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화려한 가을 잔치는 끝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이제 라이딩도 마무리할 단계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벌거벗은 나목이 새봄을 기다리듯이 라이딩도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은 자연의 원리다. 이번 라이딩은 수도권 남부지역인 금정역에서 안양천, 오봉산, 의왕대안사, 백운호수, 청계사 입구, 학의천, 금정역으로 복귀하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금정역에서 안양천 자전거길을 따라 내려가면 오봉산이 나타난다. 오봉산은 과천에서 부곡으로 넘어가는 고개 못미쳐 바른쪽에 위치한 산으로, 의왕시청, 경기외고, 당성사, 오봉정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오봉산 중턱에 있는 병풍바위(높이18m, 폭 30m)는 의왕시가 자랑하는 의왕 자연 8경 중 하나이다. 경기외고에서 당성사에 이르는 길은 짧은 구간이지만 가파른 언덕길로 꽤 힘든 코스였다. 당성사는 용왕(龍王)을 모시는 작은 사찰로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당성사를 빠져나와 이당로와 당정마을 LG 2차 아파트를 지나 한적한 이동 마을길로 접어들면 새말길을 만난다. 새말길에서 가나무로를 따라가면 이동고개 삼거리가 나온다, 이동고개 삼거리를 지나 들고지길을 따라가면 고고리길과 이어진다. 고고리 지명유래는 '골골이'에서 연유한다.
즉, 골골(谷谷)이>고골이> 고고리로 굳어진 것을 한자를 빌어 취음한 것이 고고리(古古理)이다. 고고리 마을에는 전주이씨 전성군(성종의 아들)의 고손인 이정(李禎)이 좌승지를 역임한 후 이곳에 낙향하여 기거하면서 촌락이 형성되었다. 고고리길은 한적한 산길과 고즈넉한 농촌마을을 지나는 정겹고 포근한 길로 경수대로와 만난다. 경수대로 남쪽으로는 북수원ic와 지지대고개가 있으며, 북쪽으로는 의왕ic가 있다. 경수대로를 건너면 대안사 이정표가 보인다. 의왕대안사 입구에 당도하면 포대화상(布袋和尙)이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포대화상은 지팡이에 자루를 메고 다니면서 인간의 번뇌와 고통을 받아 자루에 담아주고 그 대신 포대에서 웃음과 기쁨을 내어주는 스님이다. 의왕 대안사는 의왕시 백운산 기슭에 자리한 대한 불교 천태종 산하로, 절은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정원과 메타세콰이어 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마치 공원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안사를 뒤로하고 자전거길을 따라가면 왕곡천과 오메기 저수지를 만난다. 오메기 저수지는 일명 오전 저수지로, 주변의 수려한 숲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고즈넉한 곳이다,
오메기란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삼태기 모양의 'ㄷ'자형 지형안에 만들어진 마을 이름을 말한다. 'ㄷ'자 형을 오목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오목이>오모기>오메기로 불리게 된 것이다. 오메기 저수지 입구는 산들길(자전거 전용도로) 제3구간 종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백운산과 바라산 등산로 시작점의 하나이기도 하다. 오메기 저수지에서 과천 봉담 도시고속화도로 밑을 통과하여 오메기 고개를 넘으면 백운호수에 이르게 된다. 오메기고개는 약 1km로 만만한 구간이 아나었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지만 머치고개를 상상하면서 인내와 내공의 힘으로 극복하였다.
나이가 70 고개를 넘다보니 기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바이크 손대장은 급경사 오르막길일 경우에는 끌바하면서 올라가도록 장려한다. 백운호수 입구에 당도하자 카페와 다양한 음식점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백운호수는 1953년 9월에 만든 저수지로 안양의 넓은 들판을 적시는 농업용 저수지였다. 백운호수는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청계산(616,3m), 백운산(566m), 모락산(385,8m)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호수로, 경관이 수려하고 공기가 맑아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다.
백운호수 호안에는 데크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마치 호수위를 걷는 기분이었으며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었다. 백운호수 우측 골짜기인 능안마을은 모락산 기슭에 위치한 곳으로 세종대왕의 네째 왕자인 임영대군 묘가 있다. 임영대군(1420.1.6-1469.1.21)은 어려서부터 천성이 활달하였고 무예와 의론(議論)이 뛰어났으며 왕손이면서 근검절약하였고 타인에게도 교만하지 않았다. 1453년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이 정권을 잡을 시 크게 도와주었으며 수양대군이 세조로 즉위하는데 일조하였다.
모락산은 6.25 당시 치열하게 전투했던 지역이다. 모락산에는 중공군 1개연대가 방어하고 있었다. 유엔군( 미 25사단 35연대, 터키여단, 한국군 1사단 15연대)은 1951년 1.31일 부터 2.3일까지 4일간 치열한 전투끝에 모락산을 점령하고 수도서울을 탈환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점심식사 시간이 다가와 백운호수 형제식당에서 닭도리탕과 해물파전에 막걸리로 권커니 잣커니하면서 정겹게 웃음꽃을 피우며 뜨거운 우정을 나누었다. 형제식당은 백운호수에 들르면 항상 식사하는 단골식당으로 백운호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식당이다.
백운호수에서 학의천 자전거길을 따라가다가 청계사천 자전거길로 접어들고 약 5,3km 이동하면 청계사 입구가 나온다. 청계사 입구에서 청계사로 가는 나무데크 교량과 청계사천 계곡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하고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면 학의천과 또 다시 만난다. 학의천을 따라 인덕원교에 이르면 우측으로 인덕원역이 나온다. 인덕원(仁德院)은 조선시대 내시들이 살았던 곳으로, 조선 초기부터 교통의 요지였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시 인덕원에서 말을 먹이면서 조용히 쉬었다 갔으며, 정조는 수원 화성행궁시 인덕원을 6차에 걸쳐 왕래하였다.
인덕원이란 지명은 조선시대 환관들이 한양에서 내려와 살면서 백성들에게 어진 덕을 베풀었다 하여 인덕(仁德)이란 말에 마침 이곳에 관리들의 숙식처였던 원(院)이 있어 인덕원이라 칭하게 되었다. 학의천은 갈대숲이 우거지고 수양버들이 자라고 있어 운치가 있었으며, 시민들이 산책하면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안양천으로 접어들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금정역이 나온다. 오늘 날씨는 비교적 포근한 편으로 운동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이동거리는 40km에 불과하지만 언덕길을 고려하면 50km 이상 운동한 셈이다.
바이콜릭스의 리더인 바이크 손대장은 몸살을 앓고 있어 라이딩에 동참하지 못하였지만 대원들에게 조심해서 타라는 메시지를 전하였다. 리더가 없다보니 응집력도 떨어지고 술맛도 밋밋하였다. 바이크 손대장의 기력이 원상태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화이팅을 외치고 싶다. 그리고 쉐도우(명수)가 다음 달부터는 라이딩을 함께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소중한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쉐도우는 창설 초기 멤버로 바이콜릭스의 역사는 쉐도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콜릭스의 아이콘이자 핵심 브레인으로 라이딩 코스를 직접 기획하는 등 도맡아서 열정적으로 헌신하였다. 그리고 전국 산야강해를 넘나들면서 드라마틱하고 불꽃같은 라이딩으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였다. 너무나도 아쉽지만 쉐도우의 아내가 조속히 완쾌되어 라이딩을 함께 즐길 날이 오리라 확신한다. 늦 가을의 정취를 아쉬워 하면서 즐긴 뜻깊은 하루였다. 그리고 언제나 보석같은 벗들과 라이딩을 즐기면서 덕담을 나누고 깊은 우정을 더욱더 돈독히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바이콜릭스(Bikeholics)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