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Virtue 德
덕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성품과 인격이다. 일반적 의미의 덕은 도덕과 윤리의 이상을 실천하는 자세와 그 이상을 실현하는 능력이다. 덕의 목표는 자신을 수련하여 이상적인 품성을 갖추고 타인에게는 너그러우며 사회에서는 정의롭고 성실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덕의 지향목표는 진실하고 선하면서 정의롭고 겸손한 것 등이다. 따라서 진, 선, 성실, 정의, 겸손 등의 정의에 따라서 덕의 개념이 달라진다. 덕의 어원은 바른 마음이다. 덕(悳)은 곧을 직(直)과 마음 심(心)의 합성어 덕(悳)이었는데 여기에 ‘행한다’는 의미의 두인변(彳)이 첨가되어 덕(德)이 되었다. 한자어 덕은 공정하고 포용성 있는 마음이나 품성이다. 그리고 덕은 윤리 도덕적 이상을 실천하는 인격적 능력이다. 한자문화권에서 도(道)와 함께 표기되는 도덕(道德)은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도(道)는 도리와 이치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언행이다.
영어 덕(virtue)은 선, 미덕, 장점인데 어원은 라틴어 virtus다. 라틴어 vir는 남자이고 tūs는 추상명사형 어미다. 그러니까 덕(virtus)은 남성다움(manliness)이다. 로마시대의 덕은 강인함, 용기, 의지, 선함, 탁월함, 장점, 성격, 활발함 등의 의미로 쓰였다. 라틴어 덕은 그리스어 ārēte에서 온 것이다. 그리스어 아레테(ἀρετή, aretḗ)는 탁월, 선, 우수함, 남성다움, 용기, 영광, 평판, 경이의 의미로 쓰였다. 아레테는 사물과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본성이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칼은 무엇을 자르는 것이 주어진 덕성인데, 주어진 덕성을 발휘할 때 탁월(卓越)하게 발휘하는 것 즉, 우수함(excellentia)이 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의무를 훌륭하게 잘 수행하는 것이 덕이다. 농부에게는 농부의 덕이 있고, 군인에게는 군인의 덕이 있으며, 목수에게는 목수의 덕이 있다.
플라톤에 의하면 덕은 자신에 주어진 일을 성실하고 탁월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레테 덕은 탁월함, 우수함, 훌륭함 등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한자문화권의 덕(德)과 서양의 덕(virtue)은 기본적으로 같은 의미지만 실제적으로는 다르다. 한자문화권에서 도(道)는 자연스러운 길 즉, 인간이 자연스럽게 정한 규범이고, 덕(德)은 그것을 내면에 체화하여 두텁게 수양한 가치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자연스러운 도의 길을 지향했고, 공자는 [논어]에서 예와 인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규범을 지향했다. 도교와 유교의 철학이 수신(修身)의 개념과 연결되어 덕의 개념이 완성되었다. [중용(中庸)]에서는 지혜로운 지(智), 어질고 착한 인(仁), 용감하고 정의로운 용(勇)을 강조했고, 이후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으로 정리되었다. 삼강오륜과 같은 윤리적 대강(大綱)도 덕과 연결되어 있다.
한자문화권의 덕은 정치 사회적 의미에서 강조된 도덕적 가치다. 하지만 도덕이 외적 규율인 것과 달리 덕은 내적 품성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자율이다. 서양의 덕은 고대 그리스의 덕이론에 기초한다. 플라톤은 도시국가의 시민이 갖추어야 할 덕을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지혜는 실천적 지식인 프로네시스(φρόνησις, phrónēsis, sophia)다. 프로네시스는 단순한 지혜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적합하게 행동하는 신중하면서도 실천적인 지혜를 말한다. 둘째, 용기는 공포와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강인함이다. 강인함(ἀνδρεία, andreía, fortitudo)은 불굴의 투지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힘이다. 셋째, 절제는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이다. 절제(σωφροσύνη, sōphrosýnē, temperantia)는 건전한 정신으로 정확하게 판단하여 행동하는 가장 중요한 덕이다. 넷째, 정의는 올바른 판단과 행동이다. 정의(δικαιοσύνη, dikaiosýnē, iustitia)는 공정함이면서 불의를 다스리는 능력이다.
이상 네 가지 덕은 서구적 덕의 기초가 되었다. 기독교사회에서는 지혜, 용기, 절제, 정의와 함께 소망, 사랑, 믿음을 더하여 7개의 덕을 설정했다. 한편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4덕 위에 중용을 가미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말한 중용은 중간 정도의 언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당한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적합한 사람을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결과를 위하여, 가장 적당한 방법으로, 상황에 맞게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용(Golden mean)은 상황에 따라서 한 쪽에 치우칠 수도 있고, 중간 정도에서 균형을 이룰 수도 있는 적합성이다. 덕은 실행방법이자 원리인 동시에 행위의 양상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덕이 있다. 그중 중요한 덕목에는 인내, 관용, 규율, 존경, 자비, 행복, 책임, 검소, 신중, 안녕, 진실, 순수, 근면, 친절, 겸손, 자선, 고상, 순수, 존엄, 우애, 풍요, 희생 등이 있다.
*참고문헌 Aristoteles, Ethica Nicomachea, edited by Ingram Bywater, (Oxford University Press, 1920).
*참조 <도>, <도덕>, <범주>, <보편>, <아리스토텔레스>, <정의>, <중용지도>, <한자문화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