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두 모여 일을 하려면 수많은 것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을 느낀 날이네요.
비가 오거나, 다른 급한 일이 생겨도 모두 모일 수 없지요.
생글거리며 일을 하겠다고 장갑을 끼던 상율이가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네요.
장갑속에 숨어있던 지네에 물린 것 같답니다.
눈물이 줄줄 흘러요. 얼마나 아프면 까불거리기 대가인 상율이가 이렇게까지 우나 싶어 마음이 아프네요.
숯가루를 발랐지만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끝내 보건소로 향합니다.
주사를 맞았는데도 아파서 집으로 쉬러 갔네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지요. 이런 일이 늘 우리 앞에는 놓여있는데,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잘 해보겠다는 마음이 큰 실망을 숨겨두고 있나봐요.
봄에 생강을 심으며, 차와 김장에 큰 몫을 하겠다 했는데 클수록 시들시들해져서 선생님 마음을 어지럽게 했던 생강을 일찍 수확했어요. 10월 중순 즈음 수확의 시기라 하네요.
고구마대를 자르는 것은 고구마가 실하게 굵어지게 하는 방법이며 덕분에 자른 고구마대가 여러 모습으로 밥상에 오를 수 있다지요.
선생님께선 밭의 작물이 밥상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 손길인지 아시기에 자주 이야기 해주시지요.
지금까지는 그냥 고구마를 길렀는데 이번에는 한번 더 손길을 보태어 고구마대를 자르고 손질하는 작업을 하게되었네요.
생강, 고구마대 모두 밭에서 밥상으로 오르기까지는 정말 많은 작업이 필요합니다.
씻고, 까고, 자르고, 말리고... 등등
반찬 하나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고로움으로 만들어지니 정말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먹어야 겠습니다.
배추와 무우, 고구마 밭에 약을 치는 것으로 일은 마무리 되었어요.
배추도 같은 땅에 같은 모종을 심었는데 어떤 것은 벌레가 다 잡수시고, 어떤 것은 말라 죽고, 어떤 것은 실하게 성성하고....
자연의 섭리란 정말 머리로는 알 수 없네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이것을 두고 하늘이 하시는 일이라 하나 봅니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지요.
늦더위, 가을 볕이 참 고마운 존재인데 일을 하려니 힘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도 모두 수고하셨고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