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는 왜 배우기 어려울까?
초, 중, 고, 대학 등 연령대를 불문하고 많은 학생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고, 또 그중 상당수는 경비 부담과 수고로움을
무릅쓴 가운데 중국 현지에 가서 유학하며 익히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현실의 필요성 때문에, 또는 당장은 아닐지라도 장래성을 의식하며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이나 사회인들도 매우 많다. 흥미를 느껴 취미로 배우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중국 및 한중 관계를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중국어를 배워 잘 구사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여태껏 중국어가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은 만나 보았으되 배우기
수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소싯적 한자를 배웠던 이른바 한자 세대들이라 해서 특별히 나을 것도 없다. 그만큼 한글을 바탕으로
한 언어체계를 가진 한국사람이 배우고 익히기 어려운 외국어라는 방증이다. 우리에게 중국어는 왜 배우기 어려운 언어일까?
우리가 어떤 외국어를 두고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네 어렵네 하는 기준의 첫 번 째는 한국어라는 언어와의 언어적
친소관계이다. 즉 언어학적으로 어느 정도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는 여느 대부분의 외국어처럼 소리글자인데
반해 중국어는 뜻글자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출발점부터가 다른 것이다. 소리글자라는 언어체계에 익숙한 한국사람은 ‘그네’면 ‘그네’지 ‘그’와
‘네’가 각각의 뜻을 담아 소리나는 현상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다른 소리글자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어와 각각의 다른 소리글자 사이에도 친소관계가 있다. 서로 비교적 가까운 사이라 할 영어, 독일어, 불어 사이를
비교해 보자. 영어에서는 ‘the’라는 정관사 하나로 족할 것이 독일어에서는 ‘성(性)’과 ‘격(格)’, ‘수(數)’에 따라 ‘der des
dem den die der der die das des dem das die der den die’의 16개로 변화하니 영어에 비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와 불어가 보편적이었던 시절 '독일어는 울고 들어가 웃고 나오는 반면 불어는 웃고 들어가 울고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문법 규정이 복잡하고 어렵긴 하나 불규칙 변용이 전혀 없는 독일어의 경우 일단 익히고 나면 기계적인 작동 원리처럼 구사
가능한 데 비해 불어의 경우 입문과정에서는 누구나 쉽사리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지만 갈수록 다양해지는 표현방식과 생략형 앞에서 결국 두손 들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적어도 이 셋 중 한국사람에게 가장 배우기 손쉬운 언어는 두말 할 나위없이 영어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어와 중국어의 관계는 어떨까? 한 마디로 배우기 어려운 만큼이나 언어적으로 매우 먼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랍어에 비견될 정도로 도무지 닮은 점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어족(語族) 관계인 것이다. 주요 언어간 친소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어족
도표를 보면 소리글자 중 어순까지 같은 일본어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반면 중국어는 도표상에서도 매우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와 중국어가 가까운 사이인 양 종종 착각이 이루어지는 주된 이유는 우리말 속에 뿌리 내린 한자어의
존재 때문이다. 고려시대 중기 과거제 실시 이후 활발하게 도입된 한자어는 조선시대를 거치며 이제 수효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고,
상당수는 외래어의 위치를 박차고 나와 우리말에 흡수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단지 단어와 어휘의 문제일 뿐이다. 학습의 난이도를 두고
외국어로서의 중국어를 정의한다면 어디까지나 ‘배우기 어려운 매우 먼 언어’인 것이ek.
캐나다국제학교 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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