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56-1 (2016. 04. 29) 울산시
8.6km (서해안 : 845.6km, 남해안 : 817.7km, 동해안 131.6km 합계 : 1,794.9km)
(울산광역시 동구 전하동 현대 중공업 - 서부동 - 동부동 봉대산 - 주전동 하기 해수욕장 - 주전 해수욕장 - 북구 어물동 - 당사동 당사항 - 구유동 -정자동 정자항)
울산 동구는 현대구라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전하동에서 시작한 현대 중공업은 서부동, 미포동으로 이어진다. 한 공장이 행정구역상 여러 동에 걸쳐있다.
장정은 지루하게 현대 중공업 공장 담을 타고 이어진다.
바다 쪽은 현대 중공업이고 안 쪽은 현대 호텔, 현대 백화점, 현대 계열의 울산대학교 병원, 현대 예술 공원,
현대 패밀리 명덕 아파트, 현대 예술관, 현대 청운 중 고등학교, 현대 공업고등학교, 서부 현대 패밀리 아파트.
동부 현대 패밀리 아파트. 현대가 이름인 것만 모아도 한 페이지를 쓰고도 모자라겠다.
그렇게 현대를 지나 봉대산을 만났다.
주전동 하기 해수욕장으로 가기위해서는 차로는 마성터널을 지나가면 되지만 걸어서는 봉대산을 넘을 수밖에 없다.
봉대산은 우리 장정의 에이스들만 넘기로 한다.
하기 해수욕장에서 일행을 기다린다.
바람이 빠르게 불고 있어 파도도 세게 들이친다.
해변은 자갈들로 이루어 져서 철썩 철썩 파도가 밀려오고 잘그락 잘그락 물결이 밀려나간다.
그 소리가 상쾌한 건지 여름을 맞이하는 바람이 상쾌한 건지 바닷가에 한참을 서 있었다.
잠깐 사이 일행은 하기 해수욕장을 지나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서둘러 쫓아가니 주전항에서 멍게와 해삼을 썰어놓고 해양경찰지서 앞마당 바닥에 앉아 소주한잔을 한다.
해삼이 얼마나 단단한지 이빨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 장정은 시작되어 잠시 더 지나가지 주전 몽돌 해변이다.
완도나 남해안의 몽돌과는 조금 다르게 납작한 몽돌로 이루어진 1.5km 정도의 해변이 이어진다.
바람이 참 좋다. 여기도 잘그락 잘그락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해변에 재미있는 표지판이 서있다.
울산 동구에서 지정한 소리 9경중 이곳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가 그 아홉 번째라고 하는 표지판이다.
울산 동구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해보니 “보는 풍경에서 듣는 풍경으로”라는 주제로 9가지 소리를 정해 놓았다,
많은 곳에서 무엇 무엇 몇경하며 많이들 정해 놓았지만 이건 참 참신하다.
울산 동구를 대표하는 9가지 소리. 물론 우리는 지금 여기 소리 만 듣고 있지만 아홉 개를 모두 듣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동축사 새벽종소리, 마골산 숲 사이로 흐르는 바람 소리, 옥류천 계곡 물소리, 현대중공업 엔진소리,
신조선 출항 뱃고동소리, 울기등대 무산소리, 대왕암공원 몽돌 물 흐르는 소리,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
슬도의 파도소리 슬도명파,
대표적인 명소에서 소리를 뽑아내어 연결시킨 기획이 보통 이상이다.
보기만 하는 뺑뺑이 여행이 아니라 오감을 느껴 보라는 기분 좋은 강요를 해온다.
몽돌 해변의 중간 무렵 울산광역시 북구 어물동을 만난다.
울산 북구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강동 사랑길을 7구간 만들어 놓았다.
구간 구간별로 바다와 산을 연결시킨 길인 것 같다.
우리는 바다 옆으로만 간다.
당사항을 시작으로 해서 우가항으로 또 걷기 어려운 바윗길을 걸어 넘어 재전항으로 또 판지항
다시 오늘의 종착지 정자항까지 힘은 들지만 지루하지 않게 길을 걸어간다.
길을 걸은 때 제일 필요한 것이 뭘까?
발이 편한 좋은 신발, 가볍고 산뜻한 옷, 눈부심을 막아주는 선글라스?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동행이다.
그 동행이 미우면 바로 그곳이 지옥이고 그 동행이 예쁘면 바로 여기가 천국이다.
난 지금 천국에 있는걸까?
나와 길을 걷고 있는 동행들은 천국일까?
오늘은 어린 대게와 도다리가 천국에 와 있다.
첫댓글 수고했소~요즘 장정의 저녁은 푸짐하고 행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