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2일 썼던 글을 올립니다.
꼭 16년 전이군요. 이 글의 내용은 실제 일어난 일을 쓴 것입니다.
꼭 이맘때군요. 그때 사고난 날은 8월 7일이고 오늘은 8월 11일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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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내가 그날 만났던 잠자리인 여름좀잠자리
이놈이 요즘 많이 보이는 놈임
위는 날개띠좀잠자리
이놈도 요즘 많이 보임
위는 지금쯤 소백산 비로봉에서 놀고 있을 고추좀잠자리
곧 내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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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하루 전날인 8월 7일 오후에
나는 소백산에서 발원하는 깊은 계곡에 있었다.
홀로 고둥을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내가 있는 곳을 향하여 세 사람이 다가왔다.
머리를 삭발한 85세 정도의 할아버지와
55세 정도의 남자, 그리고 3살 정도 되는 여자아이였다.
나는 그들이 지나가도록 술병과 안주를 치워 주었다.
그들은 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더니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와 여자아이는 알몸으로 목욕을 하였고
중년의 사나이는 팬티만 입고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아빠! 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한번 들렸다.
55세 중년에 3살 정도 되는 딸이라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그 세 사람의 구도가 참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년의 사나이가 자신의 아버지와 딸과 함께 목욕을 온 것일까?
하여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들이 목욕을 마치고 편하게 지나가도록 하기 위하여
보를 따라 건너편으로 갔다.
보에서 도수로로 들어가는 관문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시설의 윗 부분의 넓이는 사방 1미터 정도이고 (여기에 앉으려고 간 것이다.)
2미터 아래에는 폭 80센티 정도의 콘크리트 도수로가 이어져 있고
도수로에는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도수로에 유입하는 수량을 조절하는 관문 통제용 나사식 철제 조정간이
관문시설 윗부분에 돌출되어 있었는데
나는 바로 그 앞에 앉아서 다시 술 한 잔을 마셨다.
이 때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조정간에 내려앉았다.
바로 나의 눈앞에 내려앉았으므로
나는 잠자리를 아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잠자리는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나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머리를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두어 번 회전하더니
훌쩍 날아서 개울 건너편 쪽으로 날아갔다.
날아간 잠자리는 곧바로 돌아와서 다시 조정간에 앉았다.
나는 더욱 자세하게 잠자리를 살펴보았는데
네개의 날개에는 날개마다 끝 부분에 진한 갈색의 점이 있었고
꼬리 부분은 두개로 갈라져 있었다.
계속 관심을 가져 달라는 듯 온갖 동작을 하는 잠자리를 관찰하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대우주 대생명의 세계는 하나의 영기(靈氣)로 이어져 있다.
즉, 하늘님의 영기로 이어져 있으니
이 잠자리와 나는 하늘님의 영기로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다.
대우주 대생명은 모두다 하늘님의 영기에 의하여 표현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성령출세를 말씀하신 의암영사의 뜻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잠자리를 관찰하노라니
잠자리는 다시 계곡 건너편 쪽으로 날아갔다가 돌아왔다.
이렇게 하기를 여섯 차례나 반복하였다.
나는 잠자리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지 못했으며
그냥 관찰하고 생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침내 나는 나의 몸과 정신이
우주의 대생명과 일치하는 환희의 상태에 도달하였다.
나는 현재의 상태를 메모하고자 계곡 건너편으로 가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나의 몸이 허공을 가르며 아래로 떨어졌다.
한 길이 넘는 도수로를 향하여 뒤로 넘어지면서 떨어진 것이다.
떨어지는 순간 정신이 아득하였으며
곧이어 왼쪽 등과 머리의 뒷 부분이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딪치는 것을 알았고
아하, 이제 나는 여기서 죽는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정신을 잃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나는 의식이 돌아왔으며
내가 죽지 않았음을 알았다.
몸의 반은 도수로의 흘러가는 물에 빠져 있었고
상체는 도수로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걸쳐 있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어나 뒷머리를 만지니
붉은 피가 손바닥에 묻어났다.
그 순간 나는 불현듯 삼신신앙대본사의 배선문 총정의 말씀이 생각났다.
내가 전에 깊은 산 속 동굴에서 수도를 할 때에
모기가 한 마리 날아오더니 내 손등의 혈관을 힘겹게 빨아대는 것이었어.
나는 그 놈이 실컷 빨아먹으라고 그냥 조용히 보고만 있었지.
피를 배 불리 빨아먹은 모기가 동굴 밖으로 날아가더니
다시 돌아와 앵앵거리며 울다가 동굴 밖으로 날아갔어.
그러더니 또 날아와서 울다가 굴 밖으로 날아가는 거야.
이렇게 세 번을 하길래 나는 즉시 모기를 따라 굴 밖으로 나왔어.
내가 나오는 순간 굴이 무너졌어.
그냥 있었으면 묻히고 말았지.
나는 갑자기 소름이 돋아서 즉시 행장을 수습하여
시내로 나왔다.
모두 7군데의 찰과상과 2군데의 타박상을 입었다.
그곳에서 뒤로 떨어졌는데도 살아난 것이 참으로 기이하다.
약간만 빗나갔어도 나는 머리를 다쳐서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도수로의 아래로는 또 한길의 개울 바닥이니
두 길의 높이에서 머리부터 떨어져 바위에 부딪치면 살수 없었을 것이다.
또 한길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왼쪽 등이 먼저 부딪치면서
머리가 부딪치는 힘을 줄여주지 않았더라도 살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여러 군데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지만
어쨌든 상상이 안될 정도로 최소한의 상처만 입은 것이다.
또 하나 기이한 것은 그 순간에 배선문 총정의 말씀이 기억난 것이다.
하늘님께서 잠자리를 통하여 나에게 신호를 보내신 것은 아닌지
즉 하늘님의 영지(靈志)가 잠자리를 통하여 나에게 전달된 것은 아닌지
나는 그 순간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일찍 알아듣지 못하여 사고가 일어났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곳에서 한 병의 술을 다 마시고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사고의 자리로 가게 된 동기를 만든
세 사람의 정체도 기이하다.
그들은 누군가?
어찌하여 그 시간에 나타나서 내가 사고의 장소로 이동하게 된 것일까?
나는 이 세 사람을 생각하면서
수운선생이 여시바윗골에서 만났다는 고승의 일화가 생각났다.
그들은 사람인가? 혼령들인가?
하여간 나는 이번 사고를 통하여
하늘님의 신령스런 마음이(天靈之志:천령지지, 줄여서 靈志)
대우주의 모든 시공간에 틈이 없이 충만함을 느꼈다.
또한 끊임없이 약동함을 느꼈다.
그 후 4일이 지난 8월 11일, 소백산 계곡 폭포가든에서
멀리서 온 손님 내외와 향어회를 먹는 중에 이 사고의 내용을 말하고
나는 왼손을 들어 집게손가락을 편 다음
날아다니는 잠자리 한 마리를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잠자리야...이리와 앉거라....>
그 순간 잠자리는 나의 손 주위를 두 번 돌더니
나의 집게손가락에 내려앉았다.
나는 두 사람 손님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이동하였다.
잠자리는 계속 나의 손에 앉아서 날아가지 않았으며
놀란 눈으로 나를 보는 손님 내외에게 나는 말하였다.
<보십시요, 이렇게 이 잠자리의 날개 끝에는
날개마다 아주 작은 갈색 점이 하나씩 있습니다.>
천도기원 149년 8월 12일 옥계산인 근기