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無求飽(식무구포) 居無求安(거무구안)
‘음식을 먹을 때 배부르게 먹지 않으며 거처하는 곳에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 14장에 나오는 유명한 말로서 군자가 진정으로 학문을 좋아한다면 어떠해야 하는가를 가르친 대목이다.
이 구절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군자는 행동에 민첩하고 말하는 데에 신중하며
(敏於事而愼於言/민어사이신어언)
도를 아는 사람을 가까이하여 그에게서 스스로 바로잡는다면
(就有道而正焉/취유도이정언)
가히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可謂好學也而矣/가위호학야이의).’
노자(老子)가 도덕경 3장에서 좋은 정치란
‘백성의 머리는 비우고 배는 채우게 하는 것이다(虛心實腹/허심실복)’
라고 말한 것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먹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배를 곯는 사람에게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어도, 아무리 심오한 철학을 이야기 하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음식을 먹고 배가 고프지 않는 것이 다른 모든 활동의 기본적인 조건이 됨을 의미한다.
<동양정신문화연구회>를 지도하는 조지메이슨 대학의 노영찬 교수는 도덕경 3장
강의에서 무지무욕(無知無欲), 즉 지식을 없이 하고 욕심을 없이하라는 구절을
설명하면서 모든 성인이 한결같이 ‘배는 채우되 지나쳐서는 안 된다’
고 말한 것은 탐욕을 경계하는 말이라고 강조하였다.
공자가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하여 말하면서
먹는 이야기를 꺼낸 것은 먹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면서도
중요한 것이기에 먹을 때 절제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으려는 욕구를 가진다면
이는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또한 먹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집인데 군자가 화려한 집에서 거처하는 것을
구하려 한다면 이는 이미 마음에 세속에 대한 욕망이 가득 차 있는 것이므로
집에 대한 욕심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즉,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자신의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 편안함과 풍요함의 사치에 대한 유혹을 경계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꾸 더 많은 것, 더 편한 것, 더 좋은 것을 추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물질에 대한 욕구가 그 사람의 모든 생각을 지배하게 되어 정신은 오히려 황폐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문하는 사람이 너무 경제적으로 쪼들려도 안되겠지만
부자들을 부러워하며 부자가 되려고 무리한 행동을 해서는 안되겠다.
공자는 도가 있는 사람, 즉 성인 또는 훌륭한 스승이나 친구를 만나 교제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바르게 수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학문,
즉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만하다고 말했다.
또한 논어 술이(述而)편에서
‘거친 밥 먹고 물 마시며
(飯疏食飮水/반소사음수),
팔을 굽혀 베개를 삼더라도
(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
즐거움은 그 속에 있다
(樂亦在其中矣/락역재기중의).
의롭지 못하게 부를 얻고 높은 지위를 얻는 것은
(不義以富且貴/불의이부차귀)
나에게 뜬구름 같은 것이다
(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라고 말했으니 경제적으로 풍요한 시대에 사는 우리가 그 뜻을 깊이 음미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