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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陽文化保存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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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동+......☜ 스크랩 단양 적성면 하진(下津)나루 이야기
금수산 오태동 추천 0 조회 74 17.04.27 08:11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단양 적성면 하진(下津)나루 이야기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정선서 동강을 이루고 영월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된다.

남한강은 단양, 충주를 지나며 세가 더해져 남양주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어우러져 한강이 된다.

도도해진 강물은 뚝섬, 마포, 행주를 거쳐 김포들에서 임진강과 더불어 서해로 들어간다.

물의 흐름처럼 문화도 세월을 따라 서로 섞이고 변하여 오늘로 집적된다.   

 

(검룡소, 2016.10월)

 
                                             

  

















 

 

(검룡소, 한강의 첫 물줄기)

 

겨울 강에 얼음이 녹으면 뱃길이 열린다.  배가 머무는 곳에 나루가 생겼다.

정선에서 출발한 뗏목이 뚝섬까지 가는 데는 물길이 좋으면 일주일늦으면 보름도 더 걸렸다

군데군데 나루를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장터와 마을을 이루었다. 

나루문화는 이런 뱃길의 산물이다.

나무를 묶은 뗏배는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고, 소금배는 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내로라는 선비며 한량들이 배를 타고 유람 길에 나서 곳곳의 기암, 절벽에 족적을 남겼다.   

서울 문화와 지방 풍속의 교류가 나루에서 이루어졌다 


올라왔소 소금배가 도담삼봉 양반들아

강물 따라 머나 먼길 돛대달고 올라왔소

영춘영춘 올라가네 도담삼봉 주모들아

술 걸러서 가져오게 목이 말라 못가겠네. (띠뱃놀이에서)


단양군 적성면의 하진(下津)도 남한강의 중간에 위치한 나루 중 한 곳이다.

사람이 모이고, 장이 서고, 주막도 생기고, 마을엔 종교적인 의식도 필요해졌다. 

사람들은 풍년을 빌고뱃길과 장사의 무탈을 빌며 서낭당(성황당)과 서낭목에서 치성을 드렸다. 

하늘이며 산이며 물의 신령을 불러 잔을 올리고 소원을 고하며 소지(燒紙,한지를 태워)를 올렸다.

호랑이를 탄 산신령도 부르고 뒷산의 마고할매도 불렀다. 

마을을 돌며 풍악을 울렸고 달맞이 불을 밝혀 춤을 췄다. 마을축제였다.

이런 집단적 의식을 통해 마을사람들은 단합되고 객들은 물길의 평안을 구했다.

이 판에 타지에서 온 놀이꾼이며 무당도 한 몫 챙겼을 것이다.

 

솔솔가는 솔나무 배여 참잘가는 참나무 배여

오동통통 오동나무 배 우리배는 잘도 간다

저을대로 저어 가세,  요뱃간에 요놋자루 부러진들 못내리갈까

하진나루 저기보인다 저기가서 쉬어가세  (노젓는 소리)


(도담삼봉을 지나는 뗏배, 아래 위 사진은 빌려옴)

   

단양 가곡면의 남한강가에 세워진 향산사의 옛터에는 3층 돌탑만 남아있다.

여주의 신륵사는 유별나게 강가에 세워진 사찰로 이런 나루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나그네들이 모인 주막의 술상에선 마을의 이야기가 살이 붙어 안주꺼리가 되었을 것이다.

호랑이에 물려갈 뻔 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동네 아낙의 이야기, 주막의 꽃 색시 아무개가 아이를 낳았는데 애비를 찾아 한양으로 떠났다는 얘기들이 드라마처럼 펼쳐졌을 것이다.

술이 몇 순배 돌면 주모의 손목을 만지거나 꽃색시와 정담을 나누는 일이 왜 없었을까.

나루 건너 꽃거리의 전설은 나루의 이런 풍경을 충분히 추측케 해준다.

나루마을이 노을에 물들면 온갖 애환이 한 잔 술에 노래로 되살아난다.

 

못믿을 건 한양 손님 

닻줄 하나 클러노니 부지거처 떠나가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기약없이 떠나가네

잘가시오 한양손님 머나먼길 이별일세 (띠뱃놀이에서)

 

잘있거라 주모들아 변치말고 잘있으면

명년 삼월 돌아와서 다시 한 번 만나보세

어이가나 한양 뱃길 비틀비틀 소금배야

서러원서 못가겠네 (띠뱃놀이에서)


(2017년, 하진나루의 봄) 


나루문화는 다리가 놓아지고 신작로와 철길이 생기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물길보다는 육로가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중간에 댐이 생기면서 마을은 물에 잠겼다.

서낭당도 잠기고 주막도 잠기고 마을이 한꺼번에 산등성이로 옮겨졌다.

보상받은 돈으로 도시로 떠나간 집들도 적지 않았다.

 

"한 때는 130여 기구가 살았는데 이젠 20여 가구를 조금 넘지요.

그것도 부부가 함께 생존해 있는 집이 일곱, 여덟 집이나 되는지.

저기 수양버들 아래 물속에 우리 집이 있었지. 마을이 한꺼번에 다 잠겼으니까. "

 

경운기를 끌고 가는 마을노인이 잠시 멈추어 옛 일을 회상한다.  

봄이 오고 강물은 흐르건만 하진의 옛 풍경은 이제 몇몇 노인의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하진나루, 옛 마을은 물에 잠기고 오른쪽 언덕 위로 새마을이 생겼다.) 


나도 그 시절에 살았다면, 뗏군이 되어 강을 타고 내려왔거나 한량으로 소금배를 타고 이 마을을 찾아들었을 것이다. 옥순봉 바위가 좋고 금수산 미인봉이 신묘한데 여기를 어찌 그냥 지나갔겠는가.  

해는 지고 봄비가 내렸으니 배에서 내려 하진나루의 주막에서 술 한 잔 걸치고는 취기를 빌미로 잔을 채워주는 주모의 손목을 한 번쯤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무정하게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며 노래 한 곡 불렀을까.

 

봄비에 뱃길 묶이니 강물아 너 홀로 흘러라

나그네 매화에 취하니 세월아 먼저 가려무나 

 

(2017. 4월. 하진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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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4.27 08:49

    첫댓글 잘보았습니다. 감사. 최근 단양군에서 하진나루터를 복원할 예정이라고 하니 좀더 기다려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물론 예전같은 운치는 사라지지만...

  • 작성자 17.04.28 19:26

    주막도 생기고 꽃분이도 돌아오면,
    테이프 끊으러 갑시다.

  • 17.04.27 09:34

    정말그랬으면 좋겠네요..반갑습니다

  • 작성자 17.04.28 19:27

    주막 하나 낼까요.
    문보주막, 회원은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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