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당전의 의의와 자극|절실한 숙제…회고전 사업
중앙일보
입력 1970.04.27 00:00
최근 신세계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보기드문 이당 김은호화백의 대회고전(중앙일보 주최·신세계백화점 주관)은 우리나라 미술계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즉 이러한 회고전이 많은 작가에 걸쳐 자주 열려야겠다는 요청과, 특히 현대미술관의 기능이 이러한 일에 발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왕조 최후의 어진화가(임금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인 이당의 이번 회고전은 작가로서의 김화백의 전모를 볼 수 있는 첫 기회일 뿐더러 우리나라 현대미술사의 단면을 엿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예술원 회장 박종화박사는 이당에 대하여 한국화단에서 여러모로 남이 가지지 못한 인간문화재로서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면서『전통적인 북종화의 심오한 경지에 도달한 우리나라 최후의 세필채화 작가인데 이미 흩어진 작품들을 모으고, 특히 초상화의 유지초본을 보이는등 다시 어려운 귀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고 회고전의 의의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이러한 단절돼 가는 기예를 살피는 가운데 우리의 전통과 주체의식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는 견해이다.
생존하는 노대가나, 혹은 이미 작고한 대표적 작가의 작품들은 제작하는 즉시 모두 일산돼 버리는 까닭에 그들의 주요작품을 훑어볼 기회가 없는게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10수년전에 국립박물관이 마련했던 김추사 1백주기 기념전을 비롯해 근년에 한국일보가 베푼 김용진 회고전, 김영기씨가 부친의 작품을 모아 본김규진 유작전 이외에는 이렇다할 회고전이 없었다, 이번 이당의 회고전 역시 그로서는 처음 갖는 개인전이요, 60년 화업의 결산전이다.
그러기 때문에 종래의 미술가들은 그가 남긴 작품의「리스트」를 한 사람도 갖고 있지 못하며, 따라서 작가 연구가 전혀 불가능한 처지에 놓여있다.
한국의 현대미술사가 정리, 작성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점에 기인한다.
그러나 회고전은 개인의 주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립박물관 최순우 미술관장은『영국에선 정부가 매년 1명씩 미술의 발전에 공헌이 있는 사람의 회고전을 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지금 구미에서 20세기 거장들의 대회전「붐」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되기를 희망한다.
근자 구미의 개인전 경향은 작전보다는 노장의 전생애를 정리해 보는 회고전에 집중됨으로써 한 작가의 성장과 변모 및 현대미술의 발전에 새로운 디딤돌을 제시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발전에 공헌한 작고작가는 고휘동, 이중섭, 이인성, 박수근등 주요작가로서 지목되고 있으며, 또 노령의 작가로서 이당이외에도 청전 이상범, 소정 하관식씨등 생전에 정리해 둬야할 필요가 절실하다.
미술평론가 이준성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그런 움직임을 하루속히 보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런데 현대미술관은 금년에 한푼의 사업예산도 책정된 것이 없으며 운영위원회 마저 구성되지 않은 채 2명의 관리가 빈전시관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씨는 또 문단이「근대문화 60년」의 기념사업을 벌였고 학계가 회갑기념 논문집등을 활발히 발간하는데 비하여 미술계는 개인「플레이」와, 혹은 무관심 속에서 서로 망각돼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회고전은 작가 자신이 베풀수 없는 일. 사가와 논평가의 눈을 통하여 한 작가에 대한 평가를 재정리하는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당 회고전은 이점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국가나 그밖의 기관이 오늘의 제자리 걸음질치는 우리나라 미술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는 기대속에서 미술계는 한층 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당회고전=5월1일까지 신세계백화점 4층 화랑에서.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1235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