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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동지.... 카미노 길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다. 독일 24세 디에고, 벨기에 25세 록샨, 나, 그리고 브라질 네덜란드 19세 자네, 프랑스 29세 나탈리아 .. 우리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교환했지만, 내가 콩글리쉬를 쓰듯이 그들도 독그리쉬 벵글리쉬 브글리쉬 네글리쉬로 손짓발짓 다해가며 놀았다. 친구가 되었다. 엎치락뒷치락 이 산티아고 북쪽길을 모두 혼자서 걷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 젊음의 에너지에 간혹 위축되기도 하고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동안 우리는 언어 넘어의 인간의 사랑을 배웠다. 참사람의 향기에 서로 취해 있었다. 밤새도록 수다떨고 춤추고 노래하고 함께 식사를 준비해서 먹고, 오랜만에 진한 우정을 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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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2일 수요일] 라 카리다드 – 포르시아 – 톨 – 바ㄹ스 - 리바데오 (총 23km 운행)
리바데오 알베르게에서 그들과 함께 묵었다. ‘옥샨’ , ‘디에고’, ‘자네’ 그들과 스페인 부부가 알베르게에서 함게 하루 묵게 되었다. 나는 부부가 이는 쪽을, 그들은 건너편 문쪽을, ‘자네’의 침대가 내 옆 쪽으로 약간 붙어 있었다. 나는 저녁식사를 하고 먼저 잠이 들었다가 새벽 2시경에 일어나 책을 보고 글을 썼다. 그들은 대략 밤 9시쯤이 되어야 저녁식사를 하는 문화다. 그 전에는 책상에 앉아 팬을 들고 글을 쓰며 하루를 정리하거나, 책을 보며 독서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그들은 또한 스마트폰이 없거나, 있어도 전혀 인터넷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단지 필요할때만 쓰고 운행중이거나, 알베르게 생활을 할 때에는 아예 만지지도 않는다. 내가 만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비교하면 그들의 생활 습관이 아주 좋다고 느꼈졌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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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산티아고 북쪽길 .. 이 대서양 바닷길을 걸었다. 간혹 순례자들을 마주치지만, 결국 혼자서 걸어가는 길이다. 마주치는 순례자들과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오직 길위에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한다. 산티아고 길은 오직 저 자신과만 대화하라고 내어민다. 이 길은 내면 깊은 상처와 부정적인 기운들을 정화시켜준다. 산티아고가 내 안에 들어와 치유와 성찰의 시간을 안겨주는 것이다. 내가 산티아고를 걷는 게 아니라, 산티아고가 나와 하나되어 '산티아고를 걷는 의미'를 내 안에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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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바닷길도 리바데오부터는 볼수 없다. 리바데오부터 콤포스텔라까지는 계속 내륙으로 치고 넘어가야 하는 산길이거나, 평지길이다. 그래서 될수 잇는 한 우회해 가면서까지 해안길 방향을 고집하며 걸었다. 조금 더 돌아가는 길이엇지만, 리바데오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해변가를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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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 참 맑은 사람 곁에서 있으면 함게 맑아지는 느낌.... 그저 함께 있음으로 고마운 존재가 되어야 함을 그를 통해 배운다. 나도 20대시절을 저렇게 보냈나? 우리는 나이와 국가와 언어를 넘어 친구가 되었다. 서로 살펴주고 위로하며 함께한 카미노 친구인 것이다. 산꾼들간의 우정과 의리와는 또 다른 유니버셜 동질감... 우리는 그렇게 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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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데오 다리만 건너면 더이상 바다를 볼 수 없다. 리바데오가 마지막 바다구경하는 지점이다. 다음날부터는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내륙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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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샨을 다시 만났다. 리바데오를 1km 남기고 넘어가는 철교 다리위에서 였다. 오늘의 마지막 남은 1km일정에서, 그것도 알베르게에 들어가는 입구 전 철교위에서 만났던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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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샨’을 만났다. 그녀는 아빌레스에서 같은 6인실 도미토리 방에서 잤던 친구다. 내 앞에서 거리낌없이 팬티만 입고 옷을 갈아입는 친구다. 시선을 어디에 둘줄 모르고 방황하다가 잠시 눈이 마주치자 히히히 하고 웃으며 거리낌없이 갈아 입니다. 순례중에 그렇게 세 번 정도 내 앞에서 그랬다. 아니 나를 남자가 아닌 아버지나 삼촌 정도로 보는건가? 약 열흘중 엎치락 뒷치락 하며 그렇게 알베르게에서 자주 만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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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내 옆자리 , 옥샨이 윗침대, 디에고가 건너편 ... 우리는 한솥밥 먹으며 동고동락하는 형제자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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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를 만났다. 그녀는 29세인데, 나와 말이 더 통했다. 그나마 나이 차이가 안나서 그런지 젊음의 혈기로 방방뛰고 웃고 떠드는 3인방 동지들보다 안정감이 더 느껴진다. 하루만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결국 우리는 뭔가 통하는 구석이 있어서 이렇게 만나게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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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서로 기다려 주고, 간식과 점심도 같이 먹고, 함게 걷기도 하고, 동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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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3일 목요일] 리바데오 – 빌렐라 – 아 폰데 아란테 – 그란데 – 곤단 - 로우렌사 (총 28km 운행)
나탈리야를 만났다. 그 3인방이 아침식사를 하는중에 나는 먼저 출발했는데, 리바데오 마을에서 산길하나 넘어가는 중에 그가 오고 있었다. 아니다, 처음 본 건, 내가 리바데오 알베르게에서 나와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그가 길을 찾아가고 있었고, 나는 손가락질을 하며 오른쪽 방향이라고 알려주면서 만났다. 결국 나중에는 우리가 5인방이 되어 로우렌사에서 함게 알베르게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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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렌사 알베르게... 10유로... 시설은 아주 좋았다. 4인실이 있었고, 나는 가장 먼저 왔지만, 나중에 온 프랑스 부부 순례자 2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2층 12인실로 올라갔다. 그 부부는 내가 고마운지 저녁에 맥주 한캔을 사가지고 와서 건네준다.. 사실은 전 날 밤 그 부부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밤잠을 설쳤다. 알베르게에서는 그것마저 견뎌야 한다. 마침 4인실과 12인실이 있어 그 부부에게 선심쓰는 척 양보한 것인데.... 맥주까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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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들의 요리 실력은 참 대단하다. 캠핑 전문가답다. 우선 시장을 보면서 신선한 야채와 식재료를 사다가 먹고 싶은데로 음식을 잘도 만들어 먹는다. 난 연장자로써 특급대우... 단지 고마워서.. 과일을 사주거나, 쥬스를 하나씩 사주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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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행성에서 지구별에 놀러 온 신비럽고 크리스텔 같은 친구다. 옥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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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왔었고, 중간에 자주 비가 내렸다. ‘나탈리야’는 점심 쯤 우리 일행과 몬도녜도 대성당이 있는 마을에서 차 한잔 함께 한 후 몸이 안 좋은지 하루 일정을 중단했다. 점심 지나 조금만 가다가 근방의 알베르게 숙소에서 쉬는 것으로 하여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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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한시간동안 가만히 앉아 있엇다. 이 웅장한 성당내의 정적속에 눈을 감고 두손을 모았다. 거대한 침묵속에 이루어지는 온전한 기도는 밥보다 더 중요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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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와 헤어진 후, 나는 다시 혼자 걸었다. 그리고 남은 3인방은 또 다시 로우렌사 알베르게까지 왔다. 5시경 나는 그들보다 일찍 도착해 있었고 그들은 비를 맞으며 거의 7시경 어두워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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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도 잠시 비를 피하고 간식을 먹고 있는 카미노 친구들
[11월 04일 금요일] 로우렌사 – 몬도녜도 – 로우시다 - (비가옴) - 곤탄 (총 32km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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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5일 토요일] 곤탄 – 아바딘 - (버스이동) 빌랄바 - (버스이동)바아몬데 – 미라스 (총 17km 운행)
곤탄 알베르게는 아주 갈큼하고 현대식으로 지어졌다. 6유로이지만, 20유로 이상 가치를 하는 알베르게다. 거실 홀이 있어서 도서관처럼 꾸며놓고 누구나 그곳에서 책도보고 폰도 하고 글도 쓸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곳에서 3인방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혜어졌다. 밖으로 나가니까 마침 장날이란다. 좌판을 펼쳐놓은 물건과 내용들이 우리나라 장날보다 약간 갈끔하고 정교한 정도에서 여러 물건들이 추가된 정도였다. 특히 이곳에서는 말들을 경매하고 사고팔고 하는 것을 상기설치 해 놓은 건물에서 진행한다. 추러스 뽑아내는 기계와 그 기계를 다루면서 추라스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으로 지켜 보았다. 1유로 내었더니 5개정도의 츄러스를 준다. 기름에 절인 달콤한 맛.... 애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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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딘까지 꽤 먼 거리인줄 알았지만, 막상 알베르게에서 나오니 1km 정도 밖에 안되었다. 버스를 타고서 빌랄바까지 이동할 생각으로 한시간을 기다렸는데도 오지 않는다.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10시50분에 온다거다. 삼사십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다. 결국 11시가 넘어서야 버스가 오는 바람에 서서 한시간은 족히 기다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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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20일 넘게 보물처럼 가지고 다니던 볶음곡식 한통을 건너주면서 ‘내 마지막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고, 그들은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일정이었다. 나보다 하루 늦게 ‘미라스’에 도착하고 콤포스텔라도 나보다 하루 늦게 도착하는 일정이다. 나는 귀국 일정을 맞추고 포르투갈 여행을 가기 위해 하루 일정을 당긴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나도 그들처럼 전일정을 빠짐없이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30~40km의 거리를 운행한다는 건 지금 몸상태로는 무리가 있었다. 특히 발바닥과 발가락이 좀 나아지고는 있었지만, 몸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몸 망가트리며 무리해가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이 길을 즐기고 싶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산티아고 길과 하나된 그 상태로 머물고 싶었다. 아니, 이미 산티아고가 나를 통해 저를 실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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