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인 더 키친
정윤서
ㅅㅣ보다 더 ㅅㅣ적인 메뉴판을 펼친다
ㅅㅣ처럼 놓여진 냅킨과 나이프
안티파스토 추파 프리모피아토 리쿠오리
내가 아는 것은 파스타와 리조뜨
에피타이저를 참깨 드레싱에 빠뜨려 먹을까
은근한 조명에 은근해진 얼굴들
도산공원 골목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늘 저녁 이곳엔 나만 혼자다
조용히 주문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한편의 ㅅㅣ가 되었던 모습
고기는 가장자리부터 썰어 먹어
그래야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그를 따라했었다
와인도 오물오물
고기도 오물오물
그와 함께 했던 연보라 세상은 어디에 있나
식탁에 홀로 놓인 하우스 와인과 안심 스테이크
몸 가득 그의 향기를 채우고 싶어
그의 모습을 메뉴판 속에서 다시 듣는다
반쯤 남은 스테이크는 식어 버린 지 오래
ㅅㅣ여
밀림을 홀로 걸어가는 글자여
하늘에 도달할 꿈조차 꾸지 못한 단말마여
ㅅㅣ가 45도 우회전하여 식당을 걸어 나간다
그와 함께했던 열대우림에서는 불의 향연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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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서
2020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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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인 더 키친/정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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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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