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원>
갈비를 주로 먹는 집에 와서 육개장을 먹고 거꾸로 다른 음식 맛을 짐작해 본다. 오랜 솜씨가 필요한 육개장 맛이 이 정도면 그보다는 수월한 재료 중심의 음식은 말해 무엇하랴 싶어서다. 깊은 맛과 푸진 식재료와 반찬이 나무랄 데 없는 집이다.
1. 식당대강
상호 : 우정원
주소 : 경기 군포시 산본로323번길 10-26
전화 : 031-393-6332
주요음식 : 숯불갈비, 육개장
2. 먹은날 : 2023.1.7.점심
먹은음식 : 육개장 9.000원
3. 맛보기
점심메뉴다. 2시까지만 가능하다. 저녁에는 고기구이만 판다. 고기구이는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간단한 육개장. 육개장은 원하는 재료와 맛이 다 들어 있다. 진하고 푸지고 알뜰한 맛이다. 깊고 개운한 맛, 너무 맵지 않아 맛에 집중할 수 있는 음식, 만족할 만한 식사가 가능하다.
만 원도 안 되는 돈에 이처럼 맛있는 육개장 먹기도 미안한데, 반찬 양이 줄면 바로바로 와서 채워준다. 남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돌며 손님을 살핀다. 찬은 모두 나무랄 데 없다. 특히 양파초절임은 압권이다. 김치의 약간 가벼운 맛이 섭섭할 여지가 없다.
불지않은 당면이 입맛을 돋군다. 고사리와 머우와 버섯과 파 등등의 부재료에 잘게 찢어넣은 고기가 푸지고 제맛이다. 맛있는 권할 만한 육개장이다.
밥도 좋다. 금방 해 내와 고슬고슬한 데다 좁쌀이 소복하게 들어 있다. 흰밥이어도 불만없을 가격인데, 잡곡까지 넣는 성의가 고맙다.
깍두기, 익지 않았으나 무맛도 양념맛도 제대로다. 달디단 가을무에 적절한 양념이 성의와 솜씨가 담겨 있다.
김치는 안 익었다. 맛도 좀 가볍고 아직 맛이 양념과 어우러지지 않아 육개장 짝으로는 한끗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도 맛이 인위적이지 않아 먹을 만하다.
양파고추초절임. 오늘 반찬 중 가장 뛰어난 얼굴이다. 양파도 아삭거리면서 양념맛이 적당히 배여 좋다. 고추는 별로 맵지 않고 적당히 신맛이 상큼하다.
감자옥수수샐러드. 아이스크림 한 움큼처럼 이쁘게 담았다. 옥수수가 통으로 감자속에 느껴지는 식감이 좋다. 적절하게 넣은 드레싱도 좋다.
4. 먹은 후 : '육개장과 골동갱'
개장 앞에 고기 육(肉)자를 붙인 육개장(肉-醬)은 소고기를 개장 끓이듯이 끓여낸 장국이라는 뜻이다. 장국은 개장국이라고도 하는 보신탕을 말한다. 개가 귀할 때나 개장국을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서 끓여냈던 장국이 육개장이다.
원래 보신탕은 맑은 장국이었는데, 육개장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붉은 고춧가루가 들어간 현재의 모습으로 보편화되었다. 대구에서 '대구탕'이라는 이름으로 상업화되었다.
이제는 보신탕은 많이 사라져가고, 육개장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장례식장에 가면 전용음식으로 장국의 특성을 발휘한다.
육개장은 조선조에 이미 상당히 널리 보편화되었는데, 한자어로는 골동갱이라고 표기된 것으로 추측한다.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 육개장을 골동갱(骨董羹)이라고 한 것이다. 골동(骨董)은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것을 한데 섞은 것을 말한다. 골동갱(骨董羹)은 여러가지 잡다한 것을 섞은 국이다.
이 골동갱이 꼭 육개장만 말하라는 법은 없겠지만 여러가지 국밥 중에서도 육개장이 그중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니 육개장을 이르는 말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산 문집 7권의 천진소요집의 시 24수 중 한 수를 소개한다. 시는 전체적으로 자연과 농부와 어부의 어농일을 소재로 하여 쓴 것으로 농사와 어업을 가까이서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다산시문집 제7권 / 시(詩) - 천진소요집(天眞消搖集)여름날 전원의 여러 가지 흥취를 가지고 범양 이가의 시체를 모방하여 이십사 수를 짓다[夏日田園雜興效范楊二家體二十四首] 신묘년
마늘에선 수염 나와 하얀 꽃잎을 이루었고 / 蒜菢生鬚玉瓣成
오이넝쿨 겹친 잎새엔 노란 꽃이 숨어 있네 / 瓜藤疊葉隱黃英
새끼닭에다 뽕버섯까지 섞어서 끓인다면 / 筍鷄剩有桑鵝糝
시 모임에 골동갱을 걱정할 것 없구려 / 詩會無憂骨董羹
마늘과 오이 농사일을 바라보는 다산은 농부의 어려움보다 시회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거리감이 있다. 소재주의에 머물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지만 농부나 자연을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려 애쓰는 모습은 읽힌다.
이외에도 성호 이익의 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미 소개하였기에 여기서는 다산만을 소개한다.
* 참고로 영조 7년 신해(1731) 10월 19일 조 승정원 일기 번역의 주를 제시한다.
골동(汨蕫)의 논리 :
혼란하게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골동은 본래 중국 남부 방언이라 정해진 글자가 없었다. 그런데 소식(蘇軾)은 《구지필기(仇池筆記)》에서 물고기와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음식을 골동갱(骨董羹)이라 하고 주희(朱熹)는 《주자어류(朱子語類)》에서 잡다한 것을 골동이라 하기도 하였다.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은 《소학(小學)》의 ‘한골동(閒汨蕫)’을 풀이하면서, 《성리대전보주(性理大全補註)》에 의하여 “남방 사람들이 물고기와 살코기를 섞어 밥 속에 두는 것을 골동갱이라 한다.”라고 하니, 골동을 어지럽게 뒤섞여 분리되지 않은 일이라고 정의하였다.
골동갱(骨董羹)은 이전에는 물고기와 여러재료를 섞은 음식을 말했다. 골동의 한자어는 골동(骨董)이 골동(汨蕫)과 혼용되는데 그 이유를 말해준다. 중국 남부방언이 들어와 한자를 붙여 음차해서 쓰다 보니 한자 자체의 의미와는 거리가 먼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아울러 골동갱은 여러가지 재료를 섞은 국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쓰였을 가능성도 함께 말해준다.
#산본맛집 #육개장 #골동갱 #우정원 #육개장맛집
2023.7.29.점심 육개장 9,000원
여름이라고 후식으로 팥빙수를 준다. 육개장 맛과 아울러 푸진 인심도 여전하다. 식당 가득한 손님도 여전하다. 좋은 식당이다.
2024.1.21.점심 육개장
오늘은 전보다 건더기가 못한 느낌, 좁쌀도 적어지고, 탕에 건더기가 적어진 거 같다. 그래도 한국맛을 보여주기엔 그만이다. 맛은 불평할 것이 없다. 더구나 최근 중국 남방에서 돌아왔으니 더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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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중국 귀주성 훠꿔.
2024.1.3~17 방문
위 골동갱과의 비교를 위해
귀양 훠꿔
안순 훠꿔
귀양 훠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