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살이 맑아 창가에 긴 그림자로 섰네
가지마다 푸르러 눈이 부시고 고요가 숲을 잠에 들게 하네 사람들은 저마다 한숨을 쉬는데
새들은 푸른 창공으로 쏟아져 날아가네
저기 첨탑 끝 십자가에 걸린 하얀 낮달이 구름처럼 흐르고 있네
모두 외로운데 나만 행복에 젖어 웃네
세상 우울한 비를 맞으며 오월을 보내네
옷자락이 바람에 젖어 펄럭이네
꽃들은 저마다 대궁을 벌리고 서로 다투어 피고 있지만 세상은 온유하지가 않네
지상의 사람들은 오늘도 전장에 나가 목숨을 버리며 여전히 싸우고 있네
해가 저물고 꽃과 나무들과 새들이 위로의 말들을 건네고
신부의 고해성사가 하늘에 닿는 시간
내가 보았던 모든 것은 하늘과 닿지 않았네
밤나무 꽃이 지는 날 온다던 그네는 소식이 없고
세상은 지고 달도 지고 바람도 자고 별도 모두 떨어졌네
ㆍ
ㆍ
별 줍는 새벽
남자 여자가 모여 사랑을 갈구 합니다
정상이든 비정상든 상관 없습니다
이해를 구하지도 않습니다
좀, 아니, 전혀, 세상은 좁고 인간들은 많고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초대되는 곳
너무 작아서
너무 존재감이 없는 날들에는
차마 발 붙일 곳이 없습니다
세상의 노래도 끝이 났습니다
멀리 거대한 해일이 티베트 봉우리를 넘어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