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식천(以天食天)
해월의 “천이 천을 먹는다(以天食天)”의 설법은 인간의 식생활 행위도 ‘천이 천을 먹는’ 행위로 신성화하였고, 일상생활의 규범을 범천론적으로 재정립하였다. 그의 이러한 세속윤리는 부녀자에게 보낸 ≪내수도문 內修道文≫에 잘 나타나 있다.
양천주(養天主)
온갖 탐욕을 물리치고 도덕적 인격을 닦는 일이 내 몸에 모신 천주를 양(養)하는 것이다
온갖 욕망을 자제하고 마음을 정(定)하면, 그것이 양천주가 되고, 양천주로 한울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고 설파하여, 선민들도 양천주하면 성인이나 군자가 된다고 하였다.
최시형의 ‘향아설위(向我設位)’의 주장은 그의 ‘인즉천’사상의 극단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제사상을 놓을 때 신위를 향하여 향벽설위(向壁設位)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가 제안한 ‘향아설위’는 천주를 모신 나 자신을 향하여 젯상을 놓자는 것이다.
조상이나 스승에게 제사를 지낼 때, 부모님의 정령은 자손에게 전해 왔고, 스승님의 정령은 제자에게 옮아 왔으므로 그 제사를 위해서는 자아를 향하여 설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었다. 이 설법에서 최시형은 “사람이 천령(天靈)을 모셨으니 신이 곧 내 마음이요, 예(禮)는 내 마음의 기념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최시형은 동학사상의 실천에서 종교적 포교와 교문의 확대, 교의 공인, 교조의 신원에만 전념하였으나, 동학사상의 전파는 당시의 사회상으로 보아 필연적으로 농민운동에 들어가 혁명을 잉태하게 되어 제폭구민과 척양왜(斥洋倭)의 정치적·사회적 개혁운동으로 발전되었다.
동학의 제2세교주인 최시형(崔時亨)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처럼 사람의 몸에 이미 모시고 있는 바 그 한울님을 항시 끊임없이 힘써 길러야만 된다는 양천주설을 주장하였다.
대인접물 (待人接物)
다른 사람을 대우하고 사물을 다루는 덕목
다른 사람이 거짓으로 속이면 진실로써 그를 위하여야 한다. 남이 심하게 굴면 사랑으로써 대우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인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사람을 하느님같이 공경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사물을 다루는 데 대해서는 한 포기 풀이나 한 그루의 나무도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가르쳤다. 하찮은 물건도 자기 몸과 같이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사물을 공경하라고 하였다. 사물을 공경하는 것이 곧 하느님을 공경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기도 하였다. 이 무렵 최시형은 대인접물하는 법으로서 삼경(三敬)을 가르쳤는데, 삼경은 하느님과 사람과 사물을 공경하라는 것이다. 동학은 본래 하느님을 모시라고[侍天主] 가르쳤다. 혹은 하느님을 공경하라고 가르쳤다.
이러한 동학의 가르침을 최시형은 사람과 사물에까지 적용한 것인데, 그것이 바로 대인접물하는 법이라고 볼 수 있다.
최시형은 “내 핏덩어리가 아니거늘 어찌 시비하는 마음이 없으리오마는 만일 혈기를 생하면 도(道)를 상하게 하므로 내 이를 하지 아니하노라. 나도 역시 오장(五臟)이 있거늘 어찌 탐욕하는 마음이 없으리오마는 내 이를 하지 않는 것은 한울님을 모시고 기르는 연고니라.”라고 하였는데, 이 양천주설은 동학의 사상적인 극의로서의 시천주의 자각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볼 때 이것은 시천주사상의 구현 전개라고 할 수 있다.
해월은 나만 한울님을 모신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울님을 모셨으니 사람을 한울님처럼 섬겨야 한다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가르침을 친근하고 쉬운 예로써 설명하였다.
"집에 손님이 오거든 손님이 오셨다 하지 말고, 한울님이 내 집에 오셨다고 말하십시오. 부인 동덕들은 함부로 아이들 때리지 마십시오. 아이를 때리는 것은 곧 한울님을 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월은 남에 대한 용서와 자기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강조하고, 모심과 섬김, 존중과 배려를 중시한다.
"교만하고 자기를 과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자기를 과시하는 사람은 진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진실해야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악한 사람이라도 선하게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바르면 그도 반드시 스스로 바르게 됩니다.
사람과 물건(자연과 생명)을 대할 때 악한 것은 숨겨주고 좋은 것은 드러나게 하십시오. 저 사람이 나에게 포악하게 하더라도 나는 그를 사랑과 용서로 대하고, 그가 나에게 거짓으로 말을 꾸며도 나는 정직하고 순수하게 대하면 자연히 마음이 돌아오게 됩니다."
또한 해월은 사람만이 한울님이 아니라 물물천(物物天) 사사천(事事天), 즉 물건마다 다 하늘이고 일마다 모두 하늘이라는 만물 존중의 경물(敬物)사상으로 생태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선구적으로 가르치고 실천하였다.
"세상 만물 중에서 한울님을 모시지 않은 것이 있습니까? 이것을 알게 되면 생명 있는 것을 죽이는 일은 굳이 금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하지 않게 됩니다. 제비의 알을 깨지 않아야 봉황이 날아오고 풀과 나무의 어린싹을 꺾지 않아야 산이 무성해집니다.
쓸모가 다하여 못 쓰게 된 물건이라며 함부로 버리고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날아다니는 3000종의 새도 다 자기 부류가 있고, 땅을 기어 다니는 3000종의 벌레도 다 자기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과 생명을 공경하십시오."
대인접물의 법설은 먼저 나를 변화시켜 우리를 바꾸자는 것으로, 생명·평화와 노동, 여성과 어린이 존중 등 오늘날의 시대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필요한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