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랑채의 흑미비빔밥. |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행랑채의 식사 메뉴는 흑미비빔밥과 수제비 단 2개뿐이다.
심심해서 고추전을 시켜봤다.
고추가 연꽃처럼 활짝 피어난 걸 처음 보았다.
맵싸해서 입맛을 돋운다.
수제비는 국물이 시원하다.
수제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코를 박고 열심히 숟가락질이다.
아! 맛있다.
흑미비빔밥이 들어오니 고소한 냄새가 난다.
거칠고 예쁘다고 할 수 없는 흑미이지만 서로 섞이니 곱기만 하다.
흑미비빔밥은 오돌오돌 씹는 재미가 있다.
몸에 좋은 소박한 음식들이다.
김노환 대표는 부산에 살다 밀양에 정착한 지 10년쯤 되었단다.
김 대표는 "도시에서 앞만 쳐다보고 눈을 '꼴치고'(?) 살았지만 허점 투성이더라.
모든 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후회가 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작가 같고, 부인은 화가 같은 인상이다.
이 집에 걸린 그림들은 부인이 다 그렸다.
밀양에서 다시 찾고 싶은 집 1순위로 꼽는다.
비빔밥 6천원, 수제비 5천원, 고추전 8천원.
오전 9시∼오후 9시 영업.
신대구고속도로 밀양 IC에서 국도 24번으로 갈아탄 후 단장/표충사 방향으로 내리자 마자 램프 끝나는 지점.
055-352-8927.
·아들 면회는 '장성통닭' 들고
군에 간 아들 면회갈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장성통닭'이다.
찾아가기도 쉽다.
택시를 타고 기사한테 "장성통닭 가주세요"하면 된단다.
서로 닮은 부부가 하는 집이다.
베토벤 스타일의 이중기씨는 배달, 조영숙씨는 조리 전문이다.
조씨는 "25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밀양에 통닭집이 12곳이었다 지금은 100곳도 넘는다.
인구는 2만∼3만이 줄었는데 세 집 건너 한 집이 닭집이 된 셈이다.
그래도 우린 장사가 잘된다.
문만 열면 돈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부럽다.
|
장성통닭의 야채찜닭. |
통닭이 다 비슷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닭똥집이 매콤한 고추와 함께 튀겨나와 입맛을 돋운다.
진한 갈색으로 선탠을 한 것 같은 통닭, 퍼석하지 않다.
바싹 잘 구운 생선구이를 먹는 느낌이다.
기름 맛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담백, 깔끔, 고소하다. 닭을 잘 먹지 않는 사람도 좋아할 만하다.
소스는 새콤달콤하다. 비결을 물어보았다.
"우리는 옛날 재래식 양철 기름통을 그대로 쓴다.
요즘 통닭집에는 전기나 압력솥을 많이 쓰는데 깨끗하지만 맛이 안난다.
" '장성통닭'도 돈을 들여 새로 기계를 설치했다가 맛이 안 나서 다 철수했단다.
"단무지도 직접 담고, 소금도 다 볶고, 소스도 직접 만든다."
이렇게 다르니 사람들이 좋아한다.
밀양 사람들은 명절 때 이 집에 들러 통닭을 사 가야만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단다.
통닭 1만3천원, 야채찜닭 1만8천원, 똥집 5천원.
오후 11시 30분까지 영업.
쉬고 싶은 날에 쉰다.
며칠 전에는 문 닫고 기장에 가서 장어 먹고왔단다.
밀양역 가곡 삼거리 세종고 입구. 055-354-8272.
·조선 최고의 막걸리집 '주막'
늦게 태어나 후회스러운 일 중의 하나가 주막에 못 가본 것이다.
주막에서 술 시켜 먹으며 주모와 농지거리 해봤으면….
밀양에 주막이 남아 있다.
아니 새로 생겼다고 해야 맞겠다.
밀양 내동에 심플하게도 '酒'자 등불 하나 달랑 밝히고 영업을 하는 집이 있다.
영락없는 주막집이다.
사람들은 '성내주식회사(城內酒食會社)'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막의 명태구이. |
오가는 술꾼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기자의 짧은 글 재주보다 이 집 단골들의 낙서가 분위기를 잘 전달할 것 같다.
'밀양 술귀신이 모이는 곳', '하늘에는 천당, 밀양에는 주막이다',
'조선 최고의 막걸리집' '엘레강스한 주막 마담이 있는 곳',
'황천길에는 주막이 없다'. 이 중 백미는 이 한마디이다.
'꺼으윽'. 밀양 전통 쌀막걸리가 새콤달콤하다.
매콤한 명태구이와 해물파전을 안주로 술 한잔 하기에 딱 좋다.
'엘레강스'의 주인공 배종선씨가 외사촌 동생이자 예쁘고 입담 좋다는(이날 외출 중이어서 확인은 못했다)
연미선씨와 6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배씨는 "창고로 쓰던 집을 쉬엄쉬엄 고쳤다.
처음에는 소주집이었는데 손님들의 권유로 막걸리로 바꾸고 나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말한다.
밀양 사람들이 술을 따라준다.
약간 남은 막걸리 잔을 내밀었더니 술을 잔 바닥에 깔아놓았다고 "니가 장판집 아들이가?"라고 야단친다.
밀양이 좋다.
안주류 7천원대. 막걸리 5천원.
영업은 오후 3시∼오전 2시.
내1동 구 남보극장, 지금 남보주차장 앞.
055-354-6454.
출처 : cafe.daum.net/vipw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