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귀중품 도난 사고

[손해사정사 이제형]

교통사고 핵심사례

대형마트 주차장에 주차한 자동차에 두고 내린 귀중품 도난 사건

대형마트 주차장 이용 시 주차장에 표시된 유의사항에 ‘차량 내에 귀중품을 보관하지 마시길 바라며 분실된 소지품에 대해서는 당사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란 문구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만일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사이 차량 내에 둔 현금이나 귀금속 등을 도난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 마트 주차장에 표시된 문구의 효력은 어떻게 볼 것이며 마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사건 요약

갑은 대형마트에 쇼핑을 하기 위해 자동차를 대형마트 주차장에 주차하였는데, 자동차 안에 10만원권 수표 30장과 현금 2백만원을 두고 내렸습니다.

갑은 대략 20분 정도 쇼핑을 하였는데, 주차한 후 10분이 지나서 채 1분도 안 되는 시각에 절도범 2명이 조수석의 유리창을 깨고 위 수표와 현금을 챙겨서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주차장은 출입문에 개폐기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주차장 관리사무소 및 주차관리원 3~8명이 항상 주차장에 있었습니다. 아울러 CCTV도 10대나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차장 입구와 주차카드에는 ‘주차장 이용시 유의사항’으로서 ‘차량 내에 귀중품을 보관하지 마시기 바라오며 분실된 소지품에 대해서는 당사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귀중품을 도난당한 갑은 마트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수원지법 2009. 12. 15. 선고 2009나18547 판결).

2. 쟁점 사항

가. 차량 내에 둔 귀중품에 대한 임치계약 여부

주차장에 개폐기가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차량의 멸실 및 훼손에 대해서는 임치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 내에 둔 귀중품에 대한 임치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는 별론입니다.

나. 유통산업발전법 대형점포개설자의 안전유지의무 위반 여부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대형점포개설자 등은 소비자의 안전유지의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52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만일 대형점포개설자가 이러한 안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 그 손해를 배상해주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가. 차량 내에 둔 귀중품에 대한 임치계약 성립 여부

물건에 대한 임치계약의 성립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표시된 문구는 명시적으로 ‘차량 내에 둔 귀중품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도 임치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마트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보관할 책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마트의 안전유지의무 위반 여부

이에 대해서도 법원은 주차관리소 및 주차안내원을 배치하고 있는 점, CCTV를 설치해서 상시 주차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 차량 안에 둔 귀중품에 대한 절도가 1분이 채 안될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진 점, 차량 안에 둔 물건에 대해서 임치의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마트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갑에 대한 안전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결론

대형마트나 할인점 등의 점포에 자동차를 주차 중 자동차 안에 둔 물건을 분실하였을 경우에 마트 등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임치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