문서를 본 적도 없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부서도 없었다고 한다.
비상계엄을 발령하려면 헌법 제89조의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헌법 제82조의 문서로 하되 그 문서에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 이에 반하는 비상계엄의 위헌여부와 그 효력을 판단하고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 파면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고자 한다.
Ⅱ. 절차상 하자가 있는 비상계엄선포의 위헌여부
1. 학설
헌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했다고 하더라도 절차상 하자만으로는 위헌이 아니라는 소극설과 절차상 하자만으로는 위헌이 된다는 적극설이 대립한다.
2. 판례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원칙은 모든 국가작용을 지배하는 원리로서 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국가작용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다.
3. 소결론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는 국가작용으로서 기본권 제한과 관련되든 아니든 모든 입법작용 및 행정작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헌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비상계엄 선포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
헌법 89조 제호는 계엄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를 필요로 한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문서형식을 취하지 아니하고 부서를 받지 아니한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에 위반된다.
Ⅲ. 국무회의를 거치지 아니한 비상계엄 무효여부
1. 국무회의의 법적 지위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국정 최고 심의기관이다. 특히 대통령은 헌법 제89조이 정한 중요의사결정 전에 국무회의 구성원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국가정책을 결정하여야 한다.
2.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국가정책결정의 무효여부
(1) 무효설
국무회의 심의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의 효력발생요건이므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국가정책결정은 처음부터 무효라는 견해이다. 국무회의 심의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는 기능을 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비로소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다. 따라서 이를 거치지 아니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으므로 무효라고 한다.
(2) 유효설
국무회의는 대통령 결정을 보좌하는 심의기관에 불과하므로 국무회의심의절차는 적법요건이나 유효요건은 아니고 대통령이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면 탄핵소추 사유가 될 뿐이라고 한다. 국무회의 심의는 대통령이 심의결과를 참고하여 의사결정하도록 하는 취지이므로 대통령은 심의결과에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대통령의 정책결정은 위법하나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3) 소결
헌법 제6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가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데,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사후적 통제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만큼 사전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국가정책결정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헌법 제89조에 위반됨이 명백하므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3. 국무회의를 거치지 아니한 비상계엄 무효여부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은 정부와 법원의 권한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영장제도, 언론출판의 자유 등에 대한 특별한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행위이다. 따라서 국무회의를 거치지 아니한 비상계엄선포는 무효에 해당한다. 무효인 비상계엄의 선포에 근거한 2024. 12.3 계엄포고령 제1호도 역시 당연무효이다.
Ⅳ. 문서주의를 위반하고 부서를 받지 않은 비상계엄의 선포의 무효여부
1. 헌법 제82조의 문서주의와 부서의 의의
헌법 제82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고 그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를 받아야 한다. 부서란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대해 대통령의 서명에 이어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서명하는 것을 말한다.
국법상 행위를 문서로 하게 되면 사후 위헌 행위에 대한 통제를 받을 수 있어 신중을 기하게 된다. 또한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부서를 한 경우 대통령과 함께 법적인 책임 또한 공유하게 된다. 따라서 문서주의와 부서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이 형식을 준수하여야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 부서의 법적 성격
부서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부서권자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참여했다는 물적 증거에 불과하다는 견해, 부서권자의 책임소재를 명백히 하는 성질을 가진다는 견해,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는 견해가 있다.
3. 문서주의를 위반하고 부서를 받지 않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관한 학설과 판례
(1) 무효설
문서주의와 부서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의 유효요건이므로 문서주의와 부서없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무효라고 한다.
(2) 유효설
문서주의와 부서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의 유효요건이 아니라 적법요건이므로 문서주의와 부서없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위법하나 유효라고 한다.
(3) 판례
대법원은 시흥소방서장의 구두명령은 행정절차법 제24조에 규정된 문서주의에 위반하여 당연무효라고 한 바 있다.
(4) 소결론
헌법 제82조의 문서주의는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문서에 의하지 않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무효에 해당한다. 또한 부서는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통제하는 기능을 하므로 이를 거쳐야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비로소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서없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헌법 제82조상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므로 무효에 해당한다.
4. 문서주의를 위반하고 부서를 받지 않은 비상계엄의 선포의 무효여부
2024.12.3. 비상계엄 선포는 문서주의를 위반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를 받지 않았는 바,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므로 무효에 해당한다.
Ⅴ. 2024.12.3. 비상계엄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이 가능한지 여부
1. 대통령 파면사유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소추사유로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규정하고 있을 뿐 탄핵결정 사유에 대한 규정은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고려할 때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상 위반이 있는 경우에 파면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한다.
2. 비상계엄선포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의 중요성
주권자인 국민은 국가기관에게 국가권력이라는 칼을 부여하면서도 국가권력의 남용에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국민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국가권력이라는 칼이 오히려 자신에게 겨누어졌던 역사를 수 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국가권력을 나누어서 부여하고 나뉜 국가권력을 가진 국가기관 간 상호 견제와 통제를 통해 특정 국가기관의 권력남용을 억제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예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 권력분립만으로는 헌법수호가 어렵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어쩔 수 없이 헌법은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행사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이고 권력분립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비상적 권한을 부여하였다. 비상계엄이 발동되면 대통령은 정부와 법원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으므로 비상계엄은 권력분립의 예외로서 인정되고 있다. 권력분립의 예외로서 비상계엄권의 남용은 헌법과 기본권 수호가 아니라 헌법과 기본권의 말살로 이어진 1980년의 경험으로 45년 간 어느 대통령도 행사한 바 없었다. 따라서 위험하고도 위험한 비상계엄권은 실체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겠으나 절차적으로도 헌법에서 한 치도 벗어나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
비상계엄의 선포되면 평시에는 용납될 수 없는 군정이 실시되어 계엄법 제7조에 따라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경험한 민주국가에서는 군인이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는 것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과 혐오감을 가지고 있기에 문민우위원칙을 헌법 곳곳에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전두환의 폭력적이고 반헌법적인 권력장악으로 국민들은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아픈 기억을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헌법 제5조 제2항으로 남겨두었다. 따라서 국군이 동원되는 비상계엄은 자칫하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대신 불법적인 권력찬탈과 권력행사에 동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절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3. 2024. 12. 3. 비상계엄이 절차적으로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
(1) 국무회의 심의의 하자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를 하려면 국무회의 구성원의 과반수가 출석하여야 한다. 11명의 구성원이 출석했다고 하니 구성원 과반수 출석이라는 출석의 형식은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상계엄안이라는 중차대한 안건의 심의를 위해서는 사전에 안건에 대한 충분한 고지가 있어야 한다. 충분한 검토를 한 국무회의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2024.12.3. 비상계엄선포는 국무위원은 물론이거니와 국무총리조차도 사전 고지를 통한 충분한 검토시간이 부여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정식 안건의 제출, 충분한 토의도 없었고 국무회의록작성조차 없었으니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쳤다고 할 수 없어 헌법 제89조에 위반됨이 중대하고도 명백하다.
(2) 부서 없는 2024.12.3. 비상계엄 선포
2024.12.3. 비상계엄은 정식 문건으로 부서를 받은 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도 설득하지도 못하고 설득할 의사도 없이 2024.12.3. 비상계엄 선포하였는 바, 이는 헌법 제82조에 위반됨이 중대하고도 명백하다.
(3)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 미통고
계엄법 제4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며, 국회가 폐회 중이라면 대통령은 즉시 국회 집회를 요구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의 불법적인 계엄에 대해, 헌법 제77조 제5항에 따른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이 실제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2024.12.3. 비상계엄선포 후 대통령은 국회에 통고 대신 군대를 투입하였다. 이는 헌법 제77조제5항의 국회해제요구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따라서 국회에 대한 비상계엄 통지를 아니한 사실 또한 중대한 계엄법 위반에 해당한다.
4. 2024.12.3. 비상계엄선포는 국민의 신임을 저버렸는지 여부
헌법 전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대한국민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2024.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국민은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누리기는커녕 무장한 군인이 국회의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아 나섰고, 군부대가 국회를 장악함에 있어 이를 방조·지원하였다. 국민은 이러한 야만적 장면을 밤새 떨면서 지켜보아야 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 12. 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
이런 비상계엄 선포를 하려면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엄격히 충족하여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그것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적 요건이라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2024.12.3. 비상계엄선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였다. 그리고 국민이 명령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해 국가권력을 행사하라는 헌법전문을 정면으로 위반하였으므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저버렸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법 위배행위는 헌법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지극히 중대하므로,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2024.12.3. 비상계엄선포의 절차상 하자만으로도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함에 모자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