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연일 폭염의 시작이었습니다.
윗쪽지방은 폭우가 쏟아지고, 아래쪽 지방은 폭염이 끊임이 없었네요.
아침에 준비한다고 잠시 나왔지만, 나온지 5분만에 땀이 줄줄줄 흐르는 이 날씨.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친것은 무엇인지, 힘든 하루가 되겠음을 생각해보며 출발해봅니다.
9시 15분,
이 뜨거운 땡볕에 저 멀리서 어르신 한 분이 걸어오십니다.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맽혀있고, 벌겋게 그을려있습니다.
"이런 날은 새벽같이 일해야해" 하시는 어르신.
새벽 5시부터 움직이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뜨거워도 새벽의 공기는 그나마 선선하다고 합니다. 8시만 넘어서면 땀나기 시작한다는 어르신.
이젠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야외에서 일을 할 수 없는 그런 기후 환경에 왔을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땀으로 범벅된 두손엔 콩나물 한 봉지씩 챙기며 돌아가십니다.
9시 30분,
"어찌 이렇게 빨리와?" 하시는 어르신.
날이 너무 더운 나머지, 야외로 나오시는 어르신들도 없습니다. 그래서 빨리 움직이게 됩니다.
어르신께서도 너무 더우셨는지 민소매 하나만 걸치고 오십니다. 무더운 날 시원한 음료수 한 잔 마시고자 사이다 한 병 사서 돌아가십니다.
9시 50분,
집 안에서 공병 정리하고 계시는 비조합원 어르신. 평소에 공병 반납을 맡기지 않으셨다가, 누군가에게 들으셨는지 공병을 정리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공병을 갖고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습니다. 땡볕에 병을 정리하시느라 힘들으셨을텐데, 어떻게 이야기를 건네야할지 고민하다가 어르신께 말씀드렸습니다.
"비 맞지 않는 그늘에 두시면, 저희가 시간 맞춰 찾아가겠습니다."
어르신들은 집안에 쓰레기가 있는것을 매우 싫어하시다보니, 바로바로 치우려고 하는 마음이 크십니다.
어르신께선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알겠다고 하시며 땀 닦으시며 안쪽으로 들어가셨습니다.
9시 55분,
불가리스를 갖다드리려 집으로 가니 오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구니 위에 15,000원이 있었습니다. 약속을 기억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불가리스 2줄 마루에 두고 조용히 나왔습니다.
10시,
나무 아래 차를 대고 어르신께 인사드리러 올라갔는데, 멀리서 보니 어르신 내외 부부께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아무래도 새벽에 일을 하고 오신듯 싶었습니다. 조용히 소리 안나게 돌아왔습니다.
10시 45분,
땡볕입니다. 너무 덥지요. 땀을 한창 흘리고 나서 차안에 들어와 에어컨을 쐐면 춥습니다. 다시 나가니 덥습니다.
숨을 쉬자니 습이 가득차 텁텁합니다. 마을에서 15분간 잠시 동안 멈춰서 쉬어봅니다.
날이 더우니 마을에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11시 20분,
시정 옆에 차를 대고 있으니 윗집에서 어르신이 오십니다.
"왔소~ 울 집에서 커피 한 잔 하게~" 하십니다.
어르신 집으로 들어가니 어르신께선 한 잔 만 타십니다. 함께 드실줄 알았는데, 윗집에서 마시고 오셨다고 합니다.
저에게 주려고 일부러 주셨다는 어르신.
"날도 더운데 뜨거워서 어쩐담. 이리오쇼, 와서 선풍기 좀 쐐쇼" 하십니다.
이열치열이라고, 어르신께서 정성스럽게 타주신 커피 한 잔 마시며 어르신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어르신은 딸이 5, 아들이 1명이라며 자녀들이 종종 자주오신다고 합니다. 돌아오는 8월 3일이 남편 돌아가신 날이라 추도예배차 모두 온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시기로,
"예배나 명절은 산사람을 위한 일이지, 죽은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이런 구실이라도 있으니 모이지, 안그럼 모이기도 힘들지. 다들 먹고 살기 바쁜데." 하십니다.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각 10남매인것을 말씀드리며 어렸을적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옛날에 이런 말이 있었어. '가난아 이런데까지 따라가니~' "
"옛날에도 부자사우는 대우받았지만, 가난한 사우는 대접받지도 못했어. 명절에 오는것도 달가워하지 않았지. 그 시간에라도 돈을 벌어오라는 의미였어." 하십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아버지께서 외가댁을 그렇게 잘 안가시려고했던 마음이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 덕분에 아버지 마음을 조금 헤아리고 집을 나섭니다.
11시 40분,
토방에 세분이 함께 앉아계십니다.
"날 더운데 쉬었다 가쇼~" 하시는 어르신.
장사가 잘되냐는 물음에,
"어르신께서 사이다라도 하나 이렇게 사주시니, 오늘은 장사가 잘 되네요~" 라고 답을 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웃으시며, 더위조심하고 힘내라고 응원해주십니다.
13시 40분,
뜨거움을 피해 잠시 쉬고 있을 무렵, 부녀회장님이 오십니다.
부녀회장님도 얼굴이 땀범벅이었습니다. 코다리를 사러 오셔서 하나 갖고 가십니다.
부녀회장님도 저를 보시더니, "울 동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매출이 많이 낮지요?" 하십니다.
"사람이 적다보니, 저옆집 할매 돌아가시고 빈집 되는 것이, 사람이 줄어드는 일로 너무 크게 와닿아~" 라고 하십니다.
어느마을을 가나 큰 매출을 기대할 순 없으나, 그래도 필요한것 사주시니 다행이요라는 말을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더불어, 다른 사람 구입의 관심 보단, 내가 무엇을 사야할지를 먼저 고민해주시는것도 좋을 것 같다고 함께 이야기를 전하였네요.
13시 50분,
시정에 앉아계시던 어르신이 손짓합니다. 잠시 멈추니,
"고등어 있소?" 합니다.
바로 드리려고하니, 옆에 어르신도 함께 사야한다며 두 손 달라고 하십니다. 그러곤 옆에 어르신은
"내가 정신이 없어서 돈도 안갖고나왔네~" 하십니다.
다른 어르신께선 "내가 줄테니, 나한테 주쇼~" 하십니다.
"한 손에 얼마요~" 하셔서 "6,500원 이에요~" 하니
"500원 붙여야지? " 하시며 몇번 더 여쭤보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윗동네 갖다오라며, 그 사이에 돈 갖고 오겠다고 하십니다. 인사드리고 윗동네 올라갑니다.
14시 10분,
안나오시나 싶었는데 조금있다 나오시는 삼촌.
"내가 갖다 달라는거 갖고 왔어요?"
평창수 2L 2묶음 이었습니다. 집안에 갖다드리려 가다보니 기존에도 사놓은것이 4묶음이나 있었습니다. 왜 또사시는지 여쭤보니
"물이 끊길때가 종종있어요. 그럴 때 마다 필요하니, 미리 사두는거에요." 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화장지도 2통을 사십니다. 평소 기침을 자주하다보니 가래와 침을 많이 뱉는다고 합니다.
선천적으로 몸이 좋지 않다는 삼촌, 지난 상반기에 보여주셨던 좋은 컨디션이 다시 회복되길 바래봅니다.
14시 30분,
고등어 사신 어르신이 손짓을 하십니다.
"내 정신 좀 보소, 돈 갖고온다는 것이 고등어 갖다 놓다가 또 깜박했네~" 하십니다.
"어여 따라와~ 돈줄테니~! " 하시는 어르신.
너무 더워서 잠시 있다가 어르신 집으로 뒷따라가니,
"돈 꺼내기가 사나워~~" 하시더니, 13,000원 딱 맞춰서 현금으로 주셨습니다.
어르신 집을 보니 선풍기 하나 없고 에어컨도 없이 사시는 모습에 안더운신지 여쭤보니,
"아니 이렇게 시원한데, 뭐가 더워?" 하십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로 다시 나섰습니다.
14시 50분,
차 안에서 잠시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창문을 두들깁니다. 어르신입니다.
뜨거운 땡볕에서 일하다 밀차를 밀며 점빵차를 보고 오신것입니다. 차 안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던 스스로가 민망해졌습니다.
어르신께 죄송하다며 물건 드리니,
"날이 너무 더웅께~ 조심히 다녀~~" 하십니다.
이해해주신 어르신이 감사했습니다.
15시 10분,
어르신댁에 가니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에어컨이 있지만 틀지 않습니다.
"안 더워~~ 시원하구만" 하시는 어르신.
요양보호사님은 선풍기를 쐬고 계셨습니다. 저는 너무 더워 일찍 나서겠다며 인사만 드리고 바로 나왔습니다.
15시 15분,
지칠대로 지친 지금. 시정에 어르신들이 앉아계십니다.
한 어르신은 부탄가스를 살려고했지만 돈을 갖고나오지 않아 옆 어르신께 빌리실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께 물건드리고 바로 간다고 하니, 한 어르신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돈 갖고 올테니 여서 잠깐만 기다리쇼." 하십니다.
옆에 어르신께서 빌려주신 돈으로 충분히 결제가 가능한 상황인데도 어르신은 갖고 오신다고 하십니다. 잠깐 다녀온 그 길이 너무나도 뜨거울것 같아 괜찮다고 하였지만 어르신은 신신당부하며 앉아있으라고 하십니다.
그 사이 뒤에 계시던 어르신꼐선,
"수박 잘라줄테니 먹고가~" 하십니다.
그것도 어르신들께 폐가 될 것 같아 괜찮다고하니,
"아니 자네가 먹어야 우리도 먹으니 기다리쇼~" 하십니다.
그러곤 손보다도 큰 수박 한 조각 내어주십니다.
시정에 앉아 수박 한 입 먹고 있으니, 더위가 사라집니다. 바람도 같이 불어오니 지친 몸이 싹 사라집니다.
그 사이 어르신 오셨습니다.
"거봐. 내 말들으니 돈도 벌고 수박도 먹고 월매나 좋아~ 원래 장사는 엉덩이 힘으로 하는거야~" 하십니다.
어르신께 한 수 또 배웁니다. 열심히 수박 먹으니 어르신들이 연신 더 주십니다.
그덕에 제 배가 수박만해졌습니다.
16시,
나무 아래 어르신 두분이 함께 앉아계십니다.
바람이 선선합니다. 어르신들도 더위를 피하고 계십니다.
"여 잠깐 와서 이것좀 들어보게~"
보니, 평상 한 쪽이 내려 앉았습니다. 잠시 드니 어르신께서 평돌을 넣어 수평을 맞춰주십니다.
"고맙네~" 하시며 어르신께서 더위 힘내라고 말씀해주십니다.
"윗집 가보게~~ 거기 또 뭐 필요하다고 하던데~" 언지를 주십니다.
인사드리고 윗집 갑니다.
윗집 어르신도 집에 선풍기도 없습니다. 그저 집안에 쉬고 있을뿐. 어르신들은 어떻게 참아내시는지 기가막힐 노릇입니다.
어르신들께 물건을 모두 드리고 복귀 합니다.
복귀하는 마지막 순간, 끝 집에서 손 한 번 더 흔들어주십니다.
"콩나물 하나! 두부 하나!"
"많이 팔았수?" 하시니 오늘 장사는 힘들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원래 더운날은 장사 잘 안되~ 힘내~" 하십니다.
많은 어르신들의 지지덕분에 무더운 여름의 장터도 잘 마쳤습니다.
일전에 한 글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에어컨을 쐬면 실외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데, 그 뜨거운 바람이 대기를 뜨겁게하여 결국 온도 상승의 원인임을 이야기했습니다. 대기가 뜨거워지면 에어컨을 또 키고, 에어컨 실외기가 밖으로 공기를 내뱉으면 대기가 또 뜨거워지고. 악순환입니다.
하지만 어르신들 집에는 모두 선풍기였습니다. 악순환 될 일이 없습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어르신들의 인내심에 감탄, 또 감탄할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